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란 무엇인가
마이클 샌델 지음, 이창신 옮김 / 김영사 / 2010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저자 마이클 샌델이 한국에서 강연회를 열었다는 점이 아니더라도 이 책 [정의란 무엇인가]의 판매량을 보면 이 책이 상당한 주목을 받았음을 알 수 있다. 그리고 독자로써 그처럼 주목받는 책을 읽었다는 점은 괜히 기분좋아지는 일이기도 하다. 합리적이지 않은 즐거움이겠지만 말이다. 그러나 그러한 주석을 덧붙이지 않더라도 이 책은 충분히 즐겁게 읽을 수 있는 책이고 또 읽고 나서도 이런저런 것들을 생각해볼 수 있는 여지를 남긴다는 점에서 주변인들에게 권하고 싶어지는 책이다.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은 불필요한 철학적 관념들을 필요이상 도입하지 않는다는 점이 아닐까 한다. 정의론은 어찌보면 철학적 주제들 중 가장 형이하학적인 주제일지도 모르겠다. 그럼에도 철학자가 자신의 철학을 완성하는 단계에서 반드시 제기하는 부분이 정의론이라는 것은 결국 가장 중요한 것이 현실의 삶임을 반증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한다. 물론 결론에 도달하는 인과과정이 있는만큼 학술적 차원에서는 철학적 관념들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리라 생각되지만 대중을 대상으로 하는 책에서는 그러한 이해가 그다지 필요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필요 이상으로 무거운 관념을 끌어들임으로서 독자를 압사시켜버리는 대다수의 책들에 비해 이 책은 그러한 압박에서 자유롭다. 실제의 케이스와 사고 게임을 다수 인용함으로써 논점이 되는 부분만 간결히 제시하고 그 논점에 한해서만 집중적으로 논하는 이 책의 방식은 매우 성공적인 것으로 보인다. 

더하여 가장 대표적이며 설득력이 있는 정의론만을 선별하여 충돌시키는 방식도 좋아 보인다. 이 책에서는 자유주의와 공리주의, 아리스토텔레스와 존 롤스의 정의론 정도만을 들고 나온다. 입문서라고 하여 어설피 개론의 방식을 취하다보면 독자의 흥미도 잃고 내용의 깊이도 놓쳐버리기 십상인데 토론식 강의에 기반하여 쓰여진 책이라서인지 이 책은 그런 함정도 잘 피해갔다는 인상이 든다. 다만 일부 저자의 관점이 새어나와 객관성을 잃고 있는 것이 아닌가 싶은 부분도 있지만 용인할 수 있는 정도라 생각한다. 이 책을 읽고나서 좀 더 본격적인 철학서를 읽다보면 해결될 것으로 보이기도 하니..

정의의 문제만큼 본질적이면서도 영원히 토론되어야할 화두가 또 있을까? 누구나 정의의 문제에 민감하기 마련이고 또 감해야만 할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특히 삶의 향성을 체화하고 있는 학생들에게 권할만한 책이라 생각된다. 다만 읽다보면 호흡이 막히는 부분이 군데군데 있는데 원서를 본 것은 아니지만 번역상 부주의했던 것이 아닐까 의심되는 부분들이었다. 2판이 나올 때는 조금 더 다듬어주었으면 하는 바램이다(어쨌든 분명히 2판이 나올만한 책이니 말이다). 책의 성격상 정확한 번역의 중요성은 두말할나위 없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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