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다락방 - <마음 가는 대로> 두 번째 이야기
수산나 타마로 지음, 최정화 옮김 / 밀리언하우스 / 2010년 5월
평점 :
품절


삶 속에서 만나는 책에는 추억이 담기기 마련입니다. 중학교 때던가요, 고등학교 때였던가요, 라디오를 듣던 중 광고로 '마음 가는 대로'라는 책의 소개를 듣게 되었지요.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실제로 책을 읽어보게 되었고요. 호수에 던져진 작은 돌이 잔잔하지만 확실하게 파문을 일으키듯 그 책 역시 사춘기 시절의 제 가슴을 울렸더랬죠. 그리고 지금, 15년의 세월을 뛰어넘어서 이 책 '엄마의 다락방'과 마주하게 되었군요. 자신이 좋아했던 이야기의 뒷이야기가 궁금하지 않은 사람은 없을 터, 아마도 많은 독자들이 후속작을 바라는 뜻을 작가에게 표현했던가 봅니다. 작가는 마릿말에서 본래 속편을 쓸 생각은 없었다고 합니다. 그러다가 많은 독자가 뒷이야기에 대한 궁금증을 표현해오자 언젠가부터 마음이 바뀌기 시작했고, 마침내 이 책 '엄마의 다락방'을 쓰게 되었다고 하네요.  

전작이 생이 얼마 남지 않은 올가 할머니가 사이가 좋지 못한 손녀에게 보내는 편지였다면, 이번 편은 그 손녀가 그 편지를 읽기 전까지 가족들과의 인연의 끈을 따라가며 삶의 의미를 찾아보는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후속편이지만 프리퀄이 되겠군요. 전작과 다름없이 서정적이면서도 담담하게 흘러가는 이 이야기는 어렵고 복잡한 이야기를 담고 있지는 않습니다. 언제나 인생에서 마주치게 되는 의문들, 가끔씩 떠올라 우리를 괴롭게 만드는 삶의 의미에 대한 고민들을 담담하게 살펴볼 따름입니다. 그렇게 누구나 마주칠 수밖에 없는 평범한 생의 의문을 던져 주었기에 이 책이 더 호소력을 가질지도 모르겠습니다.  

간략히 줄거리를 살펴보자면, 부모에 대해 알려주지 않았다는 것이 계기가 되어 할머니와 사이가 좋지 못했던 손녀 마르타는 그런 할머니가 치매로 자신을 잃어버리고 세상을 떠나게 되자 삶의 의미에 회의를 품게 됩니다. 그러던 중 우연히 다락방에서 어머니가 남긴 일기와 편지를 발견하게 됩니다. 너무나도 순진무구했기에 미혼모가 되어 자신을 낳고 자살로 짧은 생을 마친 어머니... 그리고 그 끈을 따라간 끝에 만나게 된 아버지는 지적이지만 위선적인 비겁한 대학 교수였지요. 부모에 대한 실망과 슬픔과 연민의 혼란 속에서 마르타는 이스라엘에 사는 작은 할아버지를 찾아가기로 마음먹습니다. 그 여정 끝에 자신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자신이 소중하게 생각해야 하는 것이 무엇인지 깨닫게 된 마르타는 할머니의 집으로 돌아오고, 마침내 할머니가 남긴 편지를 발견하게 됩니다... 

작가가 단순하게 순진한 어머니를 비웃고 위선적인 아버지를 징벌하려 했다면 감동이 오히려 적었을 것입니다. 할머니와 작은 할아버지의 삶에 더 아름답다고 말하면서도, 마르타의 부모 역시 시대와 상황 속에서 나름의 길을 걸어갔다고 말하고 있는 것이지요. "삶에 정답은 없다, 하지만 보다 아름다운 삶은 분명히 있는 법이다" 이렇게 누구나 공감할 수 있도록 속삭여주는 것입니다. 분량이 너무 적은 탓에 피상적인 부분도 적지 않았다는 점, 만남과 만남이 결론으로 이어지는 과정이 느슨하다는 점이 조금 아쉽기도 했습니다만.. 오늘처럼 비가 오는 날, 잠시 멈추어서서 작가가 조용한 목소리로 던지는 질문들을 들어보는 것도 좋지 않을까요? 누구나 대답할 수 있는, 하지만 정답은 없는 질문들을 말이죠. 그것이 인생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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