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를 떠난 마카롱 - 트렌드의 탄생과 확산의 미스터리
기욤 에르네 지음, 권지현 옮김 / 리더스북 / 2010년 5월
평점 :
절판


'파리를 떠난 마카롱'이라는 제목과 귀여운(?) 디자인의 표지, 문고판 보다 조금 큰 사이즈와 얇팍한 두께 때문에 나는 이 책이 다양한 트렌드와 관련된 일화들을 가볍게 소개하는 책이라고 생각했다. 분명 뒤표지에 내용에 대한 소개글이 있음에도 이런 착각으로 읽기 시작했기에 초반에는 당혹스러움을 느껴야 했다. 저자는 가볍지 않은 어조로, 트렌드를 정의하고 분석하는데 진지하게 임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 책은 트렌드에 대한 인문학적 이론들 대부분을 축약하여 소개하고 있는 책이라고 해야 할 것 같다. 군데군데 작가의 의견이 개진되어 있기는 하지만, 사실 각 이론의 장단을 조율하는 느낌 정도에 그치고 있다. 특히 각기의 이론만으로 수권의 책이 되는 분량을 한쪽 안에 요약하고 있기 때문에 배경지식이 없는 이론은 이해하기가 쉽지 않다. 다행하게도, 각 장의 끝에 핵심용어를 사전 형태로 요약하여 정리해주고 있어 적잖은 도움이 되기도 한다. 그렇다고 무겁기만 한 책이냐면 곳곳에 흥미로운 일화들을 배치하여 가볍게 읽을 수 있는 부분들도 있다. 케이트 모스가 자신의 네임 밸류를 활용하여 자신이 선도했다 해도 과언이 아닌 스키니 진의 유행을 끌어내려 버리는 일화 등 유쾌한 이야기들이 적지 않았다.  

저자도 프랑스인이고 대상 독자도 프랑스인인지라, 프랑스에 대한 이해가 없는 사람에게라면 제시된 케이스들이 낯설게 느껴지지 않을가 생각된다. 그런 점을 감안해서인지, (아마도) 역자가 본문의 내용에 상응하는 우리나라의 케이스들을 소개하는데 페이지를 할당한 점이 눈에 띈다. 전체적으로 불친절한(?) 내용을 담고 있었지만, 이러한 역자의 노력 덕택에 좀 더 즐겁게 읽을 수 있었던 듯하다.  

책을 덮고 나서도 트렌드에 대한 깨달음(!)을 얻지는 못한 것 같다. 어떤 이론이든 나름의 설득력을 지니고 있는데 반해 약점도 분명하기 때문이다. 가볍게만 생각했던 트렌드에 이정도로 무게감이 실려있었다니, 당혹스러운 느낌이 들 정도.. 공통된 결론이라면, 트렌드가 가지는 권력으로써의 위상은 확고부동하며 그런만큼 앞으로도 고찰될 여지는 아주 많다는 점 정도랄까? 트렌드에 대한 인문학적 관심을 고취시키고 보다 많은 내용을 담아낸 책을 찾도록 만드는 에피타이저 같은 책이라고 소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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