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로 박사의 섬
허버트 조지 웰즈 지음, 한동훈 옮김 / 문예출판사 / 2009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난파된 배에서 살아남는 프렌딕. 향간에 떠도는 이야기의 진실을 말하면서 프렌딕은 조금씩 자신의 이야기를 독자들에게 들려주고 있다. 구명보트에 탔던 4명은 죽었다는 얘기를 진짜 이야기로 만들 뻔한 프렌딕은 작은 무역선에 의해 구조된다. 그 배는 분위기부터 심상치 않다. 개와 고양이를 떠올리게 하고 그 외에도 여러모로 흉측하게 생긴 이상한 사내와 퓨마와 토끼 등의 동물들. 동물만 있었다면 아마 그 정도까지 이상한 분위기가 만들어지지 않았을지 모른다. 그런데 그런 프렌딕에게 또 한 번 바다를 표류하게 만드는 사건이 일어나지만 곧 같이 배에 탔던 몽고메리에 의해 그가 산다는 섬으로 당도한다. 모로박사와 함께 말이다.
배에서 풍겨오던 분위기는 약과에 불과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섬에서 풍겨오는 분위기는 더욱 요상하다. 그리고 들어오는 괴로운 소리. 배에서 보았던 바로 그 퓨마의 소리다! 낯설지 않은 모로라는 이름에 대해서 기억이 떠오르는 프렌딕!
모로박사와 몽고메리는 그 섬에서 동물들로 하여금 실험을 하고 있다. 무시무시한 고통의 소리는 프렌딕이 익숙해지기 전에는 프렌딕마저 소리가 들여오는 집에서 집 밖의 이상한 섬의 공간으로 내쫓기도 했다. 어둠이 점점 내려오는 섬은 또 얼마나 괴기스러운가! 동물을 합성해놓은 것 같은 사람들이 돌아다니고 자신을 죽일 것만 같은 공포. 이게 단연 인간에게만 한정되는 일일까? 결코 아닐 것이다. 동물들에게 공포와 두려움을 가지고 있다. 그럼에도 동물들은 우리 인간들을 위해서 희생 된다. 인간들을 낫게 하기 위해서 정당화될 수 있는 이유도 있지만 법으로 금지된 사냥을 버젓이 하는 경우도 있다. 동물들의 아픔을 나몰라라하는 우리들. 그래서 길거리에 버려진 강아지와 고양이 같은 애완동물들이 돌아다니기도 한다. 솔직히 나는 모로 박사의 실험의 목적을 이해하지 못하겠다. 정당화될 수 있는 이유조차 없어 보인다. 실험에 집착하는 모로 박사가 만들어낸 또 하나의 집착인 것만 같았다. 얼마나 고통스럽겠는가! 내가 실험용 쥐와 같은 동물들을 위해 한 수 읊을 수 있는 사람이거나 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모로 박사의 섬’을 통해서 내가 처음 실험용 쥐를 보며 측은하게 생각했던 내가 다시 떠오른다. 성급하게 결론을 내리기에는 이르지만 적어도 그들에게 우리는 공포의 대상일 거라는 사실이다.
엠링은 죽는다. 그도 흉측할 것이다. 보지는 못했지만 그도 모로 박사의 손에서 태어난 기이한 생명체 중 하나다. 동물도 인간도 아닌 기이한 생명체. 엠링의 죽음이 애석했다. 그들의 모습을 상상으로밖에 알 수 없지만 엠링도 회귀 중이었을까? 결국 동물들은 회귀한다. 인간과 비슷해 보이기도 하고 끔찍하기도 했던 그들은 결국 다시 회귀한다. 그리고 몽고메리와 모로 박사도 회귀한 것처럼 보인다. 결국에는 다시 돌아온 자신의 일들. 우리의 일들은 결국 그렇게 돌아오는가 보다. 무섭고 공포였으며 생각하지 않을 수 없는 작품. 모로 박사의 섬이 지금 이 현실세계에 있는 건 아닌지 두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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