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수 박물관 1 민음사 모던 클래식 27
오르한 파묵 지음, 이난아 옮김 / 민음사 / 2010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노벨문학상 수상작가인 '오르한 파묵'의 신작이 출간되었다. 예술과 역사, 사랑 이야기를 씨줄 날줄로 복잡하게 엮어낸 '내 이름은 빨강'이 상당히 난해한 작품이었던지라, 이번 작품을 대하면서도 약간의 걱정이 앞섰다. 뒷표지의 해설에 따르면 이번 작은 30년간에 걸친 한 남자의 한 여자에 대한 사랑 이야기란다. 의외라는 생각도 들었으나 잠시 숙고해보니 그럴법한 선택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위대한 작가 치고 사랑 이야기를 심각하게 다루어보지 않은 작가들이 있던가? 인간의 마음 속에 가장 깊게 파고드는 감정, 항상 지고의 환희와 나락의 절망을 가져오는 감정, 항상 깊이 잠겨들어 흘러가는 감정이 사랑이니 말이다. 오르한 파묵은 사랑을 어떻게 그려낼까?

이 책의 배경은 역시 터키 이스탄불이다. 1970년대, 근대화가 한창 진행되던 터키의 부유층 자제인 케말은 비슷한 배경의 애인 시벨과 결혼을 앞두고 있다. 아무런 걱정도, 마음의 동요도 없이, 희미한 아쉬움만 느끼고 있던 그는 우연히 먼 친척인 퓌순과 재회하게 된다. 가난한 집안에서 태어났지만 빼어난 미모를 가진 18세의 퓌순, 그녀를 만난 순간 12살이라는 나이차이에도 불구하고 케말은 한순간에 그녀에게 빠져든다. 배경 차이가 적지 않음에도 퓌순 역시 케말에게 깊은 사랑을 느끼고 그 감정을 고백하지만, 케말은 우유부단한 갈등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결국 시벨과의 약혼식을 진행하게 된다.

기본적으로 사랑 이야기이기 때문에 읽어나가는 데 어려움이 느껴지지 않는다. 전작의 난해함에 비견해볼 때 훨씬 대중적인 작품이라는 인상이 든다. 특히 단락을 아주 짧게 잡아두어 호흡도, 스토리의 전개도 상당히 빠르다. 그리고 상당 부분 70년대의 사회상을 묘사하는데 할당되어 아직까지 이질적으로만 느껴지는 터키의 모습을 들여다볼 수 있었던 것도 흥미로웠다. 이야기의 골격이 워낙 평이하기 때문 역시 서사적 구조보다는 인물의 감정선을 따라가며 읽는 것이 좋은 책이라고 생각된다. 편안히 인간적 한계를 구경해 가며(?) 읽어나갈 수 있음에도, 지나치게 무난하지 않은가라는 생각을 떨치기 어렵다. 인생의 진실이 평이한 것일지라도, 작가가 그러한 진실을 마음 속에 파고들 수 있도록 비범하게 전달해주기를 기대하는 것이 독자이니 말이다. 다만 2권을 읽지 않은만큼 끝까지 읽지 않은 상태에서 감상을 말하는 것은 섣부른 일이리라. 주문해둔 2권을 마친 후에 다시 한번 감상을 올릴 예정이니 감안해주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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