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 선생
조흔파 지음 / 산호와진주 / 2008년 9월
평점 :
절판



에너지선생의 등장은 참으로 특이하게 시작된다. 등장 이유는 좀 모호해도(내가 보기에) 날짜만큼은 확실하다. 새해 첫날 에너지 선생은 자신의 제자이자 주례를 섰던 그리고 훗날 중매를 선 수동의 아버지의 집에 불쑥 나타나 집안의 계엄 사령관이 된다.

한때 그의 제자이자 주례를 섰던 에너지 선생과 얼마나 깊은 인연이 있는지는 모르지만 정이 있어 보여 나에게 신선한 충격을 주었다. 그 옛날 어쩌면 짱이었을 것 같은 착각이 들 정도로 집안 식구들은 난데없는 손님에게 꼼짝 못한다. 부엌할머니만 빼고.

각각의 캐릭터가 겹치는 느낌 없이 개성적인 캐릭터가 우선 마음에 들었다. 특히 기억에 남았던 것은 송지다. 수동이네 식구에서 장녀를 맡고 있는 송지는 장래 의사답게 주사를 놓는 것을 참 좋아한다. 마치 책 공중그네에 등장하는 ‘이라부’를 떠올리게 하는 송지는 앞으로도 계속 기억에 남을 캐릭터일 것 같다. 주인공인 수동이에게는 미안한 일이지만.

그리고 수동이네 집 자체 또한 독특하다. 수동이의 표현은 빌리자면 오수부동.

여러 캐릭터가 어울리고 독특한 집안이 어울려서 너무 재미있는 작품이 등장하게 된 것 같다. 그런 개성적임이 너무 튀지 않고 보통의 일상과 잘 어우러지는 모습을 보자면 그렇게 유쾌하고 명랑해 보일 수가 없다.

이 책이 괜히 책제목 옆에 ‘명랑장편소설’이라고 쓰여 있는 것이 아니라고 느꼈다. 작가 또한 ‘조흔파’이지 않은가? 고교얄개라는 영화를 내가 본 적은 없지만 우연히 그 영화제목을 알게 되고 어떤 영화일지 궁금해 한 적이 있다. 그 영화의 원작자가 바로 이분인 것이다. 그 원작소설은 아니지만 내가 태어나기도 전에 쓰여 지고 출간된 소설이 세월의 흔적 하나 묻지 않고 마치 지금이라도 똑같은 이야기가 실제로 있을 법한 일명 동안 소설이다. 소설에도 얼굴이 있을까 싶지만 아마 그 얼굴이 있다면 웃는 얼굴일 것 같다.

에너지선생과 함께하는 추억이야기들과 성장기의 이야기들. 이 책은 그래서 회상을 통해 이루어진다. 수동과 수길의 사랑이야기도 있다. 수길의 사랑이야기가 좀 흐지부지 조연 아니 카메오로밖에 비추어지지 않은 것 같아 조금 아쉬운 면도 있었고 그 당시 사회를 엿보기에는 좀 힘든 면도 있었다. 그러나 당시 그 시대 사람들에게는 이런 소설 하나쯤은 필요했을 것 같다. 어두운 사회를 잊게 해 줄 그런 책 한 권. 그리고 시간을 넘어서 지금 내 또래 세대들에게는 어떻게 비출까 생각을 해보았다. 가벼운 성장소설이라고 생각해서 너무 가볍게 느껴지지 않길 바란다.

오늘 내 친구에게 이 소설을 빌려주었다. 보자마자 재미겠다며 달려들어 빌려주었다. 역시 매력덩어리다! 유쾌하고 즐거운 성장소설. 즐겁게 보지 못할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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