수학의 노벨상, 필즈상 이야기 - 이 시대의 천재 수학자들은 왜 난제에 도전했을까? 살림청소년 융합형 수학 과학 총서 24
김원기 지음 / 살림Math / 201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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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즈상 : 4년마다 열리는 국제 수학자 회의에서 뛰어난 업적을 올린 두 명의 수학자에게 주는 상. 토론토 대학의 교수 필즈가 창안하여 1936년에 처음 시상한 것으로, ‘수학의 노벨상’이라 불린다.] 수학의 노벨상이라 불릴만큼 유명한 상이라지만 사실 필즈상이라는 이름은 아직도 우리에게 많이 낯설다. 우리의 일상생활과 수학이 그만큼 멀리 떨어져 있기 때문이기도 할테고 우리나라가 수학에 있어 후발주자임을 반증하는 것이기도 하리라 생각된다. 그나마 필즈상이 사람의 입에 오르내린 것이 푸앵카레 추측을 증명하여 필즈상 수상자로 지명된 페렐만이 수상을 거절(!)하는 해프닝이 있었기 때문이라는 점은 역설적이게 느껴지기도 한다. 수학을 푸는 것은 질색하지만 천재들의 활약을 보면 가슴이 두근두근해지는 나를 비롯한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있어, 페르마 정리나 푸앵카레 추측, 골드바흐의 추측은 정교한 추학적 증명이 아니라 하나의 미스터리 퍼즐로 다가오는 것이 사실이다. 그렇기 때문에 그러한 추측이 증명되어져가는 과정을 마치 추리소설에서 탐정이 문제를 풀어가는 과정처럼 읽어가게 되기도 하고 말이다. 어찌보면 씁쓸한 얘기일 수도 있겠지만, 어쩌겠는가? 수학적으로는 도대체 무슨 이야기인지 알아 들을 수가 없는데 말이다. 

이 책 역시 그러한 복잡미묘한 거리감을 느끼게 만드는 책이다. 기본적으로 역대 필즈상 수상자들을 설명하는 책이니만큼 역시 수상자의 경력을 요약하고 짧게(!) 그들의 수학적 업적을 설명하는 방식을 택하고 있다. 수상자의 경력이야 '역시 천재는.... 무시무시하구나!'라고 고개를 끄덕이며 읽어가면 되지만, 그들의 수학적 업적을 설명하는 부분은 사실 전혀 이해가 안간다. 고교 문과 수학을 간신히 마친 나로써는 일단 미적분 이상의 이야기는 한귀로 들어왔다 한귀로 흘러나갈 뿐이고, 더하여 현대 수학의 생소한 체계는 낯설기만 할 뿐이다. '페르마 최후의 정리'나 '골드바흐의 추측' 같은 책은 수학적 설명을 사실상 배제한 책이었던지라 어찌어찌 읽을 수 있었던 것 같은데, 이 책은 반 정도는 눈으로 스쳐가는 정도로 만족할 수밖에 없었다. 설명이 간결했고(간결하지 않게 썼다면 책이 수십권 시리즈가 되어버렸을테니 당연하다면 당연한 일이겠지만), 수학의 최전선이 워낙 살벌한 곳이라서 그런 거라도 위로를 삼아보지만, 정말 현대 수학자들은 무서운 사람들인가 보다. 게다가 필즈상은 40세 미만의 학자에게만 시상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해보면 이 책에 나온 수학자들은 더 무서운 사람들이기도 할테고 말이다. 그래도 중간중간에 나오는 에피소드들은 제법 흥미롭다. 특히 일반인이 보기에 천재라고밖에 생각되지 않는 일류 수학자들조차 고개를 들지 못하게 만드는 존 폰 노이만이나 그로텐티그, 테렌스 타오와 같은 초천재의 일화는 참 ....이다. 다소 속물적인 이러한 개인적 만족을 제외한다면 가장 만족스럽게 읽을 수 있는 부분은 20세기 수학의 발전과정을 요약하고 21세기를 전망한 제3부가 아닌가 한다. 부르바키라는 집단이 수학 발달에 기여한 바나 물리학과 수학의 긴밀한 연계발전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아 보인다.

비전공자라면 따로 수학개념을 찾아서 공부하겠다는 의지가 없이는 책의 내용을 전부 이해하기 어려울 것으로 생각된다. 그런 면에서는 다소 불친절(?)한 책일지도 모르겠으나, 현대수학의 발전사를 수학자들을 중심으로 개략적으로나마 읽어내고 싶다는 사람에게는 충분히 읽어볼만한 책이다. 여러모로 한번에 읽고 끝내기는 어려운 책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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