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의 학교 론 클라크 아카데미
론 클라크 지음, 이주혜 옮김 / 김영사 / 201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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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들이 죽어간다. 죽고 또 죽는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0년 청소년 사망원인 1위는 단연 자살이다. 10만 명당 13명이 자살로 생을 마감한다. 그들은 왜 자살을 할까? 최근 자살의 원인으로 부각되는 것은 단연 '학교 폭력'이다. 그러나 한 조사에 따르면 가장 큰 원인은 성적 압박 때문이라고 한다. 원인이 학교 폭력이든 학업 문제이든 자명하게도 청소년들은 자신들에게 주어진 환경에 적응할 수 없어 자살을 선택하는 것이다. 자살이 이 지옥에서 자신의 존엄을 지키기 위한 한 방법이라는 말까지 들려온다. 

 

그들에게는 고통스러운 현실을 극복할 힘과 시간이 없다. 학교와 학원에 붙잡힌 그들은 그저 묵묵히 지시받은 대로 소수의 승리자가 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으며, 문제지를 넘길 자유, 자신에게 알맞은 문제지를 골라서 구매할 자유 밖에는 누리지 못한다. 물론 공부와는 담을 쌓은 학생들도 이따금씩 있지만 그들을 배제하는 것은 결국 사회다. 그들에게는 주어진 역할이 없다. 바우만의 말처럼 '역할이 없으면 도덕적 의무도 없'기에 그들의 악랄한 말썽 또한 교육의 (부수적)효과랄까? 오늘날 청소년의 자살 문제, 그것은 결국 우리 교육과 사회 현실과 깊은 연관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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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교육은 시체다. 창백한 콘크리트 곽에서 이루어지는 교육의 현장은 생기 없는 교사들과 졸고 있는 학생들이 엉켜서 숨이 막힐 듯 답답하고 지루한 모습이다. 이곳에는 끊임없이 학교폭력, 왕따, 획일적 교육, 살인적인 경쟁, 성적 지상주의라는 유령들이 출몰한다. 결국에 가장 큰 피해자는 학생 개인들. 실로 그들에겐 구원이 필요해 보인다.

 

이러한 현실에 문제의식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은 무엇이 잘못되었는지에 대해서는 꿰고 있으나 유의미한 변화를 기획하는 데는 번번이 실패하고 만다. 아무도 이 고장 난 교육체제를 통제하지 못하는 형국이다. A/S를 요청하였으나 약속시간에 나타나지 않는 엔지니어, 우리 교육은 진작에 임계치를 넘어 파국에 치달았으나 이 상태가 너무 오래 지속되어 우리들은 그만 파국이 도래하였는지 조차 잊어버렸다. 결국에 '우리'를 재생산하는 것은 우리 공동체의 교육이라 할 수 있는데, 이 땅의 배움은 불임의 배움이요, 불임의 교육이 되어버렸다.

 

###서글픈 우리에게 두툼한 우편 한 통이 도착했다. 발신처는 미국 애틀랜타에 위치한 론 클라크 아카데미, 문서 제목은 <꿈의 학교 론 클라크 아카데미>이고, 발신자는 그 곳의 공동 설립자 론 클라크이다. 그 곳은 대체 무얼 하는 곳이기에 태평양 건너 우리에게까지 이러한 편지를 보낸 것일까? 글쓴이에 따르면 론 클라크 아카데미는 독특한(그의 말로는 '최고의') 교육방법과 교수법을 지닌 혁신교육의 살아있는 모델이라고 한다(매년 대략 3000명의 교육자들이 이곳을 찾아와 아이들을 향상시키기 위한 교육법을 배워간다고 한다). 이 문서에는 그곳에서의 경험을 토대로 작성된 101가지의 영감을 주는 이야기들이 담겨 있다. 물론 이것들은 참된 교육을 위한 101가지다. 그런데 이 101가지 제안을 꼼꼼히 살펴본 바, 놀랍게도 이것들은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악보였다. 그가 제안하는 것들은 '꿈을 버리지 말라고 가르쳐라', '귀 기울여라', '뛰어나라', '모든 아이들을 내 아이처럼 대하라', '노력의 가치를 강조하라', '겉과 속이 다른 부모가 되지 마라'와 같은 것들이다. 이 익숙함. 다만 그 학교의 창립자이자 이 문건의 글쓴이인 론 클라크는 훌륭한 연주자였다. 그는 이 가치들은 교실에다가 실현하는데 성공한 것이다. 반대로 우리는 악보를 볼 수는 있지만 악기를 다루는 데는 몹시 서툰 것이다.

 

이미 알려진 악보, 그렇다고 클라크가 제시하는 목록들을 폄하하는 것은 아니다. 적어도 그가 제시한 것들은 우리의 머리 안에서 배배 꼬인 무형의 것들을 명료하게 정리 해준다는데 의의가 있다.

 

 

####론 클라크 아카데미의 나라 미국, 그 나라의 대통령 오바마는 역설적이게도 공적인 자리에서 한국 교육에 대해 부러움을 표시하며 미국도 본받아야 한다고까지 말했다. 오바마가 감명 받은 것이 우리 교육의 어떠한 면모인지는 모르겠지만 어두운 면을 간과한 것은 분명해 보인다.

 

외부의 시선으로는 어찌 보일지 몰라도, 여기 이 땅에 사는 학생들에게는 배움과 즐거움을 연결하기란 무진 어려운 일이다. 론 클라크 아카데미의 학생들과는 달리 말이다. 교육을 잃어버린 사회, 어느 날 갑자기 찾아온 <론 클라크 아카데미>는 이 비루한 현실에 쇼크를 주기에 충분한 각성제이다. 이 책은 정체되고 있는 교육 개혁을 촉진시키기 위한 촉매와 같은 책이다. 우리는 그가 제시한 101가지의 전략을 토대로 무엇에 가치를 두고 강조할 것인지를 결정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여전히 현실은 녹록치 않다. 우리 정치권의 진보든 보수든 새로움을 용납하지 못한다. 이 새로움이 소수화 되는 한국에서 변화란 없다, 아니 몹시 드문 일이다. 즉 새로운 교육의 자리는 비좁기 짝이 없는 것이다. 이 때문에 우리는 더욱 론 클라크가 기획한 아래로부터의 혁명에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겠다. 그가 제시하는 것은 여의도를 거친 교육 시스템 개편이 아닌 일상에서부터의 투쟁이기 때문이다. 물론 이러한 관점은 교육자와 부모의 역량을 몹시 강조하여 사회적 차원의 문제를 이미 피로한 우리들에게 떠넘기는 한계가 있다. 그렇더라도 이러한 고달픈 혁명의 시도는 개개인들로부터 시간이 허락하는 한에서 많으면 많을수록 좋을 것이다. 이러한 시도를 하는 사람들이 모이고 모이면 교육 문제 뿐 아니라 사회 전방위적인 문제제기의 기류가 형성될 것임이 분명하기에 말이다. 더 이상 아이들이 자살하도록 내버려두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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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 버리기 연습 2 - 복잡한 생각을 잠재우는 행복한 마음 다스리기 생각 버리기 연습 2
코이케 류노스케 지음, 양영철 옮김, 스즈키 도모코 그림 / 21세기북스 / 201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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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을 사는 괴로움

 

시대마다 그 시대에 고유한 주요 질병이 있다…21세기의 시작은 병리학적으로 볼 때 박테리아적이지도 바이러스적이지도 않으며, 오히려 신경증적이라고 규정할 수 있다.

-한병철, 피로사회

 

문화비평가 한병철은 우리의 오늘을 ‘피로 사회’라는 개념으로 규정한다. 우리는 이러한 사회에서 스트레스를 받고 우울증에 시달리며 신경이 쇠약해지고 무기력증에 빠지곤 한다. 여러 가지 통계도 이를 보증해주는데 365일 동안 15,566명(2010년), 하루 평균 42.6명이 자살하는 비극, 이 반대편에 있는 행복지수라는 항목에서는 우리나라가 백 점 만점에 41.1점으로 세계 178개국 중 102위에 머물었다는 소식은 다시 한 번 우리를 우울하게 만든다.

 

그렇다면 우리는 이러한 현실을 방치하고만 있는 것일까? 아니다. 오히려 극복을 위해 분주히 움직인다(특히 소비시장이 이 분야의 전문가임을 자임한다). 그러나 우울증 환자는 매년 증가하고, 자살자의 수 역시도 증가한다. 다양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우리에게 기생하는 고통과 괴로움을 제거하지 못한 채 살아가는 게 보통이다. 이러한 부정적인 요소들은 우리에게 반복적으로 나타나 일상화 되어버린다. 일상적 고통의 과부하, 우리는 결국 이를 견디지 못하고 삶을 포기하거나, 무감각해지는데 이른다.

 

 

생각 버리기 연습

 

<생각 버리기 연습>은 베스트셀러다. ‘베스트셀러’라는 수식어는 아무 책에나 부여되는 것이 아닌데, 그 열풍이 식기도 전에 <생각 버리기 연습2>가 우리에게 찾아왔다. 사실 나는 이 책의 제목을 처음 접했을 때 의아했다. '세상에는 깊게 생각하고, 생각 있게 행동하라는 사람들 천지인데, 생각을 버리라니. ‘개념 없음’을 지향하라는 것인가?' 이러한 궁금증을 가지고 이 책을 읽어나갔을 때, 나는 이 책의 제목에서의 ‘생각’이 ‘괴로움을 주는 생각’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즉, 버려야 될‘생각’이란, 우리가 경계하는 ‘잡념’의 개념에 가까웠던 것이다.

 

부처는 케사라는 마을 사람들로부터 누가 옳은 말을 하고 누가 그른 말을 하는지, 판단 기준을 가르쳐 달라는 부탁을 받게 된다. 그는 이렇게 간단하게 답했다. “괴로움을 키우는 말이면 그른 것이고, 괴로움을 없애는 말이라면 옳은 것이다.”

 

괴로움이 없다는 것, 그것은 행복일 것이다. 이 책은 쉽사리 제어가 안 되는 ‘괴로움’을 우리가 주인이 되어 통제할 수 있게끔 연습을 시켜주겠다고 단언한다.

 

 

괴로움을 없애기 위한 안내서

 

우리는 도대체 무엇이 소중한 것인지 생각할 겨를도 없는 혼란의 시대에 살고 있다. 이 때 코이케의 책은 이러한 난국을 벗어나기 위해 강조해야할 가치를 제안한다. 즉 <생각 버리기 연습2>은 불교에서 말하는 ‘깨달음’에 도달하기 위한 안내서다. 특히 이 책의 미덕은 형이상학적인 언어의 늪에 우리를 빠트리는 게 아니라 우리의 몸뚱이가 서있는 생활세계와 맞닿은 사례들을 풍성하게 제공한다는데 있다. 부모, 배우자, 친구와의 관계에서 벌어질 수 있는 상황을 인용하여 이야기를 전개해가니 유용함은 배가된다.

그렇다고 이 책이 피상적으로 현실을 기술하고 경박한 해결책을 제시해주는 책은 아니다. 스님인 저자는 <원시불전>, <장부경전>, <법구경>등의 불교 핵심 경전을 기반으로 사유의 깊이를 더하되, 고리타분함은 피하여 요즘 사람들의 감각에 맞게 경전들을 요리하였다.

그렇다면 이 책은 불교신자를 위한 책일까? 저자는 이 책이 종교서적이 아니라 당신의 ‘도구’라며 이렇게 말한다.

 

이 책은 종교서적도 아니요, 불교서적도 아니다. 부처라는 고대에 존재했던 인물이 남긴 ‘행동록’에 귀를 기울임으로써, 현대를 사는 우리가 본받고 도움이 될 만한 도구를 얻고자함이다. 부처가 설파한 내용은 어디까지나 ‘괴로움’이라는 험난한 강을 건너기 위한 뗏목, 즉 도구에 지나지 않는다.

 

명상을 시작하자 

 

모든 책은 총체적인 관점을 지닐 수 없으니 아쉬움을 남기기 마련인데, 이 책에도 그러한 부분들이 있다. 우선 저자는 고통과 괴로움의 생산자를 개인의 내면에 존재하는 것으로 상정하는데, 이러한 관점은 개인의 고통이 특수한 시기에 일어나는 사회적 문제로 인해 발생할 수 있음을 간과한다. 사실 개인은 고통의 생산자가 아니라 사회적으로 배분된 고통의 수용자일 수도 있는데 이러한 구분을 이 책에서는 찾아볼 수 없다. 사회적 고통과 개인의 고통의 연계는 이미 많은 책들이 지적하였는데 그러한 발견을 잊는다는 것은 지금의 불행한 세상에게 면죄부를 쥐어주는 꼴이 될 수 있으니 경계할 필요가 있을 것 같다.

 

그렇더라도 나는 이 책이 위와 같은 주장‘만’ 하는 책들을 보완해줄 수 있다 생각한다. 혹자는 사람과 사회, 둘 중 하나가 바뀌면 세상이 변한다고 얘기하는데 단연 이 책은 사람에 무게를 둔다. 결국 변화를 기획하는 것은 사람이기 때문이다.

 

이미 <생각 버리기 연습>은 더 나은 세상으로의 변화를 위한 다양한 열망을 배태하였다. 이 친절한 책이 급진적이고 전복적이진 않을지라도 변화의 가능성을 베스트셀러라는 효과로 입증한 셈이다. 이 점에서 나는 이 책이 읽힐 가치가 충분하다 여긴다. 우리는 부처의 가르침을 충실히 수행하는 코이케를 통해 다시 부처와 대면하게 될 것이다. 지금이 그와 함께 질문을 만들고 사유를 시작할 시간이다.

 

지금 하는 행동을 마음으로 항상 인지하고 생생하게 느끼는 것, 이것이 바로 ’생각 버리기 연습‘의 본질이자 불교에서 말하는 ’명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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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희 시대의 유령들- 기억, 사건 그리고 정치
김원 지음 / 현실문화 / 201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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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드 훔치기- 한 저널리스트의 21세기 산책
고종석 지음 / 마음산책 / 200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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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의 무늬
고종석 지음 / 개마고원 / 200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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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확실한 삶- 애도와 폭력의 권력들
주디스 버틀러 지음, 양효실 옮김 / 경성대학교출판부 / 200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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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브 잡스 리더십 - IT 혁신으로 세계를 바꾼 청소년 멘토 시리즈
전도근 지음 / 북스타(Bookstar) / 201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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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스에 대해 생각하기

죽기 전부터 위인의 반열에 올랐던 스티브 잡스, 그는 이제 유령이 되어 출판가를 떠돌고 있다. 아직까지도 베스트셀러의 자리를 지키고 있는 월터 아이작슨의 <스티브 잡스>를 비롯하여 수십 권의 잡스 관련 서적이 출간되었고, 그 중의 하나가 바로 전도근의 <스티브 잡스 리더십>이다.

 

아이작슨의 책이 팩트 전달에 충실한 ‘전기’였다면 이 책은 그러한 사실들에 대한 가치판단이다. 즉 이 책은 잡스의 일생을 단순 나열해 놓은 것이 아니라 그에게서 독자들이 무엇을 배울 수 있는지, 특히 자라나는 우리 청소년들이 잡스에게서 얻을 수 있는 깨달음은 무엇인지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청소년의 역할모델

지금은 자기계발의 시대이다. 인생의 선배들은 아랫사람들에게 자기계발의 중요성을 설파하고, 불안한 이 세상에서 살아가는 거의 모든 사람은 자기계발에 매진한다. 자기계발을 잘하기 위해서는 자기만의 역할모델을 선정하는 것이 중요한데, 역할모델이란 자기계발을 위한 나침반이기 때문이다.

 

개인마다 역할모델은 다르지만 분명 인기 있는 역할모델은 있기 마련인데, 그 중 하나가 스티브 잡스다. 따라서 잡스의 성공 전략을 충실히 해부한 이 책은 그처럼 되려면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가르쳐준다.

 

그럼 자기계발 하는 사람들이 잡스에게서 배울 수 있는 ‘능력’은 무엇이 있을까? 저자는 잡스가 ‘주변의 비난을 무서워하지’ 않고 ‘열정을 가졌으며’, ‘포기하지 않고’, ‘절망하지도 않았으며’, ‘최선을 다하고’,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아’ 오늘의 성공에 이르렀다고 말한다(어찌보면 많이 들어왔던 이야기들이기도 한데…).

 

또한 잡스의 ‘인맥’도 성공의 요인으로 뽑는데, 애플의 공동 창업자 스티브 워즈니악을 비롯해 제프 레스킨, 스콧 맥닐리, 존 스컬리, 하르트무트 에슬링거 등 원래 잡스에게 관심 있었던 사람들이라면 한 번쯤 들어봤을 이름들을 거론하며 인맥의 중요성을 상기시킨다. 또한 저자는 잡스의 ‘리더십’을 매우 높이 평가하는 것으로 보이는데 이에 대해선 책에 자세히 나와 있으니 자세한 설명은 하지 않겠다.

 

책의 뒤편에는 아래와 같은 잡스의 명언들이 수록되어 있는데 그의 사고방식을 직접적으로 엿볼 수 있어 유용함을 더한다.

 

“단순함은 복잡함보다 어렵다. 생각을 깔끔하고 단순화하기 위해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무덤에 들어앉은 부자 따위엔 관심 없다. 잠자리에 들 때, ”우린 놀라운 일을 해냈다.“라는 말을 할 수 있는 것이 나에겐 더 중요하다.”

 

미래의 스티브 잡스

이 책은 자기계발이 간절한 사람들에게 많은 영감을 불어넣어줄 것이다. 특히 이 책은 그간의 자기계발서들과는 달리 청소년들을 위한 자기계발서인데 성과주의 사회에서 살아남기 위해 힘든 경쟁을 피할 수 없는 청소년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다른 좋은 말로 하면, 이 책은 미래의 스티브 잡스를 위한 책이라고도 할 수 있겠다. 이로써 많은 청소년들의 포스트-잡스가 되기 위한 경주가 시작된 것이다.

 

그러나 잡스의 이면은 분명히 존재한다. 저자에 따르면

 

“잡스는 자신이 가고자 하는 일에 걸림돌이 되는 직원들은 가차 없이 해고하는 것으로 유명했다. 또한, 잡스는 자신의 비전을 공유하지 못하는 사람은 가차 없이 내쳤다.”(156)

 

저자는 이를 잡스의 ‘강력한 카리스마’라고 추켜세우지만 이러한 진술로 인해 우리는 잡스가 냉혹한 사람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과연 훌륭한 기업가가 되기 위해서는 차가운 심장을 가져야만 할까? ‘우리’의 ‘성공’을 위해서는 저러한 심장보다는 사람을 위하는, 사람 자체를 목적으로 삼는 따뜻한 심장이 필요하지 않을까? 특히 자라나는 청소년들에게는 말이다.

 

그렇더라도 <스티브 잡스 리더십>은 출판 의도가 간명한 책이기에 많은 청소년들이 읽었으면 좋겠다. 단, 저자만큼 잡스를 찬양할 필요는 없겠다. 문화비평가 이택광은 비판이 곧 창조라 하였는데, 우리 청소년들이 창조적이기 위해서는 ‘창조의 화신’ 잡스까지도 비판적 거리를 두고 보아야 할 것이다. 즉 이러한 거리두기가 책표지에 적힌 ‘Think different'를 수행하는 방법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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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지 않았어 지금 시작해 - 천만 명의 인생을 자극한 소유흑향의 1525 청춘사용법
노경원(소유흑향) 지음 / 시드페이퍼 / 201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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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유흑향은 변화를 약속한다

뒤표지에 적힌 ‘이 책을 덮는 순간이 당신의 터닝포인트다!’라는 슬로건에 부합하게도 이 책은 당신의 ‘변화’, 특히나 단절적인 과거와의 결별을 약속한다. ‘변화’, 변화란 A가 B나 C 혹은 n이 되는 것이다. 그러한 변화는 원상태 A에 비해 긍정적일수도 있으며 부정적일수도 있다. 이렇게 변화에는 보통 긍정적 변화나 부정적 변화라는 가치 판단이 따라붙는다.

 

일단은 이 책이 A에서 B로의 변화를 약속한다고 가정하자. 이 변화는 ‘긍정적’일 것이라는 게 책을 구매한 일반 독자들의 전제다. 그렇다면 독자의 상태 A는 무엇이고 저자의 상태로서 독자들에게 도래할 B는 무엇일까?

 

미안하다. 사실 이렇게 난해한 리뷰를 전개할 필요가 없다. 위에서 상정한 변화 ‘A에서 B’란, 공부 못함에서 공부 잘함이라는 단순도식에 가깝다(그렇다고 공부에 대한 이야기만 담겨있는 책은 아니다. 그냥 그것이 가장 큰 떡밥이라는 것. 오해하지 마시길). A에서 C, B에서 A, D에서 G 등이 아니라 A에서 B의 변화를 간절히 원하는 사람에게는 확실히 이 책에 담긴 낱말 하나하나는 자신의 ‘안일한 생활태도’를 때리는 벼락이 되어 그것을 발칵 뒤집어버릴 것이다. 고로 이 책은 그가 원하는 변화를 위한 충실한 자극제가 될 것이다. 따라서 적어도 동일한 가치 합리성을 지닌 사람들에게는 이 책은 ‘좋은 책’일 것이라는.

 

소유흑향은 노력의 아이콘이다

이 책이 암묵적으로 공략하는 독자군은 입시라는 계급투쟁에 뛰어들 수밖에 없는 10대와 자기계발에 매진해야하는 20대 정도다(물론 확장될 여지는 있다). 그녀는 ‘노력이 곧 성공을 부른다.’는 명제를 충실히 시연하는 양질의 역할모델인데, 책의 곳곳에 스며든 노력의 성과로 보아 그녀를 ‘노력의 아이콘’이라 불러도 손색없겠다. 즉 독자는 ‘천부적 재능’보다는 ‘실력파’가 가질 수 있는 매력을 그녀에게서 발견할 수 있겠다.

 

그녀의 과거는 속칭 ‘밑바닥’이었는데, 그렇기에 또한 그녀는 ‘변화’와 ‘가능성’을 말하기 위한 최고의 자리에 서있는 것이기도 하다. 우선 ‘소유흑향’을 많은 이가 알게 된 때는 14점이었던 외국어 영역 점수를 1년 만에 91점으로 끌어올린 그녀의 공부법이 네이버 메인 화면에 소개되고부터이다. 그녀는 학원이나 과외는커녕 고3임에도 학업과 아르바이트를 병행하며 오로지 노력과 의지 하나만으로 숙명여대 언론정보학부에 입학한 기특한 친구로서 우리에게 ‘가능성’에 대해 이야기한다.

 

여기서 우리는 한국 교육 현실의 고착화된 대학서열체계를 참조하여 그녀의 ‘숙명여대’라는 학력에 대해 주목해보아야 한다. SKY에 비하면 모자라지만 ‘지잡대’에 비하면 몹시 훌륭한 학력인데, 이는 최상위권을 바라는 소수의 상위권 학생보다 중위권에 포진한 다수의 학생들에게 ‘본보기’로서 어필하는 바가 크기에 책의 흥행 가능성도 열려있다. 그들에게 SKY 혹은 그와 대등한 학벌은 ‘넘사벽’으로 치부되기에 ‘해봄직한’, ‘노력하면 될 것도 같은’ 숙명여대라는 적당한 과실은 소유흑향을 다수의 독자가 역할모델로 삼도록 꼬득이는데 이바지한다. 즉 그녀는 막연한 부러움, 그로인한 질투의 대상이라기보다는 ‘당신도 노력만 하면 내 자리에 설 수 있다’고 일러주는 사람이다.

 

소유흑향은 24시간은 만원이다

니체는 “집어넣을 것을 많이 갖고 있으면 하루는 백 개의 주머니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소유흑향도 주머니를 상당히 많이 갖고 있는 사람으로 보이는데 그녀의 24시간은 분명 나의 24시간과 달라 보인다. 그녀의 24시간은 만원인데 비해 나의 24시간은 고요하다.

 

그녀의 대학생활에 관한 이야기를 귀담아 듣다보면 그녀가 얼마나 시간활용에 뛰어난 사람인지를 알게 된다. 대학시절, 그녀는 학비와 생활비를 자기 손으로 벌었으며 심지어 여행 자금을 마련해 10개국을 여행했다. 또한 언론정보학부라는 전공과 함께 복수전공으로 일본학을, 부전공으로는 영문학을 이수하면서도 성적우수장학금을 놓친 적 없는 탁월함을 보인다. 이쯤되면 그녀에게 ‘시간이 없어서’라는 핑계는 통하지 않는다(고 책 날개에 나와있다). 이러한 소유흑향과 같은 엄친딸 앞에서는 ‘88만원 세대 담론’도 무장해제 되고 만다.

 

소유흑향은 여전히 희망을 전한다

이 책은 여타의 자기계발서적과 똑같이 ‘할 수 있다!’라는 신념에 찬 선언을 독려한다. 또한 노력하는 방법을 가르치며 자연스레 편협한 성장 담론과 교육 제도에 순응하는 주체를 만드는 책이기도 하다. 소유흑향의 태도는 은밀히 독자들에게 전수되는데, 이것 자체가 소유흑향 자신에게는 좋은 것일 수도 있고 나쁜 것일 수도 있다. 그러나 ‘소유흑향’이라는 본보기 추종자들은 본보기와 자기를 더욱 닮게 만들기 위해 자기의 현재를 비하하고 책망하고 부정해야 하는 숙명에 빠지게 된다. 그들은 목적 추구의 성공을 위해, 노력이라는 고된 노동과 쾌락을 결부시키기 위한 노력을 한다. 이는 ‘보상에 대한 기대심리’가 기입된 노력인데, 그들에게 보상이 주어질 것인지는 불분명하나 고된 노력이 보상 받지 못한다면 이는 분명 재앙이다. 그러나 그녀는 이러한 불확실성 앞에서 쉽게 물러서지 않는다. 실패자 발생이라는 리스크에 대처하기 위한 그녀의 전략은 ‘노력에 대한 보상’을 ‘성공’에서 ‘소소한 선물’로 낮추는 수사학을 통해 독자들의 강고한 기대심리에 대한 선제적인 완화기제를 작동시키는 것이다.

 

여기서 드러나는 무의식은 ‘노력의 아이콘’인 그녀도 무언가를 의식하기에 단호하게 모든 독자의 기대가 충족될 것이라는 점을 확신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예컨대 그녀가 곁눈질로 의식할 수밖에 없던 것은 비정상적인 교육구조와 무한경쟁체제, 불확실한 경제구조, 88만원 세대 담론, 신자유주의 경제 따위의 현실원칙이다. 그녀 또한 이러한 게임 규칙 아래에서의 무분별한 열정의 소진은 자발적 착취로 귀결된다는 것쯤은 알고 있다. 만약 이러한 현실에 대해 침묵한다면 독자에게 위와 같은 바보스러운 열정을 조장하여 “이 책은 ‘자기계발서’가 아니라 ‘자기파괴서’”라는 비아냥을 받을 수도 있게 된다는 것쯤은 그녀는 잘 알고 있다. 따라서 그녀는 기대를 감소시키는 수사학을 동원하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기계발서’라는 한계로 인해 이 책은 ‘희망’을 말할 수밖에 없다. ‘희망’을 말하지 않으면 일단 ‘자기계발서’가 아니기에. 니체는 희망을 비난한다: “희망은 참으로 재앙 중에서도 최악의 재앙이다. 희망은 인간의 괴로움을 연장시키기 때문이다.”

 

우리는 거짓 희망보다 ‘노력만큼이나 노력을 인정해주는 체제도 중요하다’는 진술이 절실한 세상에 살고 있다. 그녀는 결론 부분에서 독자들에게 ‘자기만의 인생을 살아갈 것’을 주문하지만, 관건은 이게 어느 정도, 얼마만큼의 사람에게 허용되느냐이다.

 

소유흑향은 자기계발을 좋아한다

소유흑향은 자신의 주장과는 달리 미래를 위해 현재를 열렬히 희생시키는 타임-킬의 화신일수도 있다. 그래도 그녀는 90년대에 인기를 끌던 ‘성공학’ 내지는 ‘처세술’ 같은 자기계발서의 뿌리들과는 다른 것을 강조하는 동시대적인 자기계발서를 내놓았는데, 그녀의 책은 예전처럼 ‘성공’을 위해 마냥 욕구를 억누르라는 청교도적 윤리를 전수하는 것이 아니라 ‘즐기면서도 능률이 뛰어나라’고 주문한다.

 

이는 정반대로의 변화일까? 그렇지 않다. 자기계발은 여전히 지배를 수월하게 하기 위한 담론으로 이용된다. 서동진의 말처럼 “‘자기계발에의 의지’라는 새로운 정치적 합리성이 등장한 현상은 신자유주의라는 새로운 정치이념이 지배를 행사하는 것에 다름 아니다.”

 

여전히도 성과를 내기 위해 안달하는(그것이 자기만족을 위한 것이라고 발화될 지라도) 자기계발적 주체는 보드리야르가 말하는 ‘주인 없는 노예’이지 않을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소유흑향이 아니다

물론 이 글은 어쭙잖은 나의 ‘매도의 수사학’을 과시하기 위해 작성된 글이 아니다.

위에 보이는 끄적임들은 당연히 오늘 이 시간에 필요한 질문을 검출해내기 위한 과정이었다.

나는 의심이 간다. 소유흑향과 같은 달성 가능해 보이는 본보기를 내세워 나머지 구성원들에게 열정을 강조하는 방식은 최신식으로 1020을 착취하는 자본의 기술이 아닐까?

 

물론 소유흑향은 사교육의 도움을 받지 않았다는 주체적이고 긍정적인 측면이 있다. 그러나 이를 다소 냉소적으로 바라보면 그녀의 ‘미친 열정’에도 불구하고 SKY라는 철옹성에 입성하지 못한 것은 그녀가 사교육을 받지 않았기 때문일 수 있다. 이 지점에서 그녀 또한 현실원칙에서 자유롭지 않다.

 

하지만 오늘도 미친 경쟁의 나락에서 불확실한 하루를 시간표에 맞춰 보내는 학생들에게 소유흑향은 이정표이자 의지의 대상이다. 그래서 그나마 그들이 지옥에서 적응하여 살아갈 수 있는지도 모른다. 지극히 같은 처지에 있던 소유흑향이라는 특별한 열정을 지닌 개인의 활약이 심어주는 미신적인 위안에 의해서.

 

그러나 이러한 상태가 분명 이상적인 상태는 아니다. 적어도 누군가의 ‘활약’없이도 견딜만한, 살만한, 풍족한 상태가 더 낫지 않은가?

 

그런데 그러한 변화의 추구는 생각만큼 만만하지 않다. 아도르노는 "사람은 단지 사기에 당하는 것만이 아니다. 그들은 기만되기를 바란다. 그들은 지금 안주하는 대상이 없어지는 순간 세상이 너무나 견디기 힘든 것으로 변할 것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그에게 따르면 현실은 결코 단순하지 않은 것이다.

 

자, 우리의 눈앞에 꼬이고 꼬여서 풀 엄두조차 안 나는 실몽당이가 있다. 어떤 사람들은 그러한 꼬임의 상태가 ‘일반적’이라며 우리를 안심시키지만 이는 분명 보수의 입장이다. 이 순응주의적 권력자들을 어쩌겠는가. 우리는 그저 실몽당이의 매듭을 하나하나 풀어나가야만 한다(오래 걸리고 힘든 일일지라도). 이것이 진보다. 꼬인 매듭을 풀어헤치는 것은 쉽지 않지만 여러 사람이 같이 풀면 미처 발견하지 못했던 매듭도 발견하게 될 것이고 이전보다는 덜 꼬인, 조금은 나은 상태도 만들어질 것이다.

 

이러한 지향으로 우리는 ‘피나는 노력 끝에도 드물게 주어지는 성공’ 없이도 용기와 자신감, 존엄성을 지닐 수 있는 학생들을 위한 교육체계의 필요성을 주장하여야 한다. 이는 자칫 머나먼 미래의 이야기 같지만 공평하게 고통을 배분하는 지금의 시스템은 극복의 대상임이 자명하며 이를 위해 우리는 지향하는 바를 뚜렷하게 만들기 위한 노력과 열정을 다해야 한다. 또 다른 노력과 열정의 소진 장소가 바로 여기인 것이다.

 

이 나라의 학생들이 소유흑향처럼 기적적인 활약으로 ‘성공’에 가닿는다면 정치계는 정말 아무 일도 안 해도 되고 정치는 필요 없는 것이 된다. 그러나 실제로 ‘소유흑향’은 드물며 정치-없음으로 인한 짐의 무게는 고스란히 개개인들의 삶에 부과되어 버린다. 근데 자기계발서들은 이러한 상황에 놓인 개인들의 피를 빨아먹으며 성장하는 것 같다. 지금의 상태가 유지될수록 자기계발서들은 유리한 것이다. 즉 자기계발서는 정치를 배제한다.

 

A - ?

다시 변화에 대해. A에서 B로의 변화, 이 폐쇄회로. 그런데 꼭 B의 자리에 우리 손으로 B를 기입할 필요는 없지 않은가? 우리는 그간 너무 쉽게 현재 B가 차지한 자리를 B에 내주지 않았는가? A라는 시작은 같다. B의 자리를 대체할 우리만의 그 무엇을 찾는 것은 온전히 우리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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