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의 영어 제목은 The Art of Korean Wars입니다. 사실 한글 제목보다 이 제목이 오히려 책의 내용을 잘 드러내주고 있지 않은가 싶습니다. 흔히 손자병법을 The Art of Wars 라고 하잖아요? 이 책은 손자병법에 나오는 36가지의 전략을 우리 역사 속의 두, 세 장면과 나란히 두고 하나씩 하나씩 곱씹어보는 책이거든요. 제목을 '한국사로 읽는 손자병법'이라고 했어도 괜찮았을 것 같아요. 지금의 제목이 좀 더 무게감 있게 다가오기는 하지만요. 이 책에서 언급되는 한국사의 장면장면들은 모두 고교단계의 국사를 배웠다면 왠만큼 알만할 친밀한 사건들입니다. 잘 알려지지 않은 장면보다 어느 정도 알려진 장면들을 택한 것은 좋은 선택이었다고 생각되요. 일단 꼭지의 제목만 봐도 약간이나마 전개가 예측 되면서 흥미가 생기게 되거든요. 특히 2개의 장면을 하나의 꼭지에 대해 병렬시켜둔 것도 좋고요. 좀 더 넓은 시야로 전략의 적용에 대해서 보게 되니까요. 동양고전이 대부분 그렇듯이 삶에 대한 현실적인 통찰력을 길러준다는 점에서, 또 국사에 대한 지식을 넓힌다는 측면에서 중고교생에게 더욱 유익하지 않을까 합니다. 다만 손자병법이나 마키아벨리의 군주론이 가진 고질적 논쟁은 이 책에서도 유효하게 작용합니다. 삼국지를 10번 읽은 사람과는 가까이 하지도 말라는 말이 있지만, 그런 의미에서라면 손자병법이나 군주론은 3번 읽은 사람의 곁에도 가지 말아야 될테니까요. 병법이라는 것이 결국 효과적으로 타인을 '짓밟는' 방법인 이상 당연하다면 당연한 이야기일 것입니다. 하지만 세상 모든 사람들이 선량할 수는 없고 가치관은 다양하며 역사에 대한 객관적 판단이 불가능하다는 점에서 볼 때 이러한 책의 가치를 부인할 수는 없는 일이겠지요. 그래서 작가 역시 손자병법은 오히려 선량한 사람이 읽어두어야할 책이라고 굳이 덧붙였을 것입니다. 예로 든 사건들 역시 '역사적으로 정당하다'라고 판단되는 사건들보다 '승리했다'라고 판단되는 사건들 위주입니다. 따라서 정상적인 사람이라면 읽으면서 약간 불편하다고 느껴지는 게 정상일 듯 싶네요. 결국 현명한 사람은 세상과 사람을 넓게 보고 넓게 포용할 수 있는 사람일 것입니다. 알면서도 실천하기 어렵기 때문에 교훈이라고 불리는 것이겠지만 그런 의미에서 손자병법의 가르침은 분명 교훈일테고요. 이 책을 통해 다시 한번 곱씹어보면서 눈을 씻어내고 주위를 둘러보는 것은 어떨까요? 특히 청소년들에게라면 분명 사고의 지평을 넓힐 수 있는 기회가 되리라 생각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