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회영과 젊은 그들 - 아나키스트가 된 조선 명문가
이덕일 지음 / 역사의아침(위즈덤하우스) / 2009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삶을 살아가는 방법은 사람의 수만큼 달라질 수 있겠지만 크게는 두가지로 나눌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名을 택하는 삶과 實을 택하는 삶이 그것이다. 인간이 개체로서만 유의미하다면 당연히 實의 삶을 택하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오직 개인의 희노애락만이 중요한 것일 테니까.. 인간이 하나의 유기체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을 인정한다면 實의 삶은 가장 합리적인 선택이 된다. 하지만 인간은 항상 그 이상의 무엇을 바라게 된다. 그리고 그 이상을 구현하는 삶을 보면 아름답다고 느낀다. 名을 택한자의 삶은 그만큼 빛나보이는 것이다.

이 책에서는 일제 치하에서 철저히 名의 삶을 택한 사람들의 모습을 그리고 있다. 제목에서 주는 인상으로는 이회영이라는 인물의 평전처럼 생각될 수 있겠지만 실제로는 이회영의 삶을 시기별로 살피면서 각각의 시기별로 조국을 위해 희생한 젊은이들의 삶을 모자이크처럼 맞춰놓고 있는 책이라는 것이 정확할 것이다. 이회영이라는 이름은 사실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낯설지 않을까 싶다. 국사책에 올라가있는 이름이 아니니까 말이다. (인간의 기록이라는 것이 한편으로는 한없이 두툼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얼마나 얄팍한 것인지..) 그러나 이 책에 따르면 이회영은 우리가 잘 알고 있는 많은 역사적 장면들에 등장하고 있었다. 경술국치의 시기에 이미 불혹의 나이었지만 죽음에 이르기까지 한시의 멈춤도 없이 활동을 계속하였기 때문에 역사 여기저기서 그의 편린이 드러나고 있는 것이다. 개인으로써 본다면 이러한 그의 삶은 불행하다 혹은 어리석다는 말로 치부되기에 무리가 없다. 소위 말하는 사서 고생하는 인생의 전형이니 말이다. 그가 부역의 삶을 택했다면 그 개인은 물론 가족들까지 풍족한 삶을 살 수 있었을 것이다. 따뜻한 방에 누워 가족에게 둘러싸여 죽음을 맞이했을 것이고 말이다. 그러나 그는 말그대로 조국을 또 하나의 자아로 삼아 형극의 길을 걸어갔다. 그리고 결국 고문 끝에 차가운 감옥 안에서 죽음을 맞이해야 했다. 안창호, 신채호, 안중근, 김구 등 많은 독립운동가들의 삶이 그러했듯 말이다. 

역사의 평가니, 노블레스 오블리주니 같은 말은 좋아하지 않는다. 이런 말에서는 위선의 냄새가 나기 때문이다. 명의 삶이 항상 아름다운 것도 아니다. 명을 택한 자들이 치러야하는 피값이 실을 택한 자들이 치러야할 피값 못지않은 것도 사실이니까.. 하지만 인간의 삶이 아름다워야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라면 이 책속에 등장한 인물들의 면면을 기억해야할 것이다. 이들의 삶은 아름다웠고 그렇기에 이들만큼 젊은 그들이라는 호칭이 어울리는 사람은 없을테니까 말이다. 책장을 덮으면서 문득 거울에 얼굴을 비춰보게 된다. 과연 지금을 사는 나의 얼굴은 아름다운가...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