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닷가의 모든 날들 - 둘리틀과 나의 와일드한 해변 생활
박정석 글.사진 / 중앙books(중앙북스) / 2010년 2월
평점 :
절판


(다시 읽어보니 이번에는 제대로 주관적인 글을 써버린 듯 하군요. 다소간 가감을 해서 읽어주시면 좋겠네요.)

 

개인적으로 좋아하지 않는 분야의 책이 있다면 자기 개발서와 수기가 아닌가 합니다. 모두 다 그런 것은 아니지만 이런 책들이 보여주는 인생에 있어 모범답안이 있다는 듯한, 혹은 자신의 인생이 롤 모델이 될 수 있다는 듯한 태도가 별로 마음에 들지 않기 때문이지요. 게다가 수기의 경우 어떤 책보다 자기 자신에 대해 솔직하지 않으면 안되는데 사람은 아무리 노력해도 일정부분 자기자신에 대해 솔직할 수 없다고 생각하거든요. 수기라는 이름의 소설은 제법 짜증이 나거든요.

 

그래서 이 책을 손에 들었을 때 기대치는 그냥 '한번 읽어나 보자'는 심정 정도였던게 사실이에요. 게다가 표지를 보아하니 제가 정말 소름끼쳐하는 '안빈낙도'라는 고전적 주제를 다룬 책인 게 확실해 보였거든요. 도시 생활에 질린 한 사람이 느긋하게 시골로 내려가서 자연이 어떻네, 인간 냄새가 어떻네 얘기하는 건 원래 그곳에 살던 사람의 삶을 모욕하는 것이라고 생각하니까요. (얘기하고 가만히 생각해보니 저도 참 시골스런 마인드를 가지고 있죠?) 아무튼 명상적 성격이 강한 월든조차도 불편한 부분이 있다고 느꼈을 정도니까요.

 

그래서 마지막 책장을 덮고 난 후 나의 소감은? 전체적으로 상당히 잘 쓰여진 수기다라고 말씀드릴 수 있지 않을까 해요. 일단 저자는 삶에 대해 무리하는 태도를 보여주지 않아요. 저는 박완서 선생님을 상당히 존경하는데요, 왜냐하면 이분이 쓴 글은 삶의 가치에 대해서 말하면서도 이래야 한다 저래야 한다 떠들고 싶은 강박을 굉장히 잘 자제해내시거든요. 아시다시피 이게 옳네 저게 그르네 설교하고 싶은 욕망도 인간 유전자에 박혀있는지라 그것을 자제하는 것은 정말 힘들다고 생각하거든요. 하다못해 지인과의 술자리만 회상해봐도 그렇지 않던가요.. 그것이 연륜에서 나오는 것인지, 타고난 포용력에서 나오는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저 정도 인생내공을 가진 분은 존경하지 않을 수 없지요. 이 글을 쓰신 박정석 님은 제겐 낯선 이름의 작가였지만 이분도 인생에 대한 예의를 가진 분이라는 걸 느낄 수 있더군요. 어달동에의 삶을 택한 것은 스스로의 행복을 위해서일 뿐, 그러한 삶이 이렇다 저렇다 말하는 것은 최소한도로 자제합니다. 철저히 소소한 것들에 대한 감상을 말할 따름이지요. 어달동에 사는 사람들의 삶에 대해서도 잣대를 들이미는 짓은 하지 않아요. 일단 이부분에서 합격한 이상(?) 기분 좋게 읽을 수 있었던 것은 당연한 일 아니겠어요?

 

자잘한 소감을 덧붙히면서 글을 줄일까 해요. 스포일러가 될 수 있으니 아직 책을 안보신 분은 안보시는 게 좋을 듯 하네요.

 

1. 이 책은 전체적으로 봄 여름 가을 겨울의 흐름이 눈에 보이듯 그려져 있어요. 그래서 마치 어달동에서의 삶을 함께 한 듯 유쾌한 기분이 든답니다.

2. 한 꼭지를 끝낼 때 작가는 한 줄을 띄우고 짧은 문장으로 방점을 찍어주는데요, 이게 아주 멋져요. 강한 여운을 남겨주거든요. 이런 식의 표현력은 제겐 참 신기하게 느껴질 따름입니다.

3. 중간중간 삽입된 사진들이 글의 분위기와 잘 어울려요. 저자가 직접 찍은 사진이니 당연한 일일까요? 사진의 질이 훌륭해서 처음에는 사진작가를 초빙해서 찍은 사진인 줄 알았을 정도였어요.

4. 둘리틀은 어떤 분일까요? 게으름뱅이를 뜻하는 말인 것으로 아는데 한번 만나보고 싶어지는 분이네요.

5. 이달고, 전 언제 돌아오려나 기다렸는데 음, 역시 현실은 현실인것이겠지요? 마스코트적인 존재라 멋대로 생각했던지라 저까지 약간 짠해지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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