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눈에 펼쳐보는 인체 크로스 섹션 - 인체 속을 살펴보는 특별한 탐험 한눈에 펼쳐보는 크로스 섹션
리처드 플라트 지음, 권루시안(권국성) 옮김, 스티븐 비스티 그림, 홍인표 감수 / 진선아이 / 2010년 8월
평점 :
절판


예전에 상당히 이슈가 되었던 인체의 신비전이 떠오른다. 말그대로 속속들이 벗겨진 인간의 신체를 보면서 그 복잡합과 정교함에 경탄하게 되는 한편, 결국 인간도 단백질과 지방으로 만들어진 구조물에 지나지 않는다는 점을 실감하게 되면서 묘한 좌절감을 느끼기도 했었다. 그러한 좌절감이 한편으로는 겸손해야만 하는, 우주 안에서 극히 일부분에 지나지 않는 인간의 위치를 자각케 하는 계기가 되리라 자위하기도 하면서 말이다. 이 책, [한눈에 펼쳐보는 인체 크로스 섹션]은 여러모로 인체의 신비전을 떠올리게 하는 책이다.

B4용지 크기의 제법 큰 책이지만 쪽수로는 30쪽 남짓 되는 얅은 책이다. 스티븐 비스티(저자다!)라는 인간 남성의 몸을 특별 탐험대가 곳곳이 살펴본다는 설정으로 서술되어 있다. 일단 인체를 부위별로 조각조각 잘라낸 도판을 싣고 주해를 붙이고 있는데, 전체적인 인간의 몸, 눈, 귀, 뇌, 척수와 신경, 뼈대, 피부와 근육, 입과 창자, 림프와 혈액, 생식기, 심장, 코와 허파 순으로 기재되어 있다. 사실 인체의 복잡함을 설명하기에는 분량이 적지 않으려나 했는데, 워낙 빼곡이 채워져있어서 담긴 내용이 예상외로 많아 읽는 것이 만만치 않다고 느껴질 정도다. 특히 소화기의 경우는 특별히 접혀진 페이지를 이용하여 B4 4장 분량으로 이어붙여 설명하고 있는데, 정말 장관(!)이라고 할만하다. 더하여 근육, 신경, 혈액, 호르몬 등을 의인화하여 효과적으로 장기의 기능을 설명하고 있는 점이 눈에 띈다. 

책을 읽다보면 이토록 정교하고 복잡한 인간의 신체가 아득해질만큼 오랜 시간 속에서 세포 하나로부터 진화해온 산물이라는 것이 믿기 힘들 정도이다. 그렇기에 리처드 도킨스 등의 진화론자가 도끼눈을 뜨고 비판하는 지적 설계론이 오히려 상식적인 것처럼 느껴지는 것이기도 할테고 말이다.(물론 상식적인 것이 항상 옳은 것이 아님은 코페르니쿠스나 갈릴레이 등의 위대한 학자들이 잘 보여주었지만..) 아무튼 아동층을 대상 독자로 겨냥하는 책으로 보이지만 언급한대로 내용이 만만치 않아 어른이 읽기에도 부족함이 없어 보인다. 물론 생물과목을 공부해야 되는 학생들에게 가장 유용하지 않을까 생각되기는 한다. 내용과 무관한 것이겠지만 색상이나 펜선 위주의 그림체가 조금 촌스러워 보이지 않나 생각했었는데, 읽다 보니 많은 내용을 담아내면서 쉽게 눈에 들어오게 하기 위한 의도적인 선택이 아니었나 싶다. 한번 죽 읽어기에도 재미있고 그 후에 잘 비치해두었다가 필요할 때마다 찾아보기에도 적절한, 괜찮은 책이라고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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