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참모실록 - 시대의 표준을 제시한 8인의 킹메이커
박기현 지음, 권태균 사진 / 역사의아침(위즈덤하우스) / 201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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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조선의 킹메이커'를 집필하신 박기현 님이 새 역사 교양서를 들고 나오셨다. 제목은 '조선참모실록'! 머릿말을 보면 이 책을 전작의 후속편으로 간주해도 될 듯 하다. 

P.4 '조선 왕조를 500년간이나 지속할 수 있게 한 국가경영의 주체는 누구일까? ... 군주가 주체이긴 하지만 ... 몇몇을 제외하면 똑똑하고 리더십이 뛰어나 국가경영을 성공적으로 이끌었다고 볼 수 있는 왕들이 많지 않기 때문이다. ... 사실상 국정을 운영하고 견인해간 주체는 참모들이라는 이야기를 하고 싶은 것이다' 

이 책은 이처럼 국정을 운영하고 견인해간 조선시대의 대표적 참모 8명의 삶을 살펴보고 있다. 맹사성, 이황, 이항복, 박규수 등 낯익은 이름도 있고 이준경, 이원익, 김육, 최석정 등 상대적으로 낯선 이름도 있다. 저자는 각 인물에 대해 핵심이 될만한 질문을 던지고 그들의 삶과 정치 인생을 하나하나 짚어가며 그 질문에 답을 하고자 한다. 에컨대 맹사성은 충신불사이군이라는 유교의 대명제를 저버리고 새 왕조에 출사했다. 그 배경에는 어떤 고민이 있었으며 어떤 결단이 있었을까? 저자는 부모의 권유와 가문의 부흥이라는, 유교적 가치인 효에 기반한 대의명분이 있었기에 그가 출사를 결정할 수 있었다고 본다. 다만 이러한 명분이 충분하지 못했기 때문에 평생을 은인자중하며 온유하고 겸양한 인물로 행동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이처럼 흥미를 불러일으키는 구성과 더불어 풍부한 사진 자료를 첨부하고 있기 때문에 술술 페이지가 넘어가는 책이라 할 수 있다. 

물론 아쉬운 점도 없지 않다. 사료가 충분치 않아서인지, 인물에 대한 해석이 평이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물론 이 책에서 소개한 인물들이 조선시대의 대표적 관료인만큼 철저할 정도로 성리학적 가치관에 따라 살아간 이들이다 보니 해석의 여지가 많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말하자면 골수 모범생들이라 다소 심심하게(?) 살아갔다고나 할까... 그렇다곤 해도 책의 제목이나 머릿말에서 현대인에게 성공한 리더십의 모습을 그려내겠다는 작가의 의지를 읽었던 내게, 본문은 지나치게 사실의 나열에만 치중했다는 인상이 강했다. 특히 인물의 비범성을 드러내는 야사를 많이 인용한 것은 흥미를 돋구고 인물에 대한 이해를 높이기 위해서였겠지만, 결과적으로 약간 과했다고 보인다. 비범성을 타고났다, 혹은 열심히 노력해서 비범해졌다는 동어반복적인 해석은 성공적인 리더십을 그려내는데 도움이 되지 않으니 말이다. 물론 이 부분도 상당 부분 조선시대 사료의 한계 탓일 테지만... 

약간의 아쉬움은 있지만, 역사에 대해 흥미가 없는 사람일지라도 재미있게 읽어낼 수 있는 책으로 보인다. 물론 조선사회에 배경지식이 있는 사람이라면 더 재미있게 볼 수 있을 것이다. 이덕일 님의 책들을 아주 좋아하는데 박기현 님 역시 대중 역사 저술가로 조만간 그만큼의 무게감을 가지게 되시기를 기대해본다. 과연 어떤 차기작을 들고 나오실지?? 이번에는 조선의 반역자들은 어떨까? 또다른 색깔의 책을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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