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루 노트북
제임스 A. 레바인 지음, 홍성영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10년 8월
평점 :
절판


세상에는 슬픔이 너무나 많다. 특히 우리가 잠시 잊고 있는 사이에 세계 곳곳에서 눈물들이 끊이지 않고 있다.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은 자꾸 잊어버리는 것이 사람이다 보니, 그렇게 보지 못한 점들을 눈앞에 들이대주는 소금과 같은 이들이 더욱 소중해지는 것이리라. 이 책, 블루 노트북 역시 그렇게 잊고 있던 잔혹한 현실을 비추는 책이었다.

이 책은 인도 뭄바이의 어린 소녀, 바툭이 남긴 비망록의 형식으로 이루어져 있다. 바툭은 빈민가에서 태어난 많은 소녀들과 마찬가지로 부모에 의해 사창가에 팔려가 가혹한 삶을 인내하고 있는 소녀이다. 드물게도 글을 읽고 쓸 수 있는 바툭은 고통 속에서 하나의 돌파구로 글을 쓰는데 집착한다. 환상 속에 자리잡은, 그러나 결코 현실에서 발을 떼지 못한 짧은 이야기들 속에서 스스로의 한을 달래기도 하고, 자신의 하루하루 일상 속에서 나름대로 세계를 이해하고자 노력한다. 책의 전반부는 소녀 바툭이 어떻게 사창가로 오게 되었는지, 그리고 사창가에서 어떤 생활을 하고 있는지를 그려간다. 그리고 후반부에서는 호텔로 무대를 옮겨 부유층 자제의 성교재로 팔린 바툭이 남성들의 욕망 속에서 비참하게 죽음에 이르는 과정을 서술하고 있다. 전반부는 어쩔 수 없이 웃자라버린 바툭의 담담하면서도 깊이있는 속삭임들이 깊이 파고든다. 그러한 속삭임에 귀를 기울이다보면 한 소녀의 잔인한 운명 뿐 아니라 세계의 불합리함과 불가해함에 대해 생각하게 되곤 했다. 반면 작가의 의도인지 몰라도 후반부는 상대적으로 연극적이고 비현실적으로 그려지고 있는데, 그 때문인지 잔인한 서사에도 불구하고 맥이 빠진다는 인상이 든다. 어떻게 그려내도 글보다 현실이 잔혹한 세계가 있다는 점을 감안해보면 이런 힘빠짐은 다소 아쉬웠다는 것이 사실이다.

책은 인상적인 시로 마무리된다. 그 시의 일부분을 인용하며 나의 감상도 마무리하련다.

" 모든 것은 미리 알 수 있다. / 하지만 우리에게는 선택권이 있다. / 우리의 선한 행동이 눈금 위에 놓인다. / 그걸 이렇게 기울이면 태양이 떠오른다. / 그걸 저렇게 기울이면 남아 있는 불꽃의 흔적이 연기가 되어 피어오른다. ..... 여러분이 진 빚이 등록되어 있다. / 그리고 여러분의 판단과 진실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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