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적 유전자 - 2010년 전면개정판
리처드 도킨스 지음, 홍영남.이상임 옮김 / 을유문화사 / 2010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이기적 유전자가 출간된 지 30년이 넘었다고 한다. 고전이 된 책이 으레 그렇듯 개정되어 출간되기를 반복한 이 책이 이번에는 30주년 기념판으로 을유문화사에서 출간되었다. 이 책이 저자가 35살이었던 젊은 나이에 쓰여졌으며 상당한 논란을 불러일으켰다는 점을 감안해볼 때, 지금에 와서는 정설처럼 받아지는 그의 이론은 많은 학자들에게 격세지감을 불러일으키지 않았을까 생각해보게 된다. 비록 독창성에 대한 논란이 있는 바이지만, 어차피 위대한 작품은 선배들의 어깨 위에서 쓰여지는 법, 그러한 논란이 이 책에 가치를 더하면 더했지, 덜어내지는 못하리란 생각을 해보게 된다.

워낙 유명한 이론이니만큼, 또 개인적으로 진화론에 관심이 있어 관련된 교양서를 제법 읽어보다보니 요약된 내용을 어느정도 알고 있었지만 원본을 읽는 것은 가볍지 않은 도전이었다. 500쪽 가까운 분량에 작은 글씨로 빽빽하게 쓰여진 이 책은 분명 기본적인 진화론적 혹은 생물학적 지식이 없는 사람이 읽기에는 상당히 버거울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은근슬쩍 여기저기 배어나오는 저자의 유머감각이 무게감을 덜어준다고는 하지만, 통독으로 후루룩 읽어낼 수 있는 책은 아니다. 조금씩 끈기를 가지고 읽어가지 않으면 안되는 책이지만 그만큼 읽기를 마친 후에 얻어지는 것도 적지 않으리라 생각된다. 

잘 알려진대로 이 책은 진화의 기본 단위가 개체 혹은 집단이리라는 상식과 달리, 실제로는 유전자가 그 역할을 담당하고 있음을 논하는 책이다. 젊은 시절에 쓰여진 책이라선지, 얼마든지 순화시켜 표현할 수 있는 부분에서도 난폭한(?) 표현을 망설이지 않은 탓에 이 책이 인간의 독자적인 지위를 깎아내리고 있다는 식의 반감을 많이 샀던 모양이다. 현재에 와서야 인간이 좀 더 냉철해지고 차가워진 탓에, 또 이기적 유전자론을 지지하는 학자들이 큰 흐름을 이루게 된 덕에 누구라도 기본적 논지를 받아들이는데는 거부감이 없어진 것처럼 보인다. 특히 그가 대담한 발상으로 창조해낸 밈의 개념이 근래에 와서 보다 많은 관심을 끌고 있는 듯하다. 생물계에서 유전자가 담당하는 역할로부터 유추하여 문화에서도 같은 역할을 하는 밈이라는 단위가 있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어찌보면 간단한 발상에서 출발한 것이지만, 상당한 설득력으로 구성해냈기 때문인지 문화연구에서 밈의 개념을 차용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들었다. 그간 원문의 서술이 궁금했었는데 적은 분량임에도 논리적으로 서술되어 있기 때문에 관심을 끈 것도 당연하지 않았을까 생각된다. 물론 충분히 납득하기에는 분량이 불충분한지라 따로 관련도서를 찾아볼 필요가 있겠다는 생각을 해보았다.

근래 종교 깨기에 열심이신지라 진화론자라기보다 사회활동가처럼 느껴지는 리처드 도킨스이지만, 현존하는 최고의 지성이라 일컬어지는 그의 힘을 맛보기에 이 책만큼 적절한 책은 없으리라 생각된다. [만들어진 신]을 읽으면서 현실적으로도, 논리적으로도 힘들 수 밖에 없는 도전을 시작했구나 하는 생각에 걱정도 되었지만, 앞으로도 활발한 활동을 기대할 수 있으신 연령이시니만큼 차후에는 어떤 모습을 보여주실지 기대가 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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