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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힘들지? 취직했는데 - 죽을 만큼 원했던 이곳에서 나는 왜 죽을 것 같을까?
원지수 지음 / 인디고(글담) / 2019년 10월
평점 :
직장인이 된지 얼마 안 된 사람이라면, 취업이라는 목표를 달성한 이후에 그다음 목표를 세우지 못했다면 힘들 것이다. 그다음 목표가 불분명할 때, 내가 생각했던 일과 다른 현실까지 덮친다면 더 힘들 것이다. 또 직장인이란 수식어가 학생보다 익숙해졌다면 이직에 대한 고민, 성과에 대한 고민, 일과 삶의 조화에 대한 고민이 이어질 것이다. 『왜 힘들지? 취직했는데』의 저자는 그 과정을 거쳐온 프로 직장인이다. 그 고민에 대해 차근차근 자신의 경험을 미루어 공감해준다. 조언이나 충고 혹은 프로 직장인 가이드가 되어주기보다 "이해한다"라고 말한다. 당신만 힘든 것이 아니라 모두가 힘들기에 별거 아닌 것이라 말하지 않는다. 나와 같은 사람이 또 있다는 사실에 작은 위안을 건네고, 그 위안 속에 '나다움'을 발견할 수 있을 것만 같다.
책은 총 4장으로 이루어져 있다. 직장에 들어갔을 때, 이직을 고민할 때, 더 나은 직장인이 되고 싶을 때, 그리고 직장인의 삶이 익숙해졌을 때 찾아오는 고민에 대한 글이 "왜 힘들지 취직했는데?", "그만두고 싶은가, 시작하고 싶은가", "그런다고 누가 알아줘?", "언제쯤 안정될 수 있을까"에 묶여 있다. 직장인이 가지고 있는 고민이 다를 것이고, 자신의 고민에 맞는 부분을 찾아 읽으면 좋은 책이다. 저자는 섣부른 조언이나 위로를 아낀다. 대신 자신의 이야기를 담담히 풀어낸다. 그 이야기에 학교를 다니고 졸업하는 과정을 거친 후에 직장인이 된 "평범한 직장인"이라면 공감할 이야기가 많다. 세상이 한편의 소설이라면 당연히 주인공은 나라고 믿었는데, 그 믿음이 어느 순간 조연 혹은 단역밖에 되지 않는 것 같아 힘겨운 사람이 있다면, 다시 내가 살고 있는 세상에서 내가 주인공이게 만들어주는 에세이다.
나는 계속, 답이 없더라도 고민할 것이고, 무겁더라도 나의 선택을 할 것이고, 그런 나를 최선을 다해 이해해 줄 것이다. 꿈꾸고, 만나고, 도전하고, 좌절하며 살아갈 모든 순간의 나를 존중하면서, 지치지 않고 언제고 또다시 초년생이 될 것이다. _ 279쪽
다가오는 10월이면 입사한지 5개월이 된다. 찬바람이 불던 올해 초 하고 싶었던 일을 다시 찬바람이 불어오는 계절이 되기 전에 하고 있다. 5개월이란 시간이 눈 깜빡한 새 지나가버렸고, 여전히 나는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는 내가 신기하고 또 놀랍다. 일이 쉽지 않지만, 어렵기에 도전의식이 생기고. 내가 알던 모습과 달라 낯설지만, 그 낯섦이 익숙함으로 바뀔 때 설레고. 실수할 때마다 스스로를 탓하며 미워할 때도 있지만 조금 더 눈과 정신에 힘주어 일하는 법을 배우며 조금은 직장인스러워지는 내가 신기할 때도 있다.
거짓말처럼 들리겠지만, 나는 5월처럼 아니 첫 출근했을 때보다 지금 더 설렌다. "우리가 취업을 할 때 꿈꾸었던 '와, 오늘은 무슨 일이 일어날지 설레서 미치겠어!' 따위의 즐거운 출근이란, 현실에서는 영영 불가능한 미션인 건가."라고 저자가 말한 그 불가능한 미션을 실행하고 있는 직장인이다. 의심의 눈으로 보는 사람이 있지만, 상관없다. 진짜 그러니까. 물론, 직장을 다니며 힘들지 않다면 거짓말이다. 하지만 나의 힘듦은 『왜 힘들지? 취직했는데』의 저자가 말하는 많은 힘듦과 달랐다. 나는 더 잘하고 싶은데, 실수가 잦은 나 때문에 힘들었고. 더 잘하고 싶은데, 어떻게 해야 더 잘하는 것인지 몰라 답답해서 힘들었다. 결국 시간과 경험이 해결해주는 문제 앞에 조급해진 내가 날 힘들게 했다.
간절히 원했던 무언가를 이룬 후엔, 그것을 '이루고자 했던' 가장 큰마음의 동력이 사라지면서 그 자리에 두려움이나 불안함 같은 성질 급한 감정들이 들어앉는다. 그런데, 그 감정을 쫓아내려는 마음은 더 성질이 급한 게 문제다. _ 130쪽
힘든 보통의 직장인 뿐만 아니라, 조금 다른 고민을 안고 있는 나에게도 여러 가지를 생각하게 만드는 책이었다. 내가 책에서 가장 공감한 글은 "그런다고 누가 알아줘?"였다. 글 중에 이런 말이 나온다. "아무도 칭찬해 주지 않겠지만, 나는 알고 있다. 이런 무수한 작은 성공의 순간들을. 아무리 작은 것이라도, 내가 노력해서 나아진 것이 있다면 그것은 성공이다. 그런 작은 성공의 경험들을 무심히 흘려보내지 말라.". 나는 일을 하며 매일매일 조금씩 나아지려고 한다. 조금 더 일을 잘 해내는 마케터가 되고 싶고 그렇기 위해 노력한다. 누군가에게 칭찬을 받으려고 하는 것이 아니다. 내가 더 나은 마케터가 되고 싶어서 하는 일이다. 그 노력을 내가 알고 있다. 그로써 충분하다.
하지만 현실은 그것으로 충분하지 않다고 말한다. 그 노력이 성과로 이어져야 하고, 그것은 보상받을 수 있는 결과로 이어져야 한다고 말한다. 인생의 선배들이 해주는 피가 되고 쌀이 되는 조언을 흘려듣는 것은 아니다. 중요한 일이다. 나는 타인보다 나 스스로에게 인정받았을 때 행복한 사람이다. "내가 밤을 새워 고민했던 나날들이 기특해서, 내가 최선을 다해 얻어낸 결과가 뿌듯해서, 내가 이를 악물고 버텨온 시간들이 짠해서, '해냄'의 순간순간마다 나의 가슴은 기쁨으로 벅차올랐다."라는 저자의 말에 공감했다. 불합격 통보를 계속 받았던 시기에 흔들리는 멘탈을 부여 잡을 수 있었던 건, 내가 나를 믿기 때문이었다.
"작은 성공의 경험들이 만드는 건 근거 없는 자신감이 아니라, 오늘 이만큼 해낸 내가 내일도 성공할 수 있다는, 힘차게 뿌리내린 자존감이다"라는 저자의 말에 별표를 친 신입 마케터는 이만 오늘을 위한 준비를 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