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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영화사 - 나운규와 수난기 영화
최창호 지음 / 일월서각 / 2003년 7월
평점 :
품절
‘나운규와 수난기 영화’가 이 책에 붙여주고 싶은 제목이다. ‘한국영화사’라는 제목 아래 ‘나운규와 수난기 영화’가 쓰여 있기는 하지만 이 책에서 다루고 있는 내용은 우리나라의 영화사에 있어 전반적인 내용이 아닌 1901년생이었던 나운규가 서른여섯의 나이로 요절하기까지의 그의 삶과 그의 영화를 통한 영화사를 다루고 있다. 결코 길지 않은 나운규의 삶. 그리고 그의 영화이야기. 길지는 않지만 보아야 할 부분이 많았다.
나운규는 큰 의미를 가지고 있다고 한다. 남한과 북한이 모두 공유할 수 있는 한 사람이라는 뜻이다. 한 민족이지만 서로 동떨어져있는 남북한이 나운규의 삶을 통째로 공유할 수 있다. 각자의 나운규에 대한 연구의 내용은 다르겠지만 공유한다는 게 큰 의미라고 설명하고 있고 나의 생각도 크게 다르지 않다. 이 책도 남한의 사람이 쓴 책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남조선과 같은 단어에서 보여주는 이질감. 그 이질감이 아쉬울 때 처음부터 끝까지 공유할 수 있다는 인물이 나운규이고 공유할 역사를 깨닫게 했다는 점에서 이 책의 소장가치는 나에게는 특히 높을 것이다.
제일 먼저 소개되고 있는 것은 나운규의 장례식 사진을 시작으로 하고 사진들의 행렬이다. 영화의 한 장면도 있고 배우의 사진도 있고 나운규의 친구도 있다. 그리고 주목하게 만드는 그 사진 아래의 짧은 글들. 그 중에는 본문에서 더 자세한 내용으로 실리기도 했다. 그 외의 내용은 주요 목차를 통해서 대충의 내용을 감 잡을 수 있다.
남한의 글을 부록으로 실려 있는데 나운규의 평가를 해방 이전과 이후로 나누어 간략하게 살펴볼 수 있었다. 그를 이기적인 사람으로 주위의 사람들은 평가했으나 죽음 이후 비판하거나 그렇지 않은 자로 나뉘었고 해방 이후부터는 남한과 북한의 나운규 연구에 대한 설명과 함께 이때부터 사실의 수준을 넘는 긍정적 평가를 받았음을 말하고 있다. 하지만 나운규의 영화사적 업적에 대해서는 두 말할 필요가 없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북한에서는 유례없는 특정한 영화인의 단행본이 출간될 정도로 주목할 만한 인물이라는 사실이다. ‘아리랑’이라는 그의 영화. 그 이후 그의 영화를 통해 본 수난기라는 아픈 역사를 함께한 영화사를 볼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