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묘 18현 - 조선 선비의 거울
신봉승 지음 / 청아출판사 / 201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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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묘 18현이라는 제목부터 다소 낯설게 느껴진다. 문묘? 종묘랑 무슨 관계가 있는 것인가? 조선 최대의 고급 학술기관인 성균관에 가면 '대성전'이라는 건물이 있다고 한다. 이 건물에 해동 18현이라 불리웠던 명현들이 배향되어 있는데, 그래서 이 건물을 '문묘'라 칭한다고 한다. 즉, 이 문묘 18현이야말로 조선의 성리학 세계가 꽃피워낸 최고의 정신적 유산들이라 할 수 있는 것이다. 이책은 이들 문묘 18현을 한분한분 소개하면서 그들의 정신세계를 엿보고자 씌여진 책이다.

저자 신봉승은 [조선왕조 5백년] 등의 역사소설과 [신승봉의 조선사 나들이] 등의 역사 교양 소설의 저술가로 이미 널리 알려진 분이다. 이미 그간의 저술 활동이나 연륜 면에서 원로라 불리워질 만한 분일 터, 한 국가가 번영발전하기 위한 근간은 결국 정신적 지도자들의 노블리스 오블리제에 있다는 말씀을 하고 싶으셨던 것이 아닌가 한다. 해동 18현 중 조선시대에 활약한 14분이 전반부에 소개되어 있고, 신라, 고려조의 명현 4분은 후반부에 서술되어 있는데, 말그대로 성리학적 가치의 체화라 할만한 분들이다. 열전의 방식을 택하고 있다고 하겠으나, 생의 과정을 구구절절 설명하기보다 그분의 정신세계를 잘 드러낸 글들을 다수 인용하는 방식을 택한 점이 눈에 띈다. 문인의 정신이 가장 잘 드러나는 것은 결국 그의 글이라는 점에서 볼 때, 특히 불필요한 덧붙임 없이 그 인물의 본질에 대해 접근할 수 있게 해준다는 점에서 좋은 선택이라 생각된다. 글쓴이의 성향이라던가, 소개된 인물의 특성상 당연하다면 당연하게도, 유학적 가치관에 대한 분석은 뒤로 하고 문향의 맑고 높음을 드러내는데 주력하기 때문에, 기존에 알던 인물상과 충돌하는 부분이 여기저기 드러나는 것도 사실이다. 성리학이 가진 약점이 그간 너무나 철저히 분석되어 왔는지라, 성리학의 체화라 할 이들의 삶이 곱게만 보이는 것은 아니랄까.. 우러러볼 사람이 없는 현대 사회에 일침을 가하기 위해서 쓰여졌을 터인만큼 비판적 내용이 들어가지 않은 것도 이해못할 바는 아니지만, 인간적 어둠의 면모는 일체 제외된 이와 같은 인물상이 이미 현대인들에게는 호소력을 가지지 못할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존경받는 인물의 상이 바뀌었다면 그에 맞는 재해석도 나쁘지 않았을 터, 지나치게 미화된 인물상이 석상처럼 제시되고 있는 점은 아쉬울 따름이다.

소개된 한분 한분의 삶이 수십 쪽의 책갈피에 담겨질만한 것은 아닌만큼, 조선시대 성현상에 대한 개론서라고 보는 것이 적합한 책이 아닐까 한다. 그 삶의 명확한 모습은 별도의 책을 참조해서 스스로 만들어내야 할 듯하다. 선한 개인이 사회를 바꿀 수도 있지만 개인의 선한 의도가 항상 사회의 선함으로 드러나지는 않는다는 점, 더하여 완전한 사람은 없기에 그 불완전함을 보완하는 사회적 힘이 필요하다는 점을 생각해보게 된다. 성리학적 세계관을 엿보기에는 적합한 책이라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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