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썼다, 오늘의 공무원 - 오늘도 국가 뒤에서 묵묵히 일하고 있는 공무원들에게
영지 지음 / 허밍버드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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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썼다, 오늘의 공무원》을 읽은 건, 공무원인 내 친구가 생각나서였다. "오늘도 국가 뒤에서 묵묵히 일하고 있는 공무원들에게"라는 부제를 바꾸고 싶었다. "오늘도 국가 뒤에서 묵묵히 일하고 있는 공무원을 모르는 모두에게"가 더 어울리는 그런 에세이였다.

 

 

대학에서 행정학을 전공했지만, 공무원에게 필요한 역량을 기르는 과목은 요리조리 피해다녔다. 그 이유는 하나였다. 공무원 조직에 들어가고 싶지 않아서였다. 나와 달리 내 절친은 대학에서 다른 전공을 공부했으나, 차근차근 공무원 준비를 마치고 최근에 8급으로 호봉이 오른 훌륭한 공무원이 되어가고 있다. 친구가 보내는 일상을 들을 때마다, 보이지 않았던 국가의 움직임이 선명하게 보이는 것만 같았다. 그 안에서 고충이 많지만, 친구는 담담하게 몇 마디 쏟아두곤 스스로 괜찮다고 말했다.

 

책을 읽으며 (직무는 다르지만) 내 친구가 보내는 일상이 이와 같을까 짐작가는 부분이 많았다. 힘든 일을 다 내색하지 않는 친구는 "오늘, 사회적 거리두기 실천하고 있는지 확인차 종교시설에 왔어."라는 톡으로 가볍게 설명했지만, 코로나로 무너진 나의 일상보다 공무원인 친구의 일상은 더 자주 무너지곤 했다. 책을 읽으니, 지금도 진행되고 있는 공무원의 일상까지 다 담겨 있었다. 제목처럼 애써 일하고 있는 공무원의 일상이 담담하게 기록되어 있다.

 

 

거절은 어떤 사람에게는 엄청난 무례함이 되기도 한다. 그리고 그 거절이 공무원에게는 두고두고 따라다니는 꼬리표가 될 수도 있다. _76쪽

 

 

어떤 일이든 각각의 어려움이 있기 마련이다. 그런데 공무원이란 직업은 참 이상한 직업이다. 모두가 되고 싶어하지만, 되고 나면 내 세금을 허투로 쓰는 사람인냥 대하기도 하는 직업이다. 이와 같은 에세이를 읽을 때마다 내가 몰랐던 직업의 속마음을 확인하는 것만 같아 어렵기도 하고 불편하다. 하지만 세상 혼자 사는 것 아니고 누군가의 삶이 생각보다 자주 내 속으로 침윤되어 올 때가 많다. 그리고 적극적으로 받아들이고 싶을 때도 있다. 가령 내가 좋아하는 친구의 고충을 더 진심으로 들어주고 싶을 때.

 

 

내가 속한 조직에서 누구도 내 편이라고 느껴지지 않을 때 누군가 잠깐이라도 손을 내밀어준다면 어떨까. 공감해주고 '그럴 수 있다'고 다독여주고 '힘내라'고 한마디 해준다면. 나는 이걸 선한 영량력의 '사무실 버전'이라 하고 싶다. _144쪽

책을 읽으며 공무원이 어떤 일상을 보내는지 알 수 있었고, 그 일상에서 어떤 심리적 고민이 있는지도 알 수 있었고, 그 고민이 고민에만 머무르지 않도록 작은 변화를 일으키는 것까지. 10년 동안 자신이 하고 있는 일이 자신을 압도하도록 두지 않고 공무원이란 자신의 정체성을 자연스럽게 자신의 것으로 만들기까지를 읽을 수 있었다. 공무원이라면 더 공감하고, 공무원이 아니라면 공무원을 조금 더 이해할 수 있는 책을 조금 더 많은 사람들이 읽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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