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화의 진실 - 조선 경제를 뒤흔든 화폐의 타락사
박준수 지음 / 밀리언하우스 / 2010년 8월
평점 :
절판


[로마인 이야기]를 보다 보면 저자인 시오노 나나미가 로마 천년의 역사 동안 발행된 화폐들을 살펴보며 상념에 젖는 장면이 등장한다. 전성기의 묵직하고 충실한 화폐와 쇠퇴기의 가볍고 조잡한 화폐를 보다보면 역사의 흥망성쇠를 저절로 떠올리게 되는 것도 당연하리라. 확실히 인플레이션에 대한 정확한 이론이 없던 과거에는 재정이 열악해지면 화폐로 장난을 치는 일이 지금보다는 잦았던 모양이다. 하긴 찍어만 내면 그 돈이 내것이 된다는 주조권자의 입장에서 보면 참으로 참기힘든 유혹이기도 할 것이다. 그것이 불러오는 인플레이션의 후폭풍을 감당하지 못하고 결국 국가경제를 파탄내버리고 그것으로 역사에 이름을 남기는 것은 참아주었으면 좋았겠지만... 그런 식으로 이름을 남긴 우리나라의 대표적 인물이라면 역시 흥선대원군이 아닐까 한다. 그가 주조한 당백전은 지금도 중고교 국사교과서의 필수 암기 항목으로 남아있을 정도니 말이다. 이 책, [악화의 진실]은 당백전의 발행을 전후로 하여 정치가와 상인들의 다양한 행태를 팩션의 형태로 그려내고 있다.  

19세기말, 상품경제가 발달하고 있던 조선에서는 시전상인과 사상 간의 이권다툼이 치열하다. 사상들의 공세에 한걸음씩 물러나던 시전상인은 주도권을 되찾기 위해서 음모를 꾸민다. 한편 왕권을 다시 세우기 위해 경복궁의 중건을 시작했으나 예상을 뛰어넘는 재정적 부담으로 인해 궁지에 몰린 대원군은 타개책을 찾기 위해 고심한다. 결국 그는 만만치 않은 반대 여론을 뿌리쳐가며 당백전의 발행을 결심하고 곧이어 엄청난 액면가의 당백전을 주조해내기 시작한다. 그리고 이러한 당백전의 발행은 사상에 대한 시전상인들의 음모를 예측치 못한 방향으로 이끌어가는데...  

스토리 전개상의 흥미진진함은 조금 아쉬운 구석이 있지만 이권에 따라 움직이는 인물들의 행태가  생생히 묘사되어 재미를 준다. 사실 욕망과 욕망이 충돌하는 인간군상만큼 사람의 눈을 끄는 것이 또 있겠는가.. 특히 화폐와 물화가 가지는 관계를 스토리를 빌어 그려내고 있기 때문에 화폐의 관념을 숙지시키는데는 경제학 교양서보다 낫지 않을까 싶을 정도다. 혹여 어렵지 않을까 생각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화폐가치가 떨어지면 물가가 오른다는 생활 속의 경험 혹은 교과서적 지식만 있으면 아무런 부담 없이 읽을 수 있는 수준이다. 특히 학생들에게라면 국사적 지식과 경제학의 기본관념을 익히게 한다는 차원에서도 권할만한 책이라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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