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책을 읽는 이유 - 기시미 이치로의 행복해지는 책 읽기
기시미 이치로 지음, 전경아 옮김 / 인플루엔셜(주)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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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에 입사를 준비하며, 내가 받았던 질문 중 가장 쉬워 보이지만 가장 어려웠던 질문이 3가지가 있었다. "왜 출판사에서 일하고 싶어요?", "왜 책이 좋아요?", "무슨 책을 좋아해요?"이었다. 출판사 입사를 하려고 마음 먹고, 감사하게 출판사에서 일하고 있지만 여전히 이 질문 앞에 서면 나는 어떤 답을 내려야 할지 몰라 망설이곤 한다. 난 그때마다 상대에게 맞추어서 질문자의 기대와 나의 진심을 적당히 버무린 답을 내놓곤 했다.

다독가의 책 이야기를 엿보곤 한다. 책을 많이 읽었다는 사람은 어떻게 이야기하는지, 어떤 이유를 말하는지 궁금해서. 누군가의 이유에서 마음으로는 어렵풋 알지만 설명하지 못한 내 이유를 찾을 수 있을 것만 같았다. 그래서 《내가 책을 읽는 이유》를 읽었다. 그리고 《미움받을 용기》의 저자가 쓴 책에 관한 책이어서 읽어보았다. 카피임을 알지만 "하루도 빠짐없이 책을 읽는 활자 중독자를 밀리언셀러 저자로 만든 행복한 독서법"이라니. 나도 밀리언셀러가 될 수 있을까 싶은 호기로움에 책을 연 마음도 있었다.

독서도 마찬가지다. 독서는 삶과 같아서 목적지에 도착하는 것이 목적이 아니다. 삶의 목적지가 죽음이라면 서둘러 죽어야 한다. 하지만 물론 그렇지 않다. 어디에도 도착하지 않아도 된다. 도중에 쉬어도 되고, 여정을 그만두어도 된다.
어찌 되었든 과정을 즐기지 않으면 책을 읽는 의미가 없다. _ 195쪽

밀리언셀러가 될만한 작가로서 자질이 부족한 것인지, 이 책에서 밀리언셀러 작가의 비밀 독서법은 없었다. 대신 책을 좋아하고, 그 좋아하는 책을 쓰기도 하고 버리지 못하고 계속해서 모으기만 하는 어느 애서가의 독서에 대한 사색이 한가득 담겨 있었다. 일본 에세이 특유의 글에서 볼 수 있듯이, 단정하고 명료한 문장과 글마다 하나의 핵심이 담겨 있어 읽는 데 부담도 없었고, 출근길 퇴근길에 생각을 정리하듯 읽을 수 있었다.

책을 읽는 이유는 좋아서였다. 책이 좋았고, 책을 읽는 것이 좋아서였고. 그 좋음이란 단어로 눙칠 수 있는 말을 하나하나 세밀하게 쪼개어 설명한 글은 "책을 읽는다고 행복해질 수 있는지는 잘 모르겠다. 하지만 나 자신은 책 읽는 기쁨과 즐거움을 알고 있어서 책을 읽음으로써 행복한 삶을 살고 있다"는 자신의 말에 근거로 부족하지 않았다. 그리고 많은 그의 글은 책을 읽으며 그와 비슷한 결의 기쁨과 즐거움을 느끼는 나도 공감 가는 지점이 많았다.

책을 바로 읽지 않는다고 해서 나쁘다고 생각지는 않는다. 어쩌면 이것은 정신적인 쌓아두고 읽기라고 할 수 있겠다. _ 113쪽
책을 출간하고 나면 참조한 책을 전부 팔아치우는 사람도 있다고 들었는데, 나는 그럴 수가 없어서 책이 늘면 늘었지 줄어든 적은 없다. 늘어가는 책을 어떻게 할지가 항상 고민이다. _ 227쪽

내가 오래 눈이 머문 문장들을 보니, 결국 책에 대한 내 고민이 닿아 있는 곳이었다. 책을 사고 또 사지만 읽는 데는 한계가 있어 자꾸만 읽지 못한 책이 쌓여만 가는데 이를 두고 나쁘다고 말하지 않고 "정신적으로 쌓아두고 읽는 것"이라는 우리 가족으로선 궤변인 말에 고개를 끄덕였고, 책을 버리지 못하는 마음에 방이 터져나가기 일보 직전인 나와 달리 철학을 공부하며 책을 쓰기 위해 수많은 책을 또 모은 저자에겐 몇권의 책이 있을지도 궁금해졌다.

누군가가 책을 읽는 이유에서 내가 책을 읽는 이유를 찾고자 했지만, 내 이유는 내가 찾아야 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책이 있어서 행복한 인생을 산다는 선배 독서가처럼, 나도 저자의 나이가 되었을 때도 그 이상의 나이가 되었을 때, "책이 있어 나는 행복한 인생을 살고 있다"라고 고백할 수 있는 사람이면 좋겠다는 바람을 가졌다. 자, 기시미 이치로처럼 날 즐겁게 하는 책을 또 읽어야지. 나의 행복한 인생을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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