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할머니가 두둥실 ㅣ 리리 이야기 7
이형진 글.그림 / 시공주니어 / 2016년 5월
평점 :
저는 그림책을 좋아하지만 한 작가가 마음에 든다고 시리즈로 구입하는 경우는 조금 드물어요.
왜냐하면 전집처럼 시리즈로 나온 책 중에서 마음에 드는 책도 있고,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어서 말이죠.
그나마 시리즈로 갖고 있는 책이라면 귀여운 톰과 이네스의 성장일기를 그린 시공주니어 네버랜드 마음이 자라는 성장 그림책과 반짝반짝 비늘이 매력적인 무지개물고기 시리즈, 그리고 공룡 좋아하는 아들 입맛에 딱 맞는 미야니시 타츠야의 '고 녀석 맛있겠다' 시리즈 정도인 듯 싶어요.
그런데 이번에 읽어본 시공주니어 리리이야기는 아이 뿐만 아니라 어른에게도 잔잔한 감동을 주는 여운있는 그림책이라서, 새로 구입하고 싶은 시리즈에 포함시키고 싶더라구요!
시공주니어 리리이야기는 부모가 이혼 후 시골에 혼자 사는 외할머니 집으로 온 리리의 좌충우돌 성장기에요!
모두 8편으로 되어 있는데, 다른 그림책에 비해 글의 양도 많지만 책에 담긴 인생이야기는 너무 어린 유아들이 이해하기에 좀 어려운 터라 7세 이상 권장하는 그림책이에요.
시공주니어 네버랜드 마음이 자라는 성장그림책 시리즈도 단행본으로 한권씩 구입해서 읽어도 글의 내용은 이해되지만, 1권부터 읽어 보는게 동생 이네스가 태어나면서 겪는 톰의 심정변화를 시간의 변화에 따라 더 구구절절 느낄 수 있어서 모두 구입해서 읽어보길 추천하거든요.
마찬가지로 시공주니어 리리이야기도 리리라는 아이의 행동을 이해하려면, 가급적 <돼지궁전>부터 읽어 내려가는게 좋을 것 같아요.
각 책의 표지만 봐도 느낄 수 있지만, 그간 우리나라 그림책에서 보기 힘들었던 독특한 색감과 분위기의 그림, 그리고 부모의 이혼 후 리리가 겪는 내면 변화 등을 구구절절 느낄 수 있어서 책의 저자인 이형진 작가님의 다른 책들도 무척 궁금해지네요!
8 권의 시리즈 중에서 똘망군이 만나 본 책은 <할머니가 두둥실>이었어요.
살짝 아쉬운게 다른 책들은 남녀 구분 없이 모두 공감할 수 있는 소재를 다루고 있는데~
<할머니가 두둥실>은 나이 불문하고 누군가를 좋아하는 마음을 손거울이라는 소재를 이용해서 표현하고 있기에 7살 아들이 이해하기엔 살짝 거리가 있었네요.
게다가 요즘 아이들은 조숙해서 유치원부터 누구를 좋아한다는 둥, 결혼할거라는 둥~ 이런 이야기를 한다는데, 7살 똘망군은 어릴 때부터 여자친구들하고 노는 건 재미없다고 생각해서 누구를 좋아한다는 이야기를 해 본 적이 없거든요.--;
그렇다보니 <할머니가 두둥실>에서 멀리서 뛰어 오는 기오를 보고 리리의 가슴이 콩닥콩닥 거렸다거나, 깨진 손거울보다 기오의 얼굴이 자꾸 생각난다거나, 인도왕자가 추천해 준 손거울과 스카프를 메고 좋아하는 외할머니의 모습 등이 잘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하더라고요.
7살 아들에게 공감을 자아내긴 살짝 부족했지만~ 이미 산전수전 다 겪은 엄마 입장에서 보는 <할머니가 두둥실>은 참 잘 만들어진 그림책이에요.
'거울'이라는 소재를 잘 활용해서~ 좋아하는 사람에게 더 잘 보이고 싶어하는 리리와 외할머니의 마음을, 거울에 비춰지는 자신의 모습을 가다듬으로써 더욱 극대화시켜 보여주네요!
거실에 걸린 큰 거울에 비춰진 모습 뿐만 아니라, 리리가 좋아하는 기오를 기다리며 약국 유리창에 모습을 비춰가며 설레임을 표현하거나, 외할머니가 사 준 리리의 손거울을 기오가 밟아서 깨뜨리면서 살짝 위기감을 조성했다 '인도왕자'의 존재를 알게 되는 클라이막스 단계까지~ 나를 비춰주는 거울을 통해 많은 상징적인 의미를 부여하고 있는 것 같아요.
거울 뿐만 아니라 이야기의 전체 흐름을 이어가는 또 다른 소재는 바로 비눗방울인데요!
비눗방울은 명화 속에서는 주로 인생의 무상함이나 세속적인 가치추구의 허무함 등을 이야기하는데~
아이들 눈높이로 보면, 비눗방울은 호기심 그 자체로 다가와 팡 터뜨릴 때 문제 해결을 한 시원한 느낌을 주는 것 같아요.
"비눗방울이 무지갯빛으로 피어났어. 둥실둥실, 두둥실. 비눗방울은 빙글빙글 춤을 추었지. "
친구들과 함께 피에로 마술쇼의 비눗방울 공연을 보면서 나오는 표현이 그런 리리의 내적 갈등이 해소됨을 알려주는 신호탄인 것 같아요.
또 기오에게 손거울과 함께 비눗방울을 선물받은 리리~
리리는 이 손거울과 비눗방울을 가지고 자기가 선물받은 스카프가 떡집할머니랑 같다고 토라진 외할머니의 마음을 다독거려 주네요.
마지막 꿈 속에서 돌아가신 외할아버지께 외할머니가 인도왕자님한테 푹 빠졌다고 고백하는 장면까지~
방울방울 비눗방울이 함께 해서 리리가 느끼는 내적 만족감을 표현하는 듯 싶더라구요!
똘망군과 책을 다 읽은 후, 가장 인상깊었던 내용이 뭐냐고 물었더니, 어린아이답게 리리가 비눗방울 불면서 걸어가는 게 기억난다고 하더라구요.
그래서 집에 있던 비눗방울 셋트를 챙겨서 놀이터에 가지고 나가 동네 꼬마들과 간만에 신나게 비눗방울 잔치를 벌였네요! :)
아직 이성에 눈뜨지 않아 100% 공감할 수 없었던 게 아쉬웠지만, 나중에 아이가 누군가를 좋아하거나, 누군가에게 좋아한다 고백을 받았을 때 이 책을 다시 읽어 보면서 그 마음을 이해해볼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어요.
다른 시공주니어 리리이야기는 또 어떤 소재로 재미있게 이야기를 풀어 나갈지 너무 궁금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