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똑똑한 사람이 어리석은 결정을 내릴까? - 의사결정에 관한 행동경제학의 놀라운 진실
마이클 모부신 지음, 김정주 옮김 / 청림출판 / 2010년 3월
평점 :
품절


'왜 똑똑한 사람이 어리석은 결정을 내릴까?' 도발적인 제목이다. 표지에는 으깨져 쪼개진 토마토가 담겨 있다. 자극적인 표지이다. 도발적인 제목을 다는 책은 신뢰하지 않는 편인지라 일단 한걸음 물러선다. 번역서는 원제와는 딴판인 자극적인 제목을 붙이는 경우가 많다는 사실이 떠올랐다. 일단 원제를 확인해보았다. 'Think Twice' '두 번 생각하라' 평범한 제목이다. 어쩌면 좋은 책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오옷, 의외로 저자가 경제학 교수이다. 다시 한걸음 다가간다. 그런데 행동경제학이라.. 혹시 자기개발서인 것은 아닐까? 목차와 머릿말을 읽어본다. 자기개발서라기 보다는 괴짜 경제학과 비슷한 부류의 책인 듯 하다. 괴짜 경제학 정말 재미있게 읽었었지.. OK, 선택했다. 읽어보자! 

내가 이 책을 읽기까지의 선택지를 열거해보았다. 인간의 삶은 선택의 연속이다. 하지만 과연 그 선택 중에서 옳은 것은 얼마나 될까? 우리는 대부분 우리가 내리는 선택을 옳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옳지 않다고 생각했다면 그런 선택을 내릴 리 없으니 당연하다면 당연한 말이기도 하다. 게다가 그 선택의 결과가 옳지 못한 것이었음이 밝혀진 후에도 '운이 없었다' '알려지지 않은 변인이 있었다'는 식으로 자기정당화를 하기에 여념이 없다. 이 책의 저자는 이와 같은 근거없는 자신감이 잘못된 선택을 내리게 만드는 가장 큰 원인이라고 한다.  

이 책의 전체적인 구조는 자기개발서의 그것에 가깝고 내용은 경제학, 심리학 학술서에 가깝다. 각 장은 그 장의 주제와 관련된 잘못된 선택의 실례를 드는 것으로 시작된다. 그리고 다양한 실험결과와 통계자료로 그러한 실패의 원인을 분석해본다. 마지막으로 그러한 실패를 방지할 수 있는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하며 마무리짓는다. 이렇게 설명하니 재미없게 들릴지 모르겠으나, 실제로는 상당히 재미있게 읽히는 책이다.  

일단 전복의 재미가 있다. 예컨대 이 책의 3장은 '전문가보다 우수한 대중'이라는 제목을 달고 있다. 지식이 힘이 되는 현대 사회에서 전문가라는 이름에 담긴 권력이 얼마나 막강한지는 두말할나위 없을 것이다. 그러나 이 책은 대중의 지혜와 컴퓨터의 성능이 향상됨에 따라 전문가들의 예측 능력이 감소하고 있음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특히 각종 예화들에서 보여지는 전문가들의 실패담은 굴욕이라 하기에 부족함이 없다.(물론 규칙성이 지배하는 영역에서 넓은 범위의 결과가 필요한 경우에는 여전히 전문가의 능력이 유효함을 변호하고 있기는 하지만...) 이처럼 저자는 일반적인 지적 능력과 오류없는 결정 능력에는 상관관계가 없음을 입증하며 올바른 결정을 내리는 능력은 학습과 훈련에 획득되는 것임을 강조하고 있다. 

그리고 이 책이 들고 있는 예화가 하나같이 흥미진진하며 이야기를 풀어가는 저자의 입담도 상당하다. 예를 들어 1장은 경주마 빅 브라운에 대한 대중의 지나친 낙관이 어떠한 결과에 맞닥드리게 되었는지 보여준다. 5장은 독일 음악이 연주되는 매장에서는 독일 와인을 사고 프랑스 음악이 연주되는 매장에서는 독일 와인을 사는 사람들의 경향을 통계자료로 보여주면서, 그러한 통계자료를 직접 보고 난 뒤에도 자신의 결정은 순전히 자유 의지로 이뤄진 것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덧붙여 보여준다. 이처럼 재미있는 예화는 미국식 유머를 적절히 구사하는 작가의 입담을 통해 더욱 재미있게 가공되어 독자를 끌어당긴다. 

책장을 덮고 나니 살짝 걱정이 된다. 이 책에 따르면 잘못된 결정은 인간의 본성과 자연법칙에서 기인한다는 인상을 받게 된다. 실패를 피하기 위해서 이 책이 제시한 방법들은 아주 오랜 체화의 과정을 거친 후에야 익힐 수 있는 것들이고, 그 방법들을 다 익힌 사람이라도 운이 없으면 실패를 피할 길이 없다. 인간 능력의 한계야 당연한 것이고 누구나 인정하는 것이니만치 새삼 부정할 것은 없겠으나, 진실이라도 적나라하게 눈앞에 들이대면 입맛이 쓰기 마련이다. 특히 인간의 낙천성이 오류의 가장 큰 원인 중 하나라는 것은 서글플 정도이다. 그런 낙천성이 없었다면 살맛도 없지 않으려라 딴지를 걸고 싶어지기도 한다. 하지만 좋은 약은 입에 쓴 법이라고 받아들일 것은 받아들여야겠지.. 이 세상에 잘못된 결정을 내리기 원하는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반복된 실패는 자신에게 해악이 됨은 물론 주변 사람들에게도 커다란 민폐가 되니 말이다. 오히려 쓰디쓴 약에 당의를 잘 입혀낸 작가에게 고마움을 표하며, 소개된 방법들을 익히고자 노력해봐야겠다. 

결론 : 이 책을 읽기로 결정한 것은 좋은 선택이었다^^ 

* 전체적인 번역은 훌륭하나 중간 중간 오타나 잘못된 띄어쓰기가 눈에 보인다. 이 정도 책이라면 2쇄도 나오지 않을까 생각되는데 부디 수정되어 완성도를 높여주길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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