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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꾸니 루미 2 - 바다 속 도시
한가을 지음, 김석류 그림 / 엔블록 / 2008년 1월
평점 :
품절
이 책에서 처음이라고 할 수 있는 부분을 읽었을 때 나는 너무나 놀라고 말았다. 괴물이 되어버렸다고? 게다가 그 괴이한 생명체가 벌이는 한 집안에서의 소동은 당장이라도 책을 덮고 싶을 만큼 내게는 조금 안 맞는 경향이 있었다. 벌써 상상에 지칠 나이가 된 걸까 싶었을 때 루미가 등장한다. 그 괴이한 생명체가 찾던 루미.
루미의 바다 속 여행이 시작되었다. 마치 작가가 직접 바다 속으로 들어가서 경험을 한 후에 쓴 듯이 바다 속을 아주 잘 표현해내었다. 루미는 그 바다 속에서 바다 속에서 사는 생명체들을 도움을 받아가며 루앙으로 향한다. 루미는 그 곳에서 엄마를 보며 신기해하던 것을 배우게 된다.
깜깜한 바다 속 유유히 헤엄치던 엄마의 모습. 루미는 그 곳에서 고래의 도움을 받고 그것이 초음파 덕분인 것을 알게 된다. 루미의 작은 성장.
바다가 배경인 덕분인지 바다 속을 헤엄치는 루미의 모습을 상상하다 보니 깊고 긴 심연 속에 혼자 남겨져 있는 듯한 묘한 기분이 들었다. 어둡다고 말하는 깊은 바다 속. 루미에게 루앙에 가야 하는 목적이 있고 나는 그녀의 발치를 따라가는 목적이 있었지만 뭔가 갑갑한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다. 그 때 루미가 본 바다로 비추는 한줄기 햇살. 나는 나도 모르게 숨통이 탁 트이는 듯한 기분이었다. 그 문장들이 나에게 현실이 되듯 생생하게 펼쳐지는 그 매력에 하마터면 외로워질 뻔 했다. 루미의 바다 속 여행이 정말 대단하고 용기 있어 보이게 되었다. 그리고 루앙에 도착하기까지 루미의 용기를 보는 일은 정말 많았다. 용기란 볼 때는 항상 어려워 보이지 않는데 막상 내가 되어 용기 내려고 하면 정말 어려운 것 같다. 한심한 한 가지 구석. 용기라는 것을 다시 정의해볼 수 있었다.
루앙에 도착한 루미에게 닥친 또 다른 무서운 일. 드까오르 공작이 일을 벌인 것이다!
루미는 드까오르 공작에 맞서서 다른 사람과 손을 잡지만 루미가 몰랐던 사실들이 하나둘씩 드러난다. 루미는 그러나 물러서지 않는다.
혼자가 아닌 함께 있다는 것. 그만이 루미에게 용기를 준 것은 아닐 것이다. 또 한 번 용기와 함께 멋진 활약상이 기대되는 루미의 앞으로는 내가 그 결과를 몰랐을 때 분명 밝을 것이라고 생각하게 했다.
멋진 이야기다. 환상을 핑계로 우리 사회를 꼬집는다. 아프다고 핑계대지 말고 아픔을 제대로 치료해야 될 것 같다. 루미가 바다 속에서 본 바닷물을 뚫고 들어온 햇살을 우리의 미래로 만들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