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 부는 날 - 1995년 제4회 황금도깨비상 수상작 비룡소 창작그림책 16
정순희 글.그림 / 비룡소 / 199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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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틀 전 집 앞 학교운동장에서 아이들이랑 연날리기를 했었다. 

바람이 불지 않아 연을 들고 뛰어다니느라 얼마나 애를 먹었는지 모른다 

종이가 변변하지 않았던 예전에 신문지로 연 머리를 만들기도 했었다.  더러 살림 살이가 

좀 나은 집 아이들은 문종이(한지)로 만들었다. 물론 연 싸움을 하게되면 질긴 한지로 만든 

연이 이겼었지만 말이다. 가느다란 대나무를 연필깎는 칼로 다듬다  다쳐 더러 손가락을 헝겁

으로 동여맨 아이들도 있었다. 

  연에 대한 추억에 젖어 있을 즈음,  이 책을 만났다.  

바람부는 날, 날아가는 연을 쫓아가는 여자 아이. 그 아이의 눈으로 바라본 세상이 

책 갈피마다 펼쳐진다. 바람의 느낌이 얼마나 생생한지 보고만 있어도 내 머리칼이 날릴 

것만 같다. 나무에 걸린 연을 내리기위해 담벼락을 기어 올라가는 아이의 모습에선 

내 딸은 두 손으로 눈을 가린다. '위험한데.. 어떡해'라는 말을 연신 계속하면서.. 

잡을려 하면 날아가버리고 잡을려 하면 날아가버리는 연.. 때로는 짖궂은 동네오빠들이 

방해도 하고.. 그래도 포기하지 않고 쫓아가서 웅덩이에 빠진 연이라도 결국  

손에 넣고야 마는 야무진 우리들의 딸..  

어릴 적, 젖은 꿈 하나 빨랫줄에 조심조심 널어본다. '아마 바람이 연을 잘 말려 주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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