쩡광셴의 후회하는 이야기.

미스터 후회남
둥시 지음, 홍순도 옮김 / 은행나무 / 2008년 12월

각오를 하지 않고 본 것은 아니지만 인생에 덕지덕지 낀 후회란 내 상상을 초월했다. 그가 후회하기 때문에 나도 따라서 후회를 하는 건지는 모르지만 ‘후회록’으로 소설을 마감할 정도로 그의, 쩡광셴의 후회는 대단해보인다. 독자의 생각을 앞지르는 쩡광셴의 후회를 담은 이야기. 누구나 한번쯤 후회를 해보았기 때문에 때로는 공감을 하기도 하지만 후회 많은 쩡광셴을 보면서 동정의 눈길마저 가질지 모르는 소설. 꽤나 독특하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꽤나 이기적인 소설이라고 생각한다. 후회를 한 사람들을 후회를 한 사람의 이야기를 보게 한다는 것. 독특하고 이기적이지만 즐겁다.

쩡광셴의 꽤 긴 시간으로 보아서 쩡광셴의 후회가 다른 사람보다 많다고 생각하는 것은 아닌지 걱정스럽다. 쩡광셴을 보면서 우리의 삶에 얼마나 많은 후회가 있을지 생각하며 그 후회들이 실체도 없이 한꺼번에 선하게 보였다. 쩡광셴을 보면서 우리의 후회를 왠지 줄일 수 있을 것 같다. 그에게는 미안한 말이지만 그는 후회의 본보기가 되어 세상 사람들에게 후회를 가르친다. 후회를 재미있게 그려내고 있지만 동시에 무섭게 그리기도 한 이중적인 모습의 소설이다. 그리고 후회는 항상 두려운 것이기 때문에 이 소설로까지 후회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이 이어지기도 했다. 그의 후회를 재미로만 보기에는 아까운 것 같다.

그쯤 되면 쩡광셴의 정체마저 의심이 들 정도가 된다. 그도 한 사람이지만 쩡광셴은 ‘후회록’을 작성한 특별한 사람일 수도 있다.

처음부터 감이 온다. 개 두 마리를 데리고 그 두 마리의 모습을 사람들은 구경한다. 그 두 마리의 낯 뜨거운 데이트를. 이 시작은 앞으로의 전개가 아주 조금은 감이 잡힌다. 쩡광셴의 후회는 어쩌면 그들보다 더 못해서일지도 모르겠다. 이 점은 앞으로 소설의 전개에서 중요한 후회의 이유로 작용한다. 해학적일지도.

나도 후회스러운 일이 많고 후회하면서 죽을 때까지 안고 갈 후회들도 많다. 쩡광셴과 나, 혹은 우리. 그다지 다르지 않을 수 있다. 그게 후회가 가지는 하나의 모습이자 쩡광셴을 소설에서 내내 괴롭힌다.

후회, 후회를 마음껏 보여주는 이야기. 미워할 수만은 없는 캐릭터, 쩡광셴의 이야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