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후 삼국지 - 세 황후는 어떻게 근대 동아시아를 호령했는가
신명호 지음 / 다산초당(다산북스) / 2010년 4월
평점 :
절판


동양의 근대사는 피와 눈물로 굴곡된 역사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때 서구를 압도하는 문명을 자랑했던 동양의 제국들이지만, 산업화에 힘입어 급격하게 성장한 서구 제국주의의 세력을 막아내지 못했다. 한때 중화를 드높이던 중국은 이 빠진 호랑이 신세가 되었으며, 조선은 서구 열강에 시달리던 끝에 이웃 일본의 식민지가 되고 말았다. 반면 아시아의 역사에서 소외되어왔던 일본은 무력한 개항이 도리어 득이 되어 신흥 강국으로 등극한 끝에 조선을 비롯한 아시아 각국에 침략의 손길을 뻗친다. 동아시아 3국은 너무나 다른 방식으로 근대에 대처하였고 그 결과 서로 나무나도 다른 운명을 밟아갔다. 이처럼 얽히고 섥힌 동아시아 3국사를 저자는 3명의 황후를 중심으로 풀어가는 재미있는 방식을 택하였다. 

청의 서태후, 조선의 명성황후, 일본의 하루코 황후. 각 시대의 중심에 위치해야 했던 이들은 당시의 정황을 감안하지 않더라도 상당히 흥미진진한 인물들이다. 후궁의 몸으로 아들과 양아들을 황제로 세우고 섭정을 하며 권력의 정점에 섰던 서태후. 기댈 곳 없던 몸으로 황후의 자리에 올라 열강의 틈바귀에서 몸부림치던 끝에 처참한 죽음으로 생을 마감한, 명성황후. 강국으로 성장한 근대 일본에서 평온한 삶을 살다 간 하루코 황후. 작가가 이들의 삶을 중심으로 역사서를 쓰고 싶어한 것도 당연하다는 생각이 든다. 평온하게 안방마님으로 살아갔던 하루코 황후야 차지하더라도 서태후나 명성황후가 정치가로서 뛰어났는가에 대해서는 논란의 여지가 있어 보인다. 때때로 지나치게 개인의 욕심을 앞세워 오히려 국가의 몰락을 촉진시킨 선택을 내린 경우도 적지 않아 보인다. 그러나 이 책을 읽다 보면 확실히 역사가 결정된 후에 사는 우리의 눈과 당대의 그들의 눈이 볼 수 있는 범위가 얼마나 다른지를 깨닫게 된다. 그렇기에 현대의 눈으로 과거의 역사를 평가한다는 것은 부당한 일일지도 모르겠다. 

이 책은 세 명의 황후를 중심으로 시대의 흐름에 따라 번갈아가며 삼국의 역사를 서술해가는 방식을 택하고 있다. 그 덕에 전개상 소설과 같은 흥미진진함을 끌어내는데 성공하고 있다. 더하여 다양한 사료를 직접적으로 인용함으로써 당대 인물들의 판단이 어떠했는지를 효과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특히 앞부분에 실린 인물 사진들이 눈길을 끌기도 했다. 이러한 장점들이 어우러져 술술 책장이 넘어간다는 점은 이 책의 큰 미덕이라 할 만하다. 다만 갈등 관계에서 벗어나있던 하루코 황후를 다른 2명의 황후들과 나란히 두었기 때문에 중국과 조선의 장(章)과 일본의 장(章)의 성격이 크게 달라진 점은 호오의 여지가 있어 보인다. 말그대로 숨막히는 중국사와 조선사의 서술 뒤에 숨돌릴 여지를 준다는 장점도 있지만, 궁중 문화의 묘사에 치중하게 되는 측면이 있어 일본의 발전 과정을 잡아내지 못한 점은 아쉬웠다. 

삼국 근대사를 흥미롭게 알아가기를 원하는 사람에게, 특히 근현대사가 지겹다고 생각하는 고등학생에게라면 망설임 없이 권할 수 있는 책이라고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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