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적의 시대
마이클 크라이튼 지음, 이원경 옮김 / 김영사 / 201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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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클 크라이튼. 근래 작고하신 작가로써 생전의 작품활동을 보면 거장이라는 말이 붙기에 조금도 모자라지 않은 분이 아니신가 한다. 쥬라기 공원과 ER의 엄청난 인기를 차치하고서라도 그의 작품 중 베스트셀러가 아닌 것이 없었으니 말이다. 그런 그가 재작년 예순 여섯의 나이로 세상을 떠난 것은 많은 팬들에게 커다란 아쉬움을 남기지 않을 수 없었다. 더이상 그가 만들어낸 놀라운 이야기들을 즐길 수 없게 되었으니 말이다. 그런데! 놀랍게도 사후 그가 남긴 컴퓨터에서 완성되어 있는 미발표 원고를 발표하여 책으로 내게까지 되었다고 한다. 게다가 더욱 놀라운 것은 이 작품이 모험소설이었다는 것! 과학 스릴러만을 써오던 그가 난데없이 모험소설, 그것도 해양모험소설을 썼다니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다. 환갑을 넘긴 나이에도 새로운 도전을 꺼리지 않았던 것이 그답다면 그답다고 생각하며 웃음짓게 한다.

이 작품은 대항해시대를 배경으로 하는 정통해양소설이다. 주인공 헌터는 포트로얄에서 영국의 국가공인해적으로 대활약을 펼치는 인물이다. 바다의 왕자였던 에스파냐가 점차 쇠퇴하면서 영국이 새로운 주역으로 떠오르던 당시, 양국의 사략선들은 서로의 재물을 갈취하며 더러운 경쟁을 벌이고 있었다. 마침 마틴세로스라는 에스파냐의 요새에 에스파냐 보물선이 정박해있음을 알게 된 헌터는 팀을 조직하여 보물선 훔치기 작전에 돌입하게 되는데... 당대의 시대적 배경을 감안해보면 대항해시대라는 것이 얼마나 난장판이었는지는 두말할나위 없다. 선악을 논하는것도 우스워지는 상황 속에서 주인공 헌터 역시 선한 인물이라 할 수는 없다. 그저 자신의 욕망에 따라, 좀 더 교활하게 활동하여 더 뛰어난 인물로 평가받는 해적에 지나지 않는다고 할까? 그만큼 마이클 크라이튼은 당시의 분위기를 살려가며 정통적인 해양모험소설을 쓰려 했던 것 같다. 물론 비현실적인 요소도 적절히 도입하여 흥미를 돋우는 것도 잊지 않는다. 해양소설의 감초, 거대 오징어대왕 크라켄도 적절히 등장해주시고 점성술도 빠지지 않는다. 그리고 이런 재료들을 잘 버무려 특유의 스피디한 전개로 독자들을 휘어잡아간다. 적절한 때에 들이닥치는 위기와 그러한 위기를 뛰어난 재주로 극복해가는 인물들의 활약은 역시 크라이튼이라는 말이 나오게 한다. 하지만 아쉬운 점도 적지않다. 일단 좀 더 분량을 늘려 완급을 조절하고 디테일을 살려가며 이야기를 전개했다면 더 큰 공감을 얻을 수 있었을 부분들이 너무 급박하고 간결하게 전개되었던 점은 특히 아쉽다. 그리고 분명 다른 작가의 작품이라면 잘 쓰여진 소설이라고 하겠지만 크라이튼이라는 이름값이나 전작들의 패도적인 재미에 비하면 이 작품은 범작이라고 할 수 밖에 없어 보인다. 만약 그가 좀 더 오래 살아서 그의 새로운 도전을 숙성시켜갈 기간이 있었다면 하는 생각을 해보게 된다.

그의 작품들 다수가 영화화에 적합한 작품이었고 그 결과 더 큰 사랑을 받을 수 있었던데 이 작품 역시 조만간 스필버그의 손에 의해 영화화될 예정이라 한다. 스필버그의 손에서 원작보다 재밌다는 평을 받는 영화가 여러번 탄생했던 만큼 이 작품을 새로운 얼굴로 만날 수 있으리라는 기대를 하게 된다. 거장의 새로운, 마지막 도전이라 할 이 작품, 충분한 만족감을 주리라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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