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감각은 필요합니다 - '센스 있는 사람'이 되는 생활·일·마음가짐 단련법
마쓰우라 야타로 지음, 최윤영 옮김 / 인디고(글담)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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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감각은 필요합니다》는 '센스 혹은 감각 있는 사람'이 되고 싶은 바람을 구체적으로 현실에서 어떻게 접목하여 감각을 키워왔는지를 담은 실용 에세이다. 기준은 명확하지 않고, 느낌으로만 알 수 있는 그 신비로운 '센스'. 센스있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그리고 지금도. 어렸을 땐 누구를 따라 해서가 아닌, 나라는 사람에게서 묻어나는 고유함이 묻은 센스를 가지고 싶었다. 하지만 센스란 골몰하며 얻는 것이 아니었다. 결국 내가 가진 좋은 습관은 어딘가에서 보았고, 내가 받았던 배려에서 온 것이었다.

경험에 돈을 써야 합니다. 직접 느끼고 배우는 것이야말로 진짜 자신의 감각입니다. 남에게 들은 이야기나 읽고 알게 된 것을 자신의 감각이라고 생각하면 큰 오산입니다. 수많은 정보 중 직접 경험하지 않고는 진짜 자신에게 맞는 것을 찾기란 쉽지 않습니다. _ 78쪽

좋은 감각을 체득하는 방법을 읽다 보니, (당연한 말이지만) 센스는 시간을 투자해야 하고 나의 노력이 들어가야만 얻을 수 있다. 사람을 만나는 수고로움, 호기심을 버리지 않고 무언가를 배우고 싶은 마음, 그렇게 부단히 나의 감각을 연단하기 위한 투자가 필요한 일이었다. 노력하여도 정량적으로 측정할 수도 없고, 센스 인증 시험이 있어서 인증을 받을 수 있는 것도 아니기에 즉각적인 뿌듯함을 얻을 수는 없다는 점은 아쉬운 일이지만.

저자는 인간관계, 말하는 방식, 시간을 채우는 방법 전반을 통해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 모두를 아우르는 좋은 감각에 대한 단상을 전한다. 단순히 세련된 외모나 감각적인 옷차림이 아니라 그 사람 전반에서 풍기오는 아우라와 태도, 품격이 바로 그 감각에서 나오기 때문이다. 어쩌면 센스나 좋은 감각이 드러나는 순간은 타인의 시선이 닿을 때이지만, 그 과정 중에 나의 삶을 반질반질 닦인다. 그래서일까. 꼭 누군가에게 발견되지 않아도 내가 나를 조금 더 마음에 들어 할 수 있는 이유만으로도 센스는 필요한 것이 된다.



나 역시 그렇습니다. 함께 무언가를 생각하며 이야기를 나누고 싶거나 그 사람에게서 무언가를 배우고 싶은 마음이 들게 하는 사람을 만나고 싶습니다. _ 19쪽

나는 이 부분이 좋았다. 나의 좋은 습관은 나 스스로 갖추기보다 내가 만난 좋은 사람, 나에게 선한 영향력을 준 분께 배운 것이었다. 앞으로도 그런 사람을 많이 만나고 싶고, 나 역시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 좋은 감각은 한 번에 얻을 수 없고, 만남과 노력이 수반되며 수많은 시행착오를 통해 알게 된다. 바람이 있다면 실패는 조금 덜 아프게, 우연을 통한 행운은 한가득 오면 좋겠다. 저자는 사소하고 작은 부분에 행복과 배움이 있고 조금씩 차곡차곡 쌓아나가는 것이 "좋은 감각"이라고 말하지만. 무리하지 않고 행운을 바라는 욕심쟁이인 내가 언제쯤 꽤 훌륭한 센스를 장착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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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드나무에 부는 바람 인디고 아름다운 고전 리커버북 시리즈 12
케네스 그레이엄 지음, 정지현 옮김, 천은실 그림 / 인디고(글담)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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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자연 속에서 살다 보면 가혹한 일도 많으리라.

그래도 눈 앞에 펼쳐진 그 공간 속으로 지혜롭게 따라갈 것이다.

평생 즐거운 모험이 가득한 그곳으로.



《버드나무에 부는 바람》은 참 인상적이었다. 묘사가 인상적이라 좋았다. 글을 읽는 것만으로도 숲 속 풍경이 그려지는 것만 같았고, 동물 친구들이 내는 소리와 듣는 소리 그리고 움직임이 그려져서 신기했다. 이따금 내 머릿속으로 그려진 풍경보다 더 동화 같고 아름다운 인디고 아름다운 고전 시리즈의 삽화를 보는 즐거움도 꽤 컸다. 이 소설은 시력이 약한 아들을 위해 저자가 직접 지은 동화라고 한다. 간단하고 단순한 서술로도 진행할 수 있는 이야기에 저자가 더한 자세한 묘사는 아들에 대한 깊은 사랑의 증거일지도 모른다. 


해보고 싶다는 충동에 지곤 하는 두더지는 모험을 시작하고, 자신을 찾아오는 두더지를 반갑게 반기는 들쥐, 조금 재수 없는 두꺼비, 지혜로운 오소리. 의인화한 동물들이 펼치는 이야기는 여름밤 머리맡에서 누군가 읽어줬으면 하는 따뜻한 이야기였다. 그다음엔 어떤 일이 펼쳐질지 호기심을 자아내는 이야기는 사계절 중 유난히 짧은 여름밤에 딱 어울렸다. 소설 속 배경이 추위가 스미는 겨울이 아닌 장대비가 쏟아지기도 하고 햇볕이 쨍쨍하기도 한 변화무쌍한 여름을 닮았기 때문이다. 


나중에 되돌아봤을 때 '그랬더라면 좋았을 텐데.'하고 바라는 일들이야말로 가장 짜릿하고 신나는 모험이다. 그런데 위는 어째서 그런 모험이 드문 걸까? 사실로 보기엔 좀 부족한 희망 사항일지라도 어쩌면 그것은 훗날 진짜 모험이라고 말할 수 있지 않을까? _ 289쪽


처음에는 왜 동물들에게 이름을 붙여주지 않았을까 궁금했다. 두더지, 두꺼비, 오소리, 물쥐. 각각 한 명 한 명에게 이름을 붙여주었다면 더 매력적이었을 텐데. 아니면, 읽는 독자가 어울리는 이름을 붙여보라는 작가의 숨은 의도였을까. 모르겠지만, 읽는 내내 소설 시리즈 <나니아 연대기>가 생각났다. 오소리와 물쥐는 소설에서도 등장할 것만 같은 캐릭터였기 때문이다. 인물들이 집을 떠나 멀리멀리 여행을 갔다가 다시 집으로 돌아오는 과정을 읽으며, 조금은 자란 모습이 보이는 것만 같았다.


가장 기억에 남는 동물을 꼽으라면, 난 두꺼비였다. 가장 괜찮아 보이는 건 오소리였지만, 역시 어딘가 얄미운 구석이 있지만, 그런데도 미워할 수 없는 캐릭터에게 애정이 더 가는 건 어쩔 수 없는 듯싶다. 빅토리아 시대를 지나, 영국이란 국경을 넘어 지금까지 이 이야기가 사랑받는 걸 보면, 어른이 되어도 자라지 않은 채 각자가 가지고 있는 어린 구석을 매만져주는 그런 마력이 있어서가 아닐까. 내가 두꺼비가 기억에 남았던 이유를 돌아보면 나와 닮은 면이 있어서 그런 게 아닐까. 


"다 너를 위해서야, 두꺼비. 너도 이제는 새롭게 변해야만 한다는 걸 잘 알잖아. 지금이 그 시작을 위한 좋은 기회야. 네 인생이 바뀔 시기라고. 이런 말을 하는 나도 너만큼이나 마음이 아프다는 걸 알아주면 좋겠다."


출판사 별로 《버드나무에 부는 바람》을 모았던 소설 주인공 은섭이 진짜로 있다면, 그의 서가 한쪽에 하늘색 이 책도 놓여 있지 않을까. 왠지 여름 하늘을 닮은 이 책이 가장 빛나고 있을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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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썼다, 오늘의 공무원 - 오늘도 국가 뒤에서 묵묵히 일하고 있는 공무원들에게
영지 지음 / 허밍버드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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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썼다, 오늘의 공무원》을 읽은 건, 공무원인 내 친구가 생각나서였다. "오늘도 국가 뒤에서 묵묵히 일하고 있는 공무원들에게"라는 부제를 바꾸고 싶었다. "오늘도 국가 뒤에서 묵묵히 일하고 있는 공무원을 모르는 모두에게"가 더 어울리는 그런 에세이였다.

 

 

대학에서 행정학을 전공했지만, 공무원에게 필요한 역량을 기르는 과목은 요리조리 피해다녔다. 그 이유는 하나였다. 공무원 조직에 들어가고 싶지 않아서였다. 나와 달리 내 절친은 대학에서 다른 전공을 공부했으나, 차근차근 공무원 준비를 마치고 최근에 8급으로 호봉이 오른 훌륭한 공무원이 되어가고 있다. 친구가 보내는 일상을 들을 때마다, 보이지 않았던 국가의 움직임이 선명하게 보이는 것만 같았다. 그 안에서 고충이 많지만, 친구는 담담하게 몇 마디 쏟아두곤 스스로 괜찮다고 말했다.

 

책을 읽으며 (직무는 다르지만) 내 친구가 보내는 일상이 이와 같을까 짐작가는 부분이 많았다. 힘든 일을 다 내색하지 않는 친구는 "오늘, 사회적 거리두기 실천하고 있는지 확인차 종교시설에 왔어."라는 톡으로 가볍게 설명했지만, 코로나로 무너진 나의 일상보다 공무원인 친구의 일상은 더 자주 무너지곤 했다. 책을 읽으니, 지금도 진행되고 있는 공무원의 일상까지 다 담겨 있었다. 제목처럼 애써 일하고 있는 공무원의 일상이 담담하게 기록되어 있다.

 

 

거절은 어떤 사람에게는 엄청난 무례함이 되기도 한다. 그리고 그 거절이 공무원에게는 두고두고 따라다니는 꼬리표가 될 수도 있다. _76쪽

 

 

어떤 일이든 각각의 어려움이 있기 마련이다. 그런데 공무원이란 직업은 참 이상한 직업이다. 모두가 되고 싶어하지만, 되고 나면 내 세금을 허투로 쓰는 사람인냥 대하기도 하는 직업이다. 이와 같은 에세이를 읽을 때마다 내가 몰랐던 직업의 속마음을 확인하는 것만 같아 어렵기도 하고 불편하다. 하지만 세상 혼자 사는 것 아니고 누군가의 삶이 생각보다 자주 내 속으로 침윤되어 올 때가 많다. 그리고 적극적으로 받아들이고 싶을 때도 있다. 가령 내가 좋아하는 친구의 고충을 더 진심으로 들어주고 싶을 때.

 

 

내가 속한 조직에서 누구도 내 편이라고 느껴지지 않을 때 누군가 잠깐이라도 손을 내밀어준다면 어떨까. 공감해주고 '그럴 수 있다'고 다독여주고 '힘내라'고 한마디 해준다면. 나는 이걸 선한 영량력의 '사무실 버전'이라 하고 싶다. _144쪽

책을 읽으며 공무원이 어떤 일상을 보내는지 알 수 있었고, 그 일상에서 어떤 심리적 고민이 있는지도 알 수 있었고, 그 고민이 고민에만 머무르지 않도록 작은 변화를 일으키는 것까지. 10년 동안 자신이 하고 있는 일이 자신을 압도하도록 두지 않고 공무원이란 자신의 정체성을 자연스럽게 자신의 것으로 만들기까지를 읽을 수 있었다. 공무원이라면 더 공감하고, 공무원이 아니라면 공무원을 조금 더 이해할 수 있는 책을 조금 더 많은 사람들이 읽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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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책을 읽는 이유 - 기시미 이치로의 행복해지는 책 읽기
기시미 이치로 지음, 전경아 옮김 / 인플루엔셜(주)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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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에 입사를 준비하며, 내가 받았던 질문 중 가장 쉬워 보이지만 가장 어려웠던 질문이 3가지가 있었다. "왜 출판사에서 일하고 싶어요?", "왜 책이 좋아요?", "무슨 책을 좋아해요?"이었다. 출판사 입사를 하려고 마음 먹고, 감사하게 출판사에서 일하고 있지만 여전히 이 질문 앞에 서면 나는 어떤 답을 내려야 할지 몰라 망설이곤 한다. 난 그때마다 상대에게 맞추어서 질문자의 기대와 나의 진심을 적당히 버무린 답을 내놓곤 했다.

다독가의 책 이야기를 엿보곤 한다. 책을 많이 읽었다는 사람은 어떻게 이야기하는지, 어떤 이유를 말하는지 궁금해서. 누군가의 이유에서 마음으로는 어렵풋 알지만 설명하지 못한 내 이유를 찾을 수 있을 것만 같았다. 그래서 《내가 책을 읽는 이유》를 읽었다. 그리고 《미움받을 용기》의 저자가 쓴 책에 관한 책이어서 읽어보았다. 카피임을 알지만 "하루도 빠짐없이 책을 읽는 활자 중독자를 밀리언셀러 저자로 만든 행복한 독서법"이라니. 나도 밀리언셀러가 될 수 있을까 싶은 호기로움에 책을 연 마음도 있었다.

독서도 마찬가지다. 독서는 삶과 같아서 목적지에 도착하는 것이 목적이 아니다. 삶의 목적지가 죽음이라면 서둘러 죽어야 한다. 하지만 물론 그렇지 않다. 어디에도 도착하지 않아도 된다. 도중에 쉬어도 되고, 여정을 그만두어도 된다.
어찌 되었든 과정을 즐기지 않으면 책을 읽는 의미가 없다. _ 195쪽

밀리언셀러가 될만한 작가로서 자질이 부족한 것인지, 이 책에서 밀리언셀러 작가의 비밀 독서법은 없었다. 대신 책을 좋아하고, 그 좋아하는 책을 쓰기도 하고 버리지 못하고 계속해서 모으기만 하는 어느 애서가의 독서에 대한 사색이 한가득 담겨 있었다. 일본 에세이 특유의 글에서 볼 수 있듯이, 단정하고 명료한 문장과 글마다 하나의 핵심이 담겨 있어 읽는 데 부담도 없었고, 출근길 퇴근길에 생각을 정리하듯 읽을 수 있었다.

책을 읽는 이유는 좋아서였다. 책이 좋았고, 책을 읽는 것이 좋아서였고. 그 좋음이란 단어로 눙칠 수 있는 말을 하나하나 세밀하게 쪼개어 설명한 글은 "책을 읽는다고 행복해질 수 있는지는 잘 모르겠다. 하지만 나 자신은 책 읽는 기쁨과 즐거움을 알고 있어서 책을 읽음으로써 행복한 삶을 살고 있다"는 자신의 말에 근거로 부족하지 않았다. 그리고 많은 그의 글은 책을 읽으며 그와 비슷한 결의 기쁨과 즐거움을 느끼는 나도 공감 가는 지점이 많았다.

책을 바로 읽지 않는다고 해서 나쁘다고 생각지는 않는다. 어쩌면 이것은 정신적인 쌓아두고 읽기라고 할 수 있겠다. _ 113쪽
책을 출간하고 나면 참조한 책을 전부 팔아치우는 사람도 있다고 들었는데, 나는 그럴 수가 없어서 책이 늘면 늘었지 줄어든 적은 없다. 늘어가는 책을 어떻게 할지가 항상 고민이다. _ 227쪽

내가 오래 눈이 머문 문장들을 보니, 결국 책에 대한 내 고민이 닿아 있는 곳이었다. 책을 사고 또 사지만 읽는 데는 한계가 있어 자꾸만 읽지 못한 책이 쌓여만 가는데 이를 두고 나쁘다고 말하지 않고 "정신적으로 쌓아두고 읽는 것"이라는 우리 가족으로선 궤변인 말에 고개를 끄덕였고, 책을 버리지 못하는 마음에 방이 터져나가기 일보 직전인 나와 달리 철학을 공부하며 책을 쓰기 위해 수많은 책을 또 모은 저자에겐 몇권의 책이 있을지도 궁금해졌다.

누군가가 책을 읽는 이유에서 내가 책을 읽는 이유를 찾고자 했지만, 내 이유는 내가 찾아야 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책이 있어서 행복한 인생을 산다는 선배 독서가처럼, 나도 저자의 나이가 되었을 때도 그 이상의 나이가 되었을 때, "책이 있어 나는 행복한 인생을 살고 있다"라고 고백할 수 있는 사람이면 좋겠다는 바람을 가졌다. 자, 기시미 이치로처럼 날 즐겁게 하는 책을 또 읽어야지. 나의 행복한 인생을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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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의 디테일 - 고객의 감각을 깨우는 아주 작은 차이에 대하여
생각노트 지음 / 북바이퍼블리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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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토의 디테일』은 저자가 교토를 직접 보고 경험한 것을 정리한 생각 노트다. 여행하더라도 어떤 '일'을 하느냐에 따라 발견할 수 있는 것은 전혀 다르다. 마케터, 기획자, 디자이너가 발견한 교토의 모습이 궁금하다면 읽어보길 추천하는 책이다. 내가 일상을 보내는 곳과 전혀 다른 공간 속 건축, 환경, 문화를 짧지만 강렬하게 경험할 수 있는 여행을 성실하게 옮긴 책이다.

 

교토라는 공간을 여행하며 보고 경험하며 자신이 받은 서비스 그리고 구매한 물건에 깃든 것을 성실히 기록한 책이다. 교토는 일본에서도 고즈넉한 전통 도시 중 하나다. 도쿄의 디테일과 사뭇 다른 결로 관찰해야 하는데. 저자가 주목한 포인트 중에 "태도와 맥락"에 드러나는 점에 주목한 점이 인상적이었다. 예스러움을 간직한 교토의 곳곳을 차례차례 방문하며, 그곳에서 느낀 고유한 무언가를 분석하고 정리한 글은 여행기와 달랐고, 일반 마케팅 도서와 또 달랐다.

 

책을 읽다 보면 새로운 아이디어가 그려지는 느낌이다. 내 일상에는 어떻게 이 아이디어를 접목할 수 있을까를 골몰하다 보면, 분명 좋은 아이디어를 발견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교토에서 발견한 디테일이 인상적인 이유는, 오랜 시간 동안 서서히 바뀐 아이디어가 주는 편안함과 은은함이 컸다. 기획과 계획이 돋보인 도쿄의 섬세함과는 분명 달랐다.

 

서두에 『도쿄의 디테일』 이후의 변화를 설명한다. 저자가 말하지 않아도 일본 혹은 다른 나라에서 얻은 아이디어를 도입한 공간이 국내에 점점 많아진 것을 체감 한다. 조금 더 나아가『교토의 디테일』을 읽으면서도 이미 이와 유사한 국내 공간이 어디 있는지 떠올렸고 몇몇 공간이 생각났다. 실제 영향을 받았는지를 확인할 수 없지만, 확실히 새로운 아이디어 자체를 도입하는 속도는 이전보다 더 빨라졌다.

 

지금은 모두가 잘하는 시대입니다. 제품의 퀄리티는 상향 평준화되었고 감각적인 인테리어로 고객을 유인하는 곳도 너무 많습니다. 온라인을 통해 '잘하는 사례'는 금세 퍼지고 이를 업에 적용하는 속도도 점차 빨라지고 있습니다. _205쪽

 

책 속 가이카도 카페의 이야기만은 아니었다. 『교토의 디테일』이 책으로 나올 때 교토에서 발견한 것이 더는 신선한 아이디어가 아니라는 위험 부담이 생긴다. 하지만 그 위험 부담을 아이디어를 어떻게 정리할 수 있고, 어떻게 다른 아이디어로 구체화할 수 있는지, 인사이트를 통해 차별화했다. 아이디어만을 아는 것과 기획자, 마케터, 디자이너의 관점에서 아이디어의 태도와 맥락을 설명하는 데 집중했다.

 

두 번째 디테일 시리즈를 펴내며 퍼블리 CEO 박소령씨는 『교토의 디테일』을 "천 년 동안 일본의 수도였던 작고 고요한 도시에서 발견한 담백한 기본기에 대해서 생각 노트가 정교하게 생각하고 성실하게 기록한 공부 노트"라고 말한다. 디테일에 강한 사람이란 "생각은 정교하게, 행동은 과감하게 하는 사람"이라고 전한다. 이 책에서 정교한 생각에 대한 디테일을 얻어 저마다 꾸준하고 과감한 실행을 해내는 사람이 된다면, 언젠가 대한민국의 어떤 도시도 디테일 시리즈의 주인공이 되지 않을까. 그런 바람을 담은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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