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20 VS 80의 사회 - 상위 20퍼센트는 어떻게 불평등을 유지하는가
리처드 리브스 지음, 김승진 옮김 / 민음사 / 2019년 8월
평점 :

역사학자 제임스 트러슬로 애덤스는 아메리칸드림에 대하여 이렇게 말했다. "인간을 위해서가 아니라 계급의 이익을 위해 이전 문명들이 오랫동안 구축되어 온 장벽의 제약을 벗어나, 남녀 모두가 인간 개인으로서 온전하게 성장하고 발전해 나갈 수 있으리라는 꿈". 어느 순간부터 어디에도 없는 곳이란 의미의 유토피아처럼, 아메리칸드림도 잡히지 않는 신기루가 되어버린 지 오래다. 우리 사회가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지만, 계층 이동성이 어려워졌다는 걸 부정하기 힘들다. 하지만 『20vs80의 사회』의 저자는 사라진 것은 아메리칸드림이 아니라, "중상류층이 아메리칸드림을 사재기"하고 있기에 보이지 않는 것이라 말한다. 중상류층 20%가 사회의 모든 특권을 차지하고 있어 그 나머지 80%가 닿을 수 없었던 기회에 대해 고발한다.
저자는 사용하는 언어에서 계급이 드러나는 영국에서 나고 자라, 미국으로 이주한 이민자다. 저자가 볼 때, 영국과 달리 미국은 상류 계급이 존재하지 않으며 계급에 따른 우월 의식이 존재하지 않는다. 누구에게나 평등한 기회가 있으며 자유롭게 자신의 삶을 살아갈 수 있는 자유를 허용한 국가라고 믿었다. 하지만 보이는 미국과 달리 그가 살아오며 깨달은 미국은 소득 상회 계층에 대한 세대 간 경직성이 높을 뿐만 아니라, 소득에 따른 계급 사다리 상위 20%의 고착화된 정도가 점점 심해졌다는 것을 지적한다. 그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소득 상위 20퍼센트 가구에서 자란 아이 중 37%가 성인이 되었을 때도 소득 상위 20%에 존재"하며, "부를 지표로 삼았을 때도 44%가 부모 세대에 이어 부에서도 상위 20%에 속한다." 학력 역시 46%가 계속해서 부모와 같은 정도의 학력을 유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불평등이 심화된다는 것은 중상류층에서 떨어질 경우 더 깊게 추락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면 중상류층 부모는 자녀가 떨어지지 않도록 유리 바닥을 깔아 주고자 할 동기가 커지며, 그들은 그렇게 할 수 있는 자원도 있다. 그래서 기회 사재기를 포함해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을 다해서 자녀의 하양 이동 위험을 줄여 주려고 한다. 그들의 노력이 성공적일 경우, 위쪽이 더 경직적인 계층 구조가 생겨나게 된다. 그러면 중상류층은 자녀가 계층을 계속 유지할 것이라고 확신하게 되어 재분배 정책에 돈을 지불할 의향이 줄어든다. 그러면 불평등이 더 심화된다."
저자는 소득과 부 그리고 학력의 대물림이 이루어지는 현상을 지적하는 것이 아니다. 상위 20%가 자신이 누리는 부가 계속해서 대물림 되는 것보다 심각한 문제는 하위 80%와 상위 20% 간의 격차가 극심하게 벌어져있다는 데 있다. 그리고 이 두 사안이 하나의 사이클을 이루고 있는 것이 문제다. "현재 (미국의) 구조에서는 중산층에서 아래로 이동하는 것이 연착륙이 아니라 추락"으로 보일 만큼 중상류층과 나머지 사이의 격차가 크게 벌어져 있다. 이 냉혹한 현실에 "중상류층은 기를 쓰고 자신과 자녀의 중상류층 지위를 지키려 할 것"이라 말한다. 그 결과 상위 20%와 그 나머지 사이에 유리 바닥 혹은 유리 천장이 놓이게 되었다. 능력 본위만으로 기회의 평등이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는 점. 모두가 같은 출발선 위에 서있는 것이 아니라는 점. 그리고 때로 누군가는 조금 더 수월한 방법으로 경기를 치르고 이 과정이 점차 심화되어 간다는 걸 저자는 비판하고자 했다.
저자는 알고 있다. 개인의 자유가 보장된 미국에서 합법적으로 자녀를 위한 기회 사재가가 법적으로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개인의 욕망에 기초한 자연스러운 선택이라는 것을. 하지만 "잘 사는 사람들은 자신이 가진 것을 지키기 위해 결집할 것이고 이들이 사용할 수단에는 다수의 인구를 희생해서 자신의 이득을 챙기는 것들도 포함될 것"이라는 경제학자 앵거스 디턴의 말이 옳을 수 있는 증거로 『20vs80의 사회』을 출간했다. 미국이 수호해야 할 것이 개인의 자유만이 아니고 기회의 평등도 있기에, 이 책을 출간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계획하지 않은 출산을 막고, 육아의 질을 높이기 위한 프로그램을 도입하고, 대학 학자금 조달을 위한 기회를 공정하게 만들고, 동문자녀 우대를 막고, 인턴 기회를 개방할 것을 제안했다.
아쉬운 점은 저자가 상위 20%가 부의 대물림, 자산의 대물림, 학력의 대물림을 고수하기 위해 이용한 전략, 그리고 개인의 자유하에 벌어진 위선적인 행동에 집중했다는 것이다. 나는 20%의 전략과 위선이 팽배할 수밖에 없었던 사회구조적 이유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상위 20%의 삶과 중위 20%의 삶의 격차가 크게 차이나지 않는다면 과연 그들이 모든 것을 독차지하기 위한 유리 바닥을 만들었을까. 결국 중요한 건, 기회의 사재기를 하여 지금의 나의 삶을 수호하게 만드는 사회가 아닌, 상위 20%의 삶과 중위 20%의 삶의 격차가 크지 않은 불평등 완화도 중요하다. 그 시작에 기회의 공정함을 위한 교육을 통한 계층 이동의 사다리 보장이 정말 중요하듯, 상위 20%와 하위 80% 사이의 삶의 격차를 줄이기 위한 노력도 함께 다루었다면 어땠을까. 책을 덮은 후, "나는 우리가 그렇게 할 수 있는 방법을 찾을 수 있기를 바라며 그러리라고 믿는다"라는 말에 깊은 무게감을 느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