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디센트 1 ㅣ Medusa Collection 7
제프 롱 지음, 최필원 옮김 / 시작 / 2009년 2월
평점 :
품절
두 권을 모두 한 손에 쥐고 있으면 무겁기도 하고 두꺼워서 두 손가락 사이가 많이 벌어진다. 제목은 ‘디센트’로 하나지만 디센트는 두 권으로 된 꽤 두꺼운 소설이다. 하지만 두껍다고 느꼈던 두께를 느끼지 못할 만큼 손에서 놓을 수 없는 무서운 흡인력을 발휘하는 소설이다. ‘서사시적 모험 소설’이라는 장르라는 디센트는 지옥을 다룬 것처럼 무시무시한 힘을 가지고 있다.
히말라야라는 높은 산에서 길을 잃은 아이크 일행. 아이작이라는 미스터리한 시체가 놓인 곳에서 모험은 시작되었을 것이다. 오언을 찾기 위해서 막힌 출구 대신 다른 출구를 찾기 위해 깊이 더 깊이 땅 속을 깊이 들어가는 아이크의 이야기에서 아이작이 부활하며 아이크의 이야기는 뒤로 미루어진다. 시간도 1988년에서 1995년 앨리의 이야기로 넘어간다. 조금씩 접근해간다. 여러 사람들이 등장하고 그들 중 한 명씩 내세워 이야기를 하고 긴장감과 궁금증에 못 이겨 뒷장으로 넘기면 이야기가 또 다시 미루어져 있다. 퍼즐처럼 조각조각난 것 같은 이야기. 조각 하나에도 손을 놓을 수가 없다. 나를 꽉 붙잡는 무언의 힘이 존재한다. 조각이 맞추어진 완성에 대한 기대와 궁금증. 빠르고 느린 속도를 적절히 섞어서 두 권을 금방 소화시킬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 조각들이 맞추어져 드디어 하나로 완성되었을 때 역시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 결말일 것이다.
상상화를 그려오라는 숙제에 이런 그림이 등장할지 모른다. 땅속세계. 사람들이 마치 두더지처럼 땅 속에서 생활하는 모습을 그릴지 모른다. 나조차도 그런 상상에 숙제를 하려고 했으니 말이다. 디센트에서도 땅 속 세계가 등장한다. 하지만 그 곳은 대통령이 대국민 연설로 “지옥은 존재합니다.”라고 말하는 곳이다. 지옥. 그 지옥이 바로 우리가 딛고 있는 이 땅 속에 존재한다는 상상은 시공간을 초월한 지옥보다 더욱 몸서리치게 하는 설정이다. 그 지옥은 시공간을 초월한 지옥이기도 할 것이다. 빛이 없다면 보이질 않을 그 곳. 시간도 공간도 느낄 수 없을 것이다. 단지 상상만으로도 놀라운데 그 곳에서 벌어지는 알 수 없는 사건들은 이미 추리소설을 능가한다. 디센트는 끝조차도 끝이 아닌 공포를 남겨둔다. “지구의 가장 낮은 지점에서 절대악이 꿈틀거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