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27법칙 - 삼성을 300배 성장시킨 숨겨진 비밀 코드
김병완 지음 / 미다스북스 / 201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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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희 27법칙, 김병완, 미다스북스, 335쪽, 15,000원

 

 

'우리의 자랑스러운 세계 일류 기업'?

 

맥시멀리즘(maximallism)이라는 말이 있다. '큰 것이 아름답다'로 대표되는 이 용어는 주로 문화예술 분야에서 쓰이는데, '최대주의, 최고주의, 극대주의 등을 뜻한다. 이러한 미학 용어는 '방치된' 한국의 예술 분야보다는 어느 한 기업의 경영원칙을 설명하는데 주효한데, 그 주인공은 세계화 물결에 힘입어 '세계 일류'를 꿈꾸는 삼성이다. 현재 삼성의 브랜드 가치는 세계 17위, 세계 일류급이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여전히 그들은 '브랜드 가치 1위' 애플에 대적하며 쉼 없이 정진한다.

 

한국인들이 세계 일류 기업을 지향하는 삼성을 바라보는 시각은 대체로 두 가지다. 삼성을 '일류'로 생각하는 것과 '일류 기업을 만들기 위해 온갖 노동자의 눈물과 희생을 강요했다'는 그것이다. 다만 '기업의 이익=국익=나의 이익'이라는 미신 구조가 여전히 작동하는 바, 전자의 시각이 우세한 편이다. 그도 그럴 것이 삼성그룹의 2011년 매출은 255조 원으로 한국 한 해 예산인 325조 원의 75%에 달해, 대중들에게 한국 경제의 핵심으로 보인다. 오죽하면 한국이 삼성 공화국이라 불릴까. 325조 원 중 몇%가 삼성의 주머니에서 나온지는 모르겠으나, 삼성은 뛰어난 많은 학생들에게 선망의 대상이자 장래희망이 되었다. 삼성의 미래는 이 수재들에 의하여 창창할 지어다.

 

 

 

광개토대왕=세종대왕=이건희?

 

<이건희 27법칙>이 출간되었다. 삼성전자에서 10년 이상 연구원을 지냈고, '수천 권의 책을 읽'고 '진리를 발견'했다고 자부하는 저자는 이 책을 통해 이건희의 핵심 경영 법칙을 27가지로 추려 우리에 공유한다(실패를 무릅쓰고 목표를 향해 전진하라, 리더에겐 관리가 아닌 창조가 필요하다, 1%가 99%를 먹여 살린다, 혁신하는 자가 미래를 지배한다, 가장 높은 곳에서 가장 멀리 보라 등). 출판사에 따르면 이 책은 "지금까지 나온 그 어떤 책보다도 더 일목요연하면서도 다각적으로, 무엇보다 정확하게 이건희의 경영법칙을 설명해 주고 있다."

 

저자는 그를 '위대한 경영자'라고 칭송하길 꺼리지 않는다. 사실상 이건희를 오늘날의 통치계급이자 한국의 지도자로 추켜세우는데, 고구려의 광개토대왕, 조선의 세종대왕에 이건희를 견주는 모습이 실소를 머금게 한다. 그러나 이 책이 초점을 맞추는 독자는 이건희와 같은 경영 리더가 되고 싶은 사람들이다. 저자는 1987년에 회장으로 취임하여 삼성을 300배 성장시킨 이건희를 분해하고 재구성하여 '지독히 노력하여' 성공한 세속적 신으로 추대한다. 이건희, 그는 적어도 이 책에서는 미래의 리더를 위한 롤모델인 셈이다. '목숨 걸고 자기계발 하라'는 살벌한 말을 서슴지 않는 저자는 결국 이 책을 통해 이건희처럼 리더가 되는 법을 일러준다. '제왕적 리더십'으로 불리는 그 리더십을.

 

이건희 그늘 아래서

 

'또 하나의 가족'이라는 말로 치장된 삼성은 여전히 한국인들에게 정체성을 부여한다. 그러나 신자유주의 시대에 들어서면서 '기업의 이익=국익=나의 이익'이라는 공식은 더욱 오류에 가까워지고 있다. 예컨대 자유 시장에 힘입은 삼성이 미국 시장에서 갤럭시S로 남긴 이익으로 한국에 있는 생산 공장을 중국으로 이동시켰다고 가정해보자. 한국에 사는 나는 실업자나 취업에 실패한 청년 백수가 될수도 있는 것이다. 데이비드 하비에 따르면 실제로 "2003년 9월에 삼성전자는 중국에 20억 달러를 투자해 "10개의 자회사와 26개의 생산 공장을 만들고 총 4망 2000명을 고용해" 전체 PC제조 사업을 중국으로 이전하고 있다." 가정이 사실에 근접하고 있는 현실.

 

차기 대선 후보 중 한 명인 안철수는 언젠가 '삼성 동물원'이란 말을 제시하며 국내의 경제 구조를 비판한 적이 있다. 현재 국내의 경제 구조는 0.1%의 대기업과 나머지 영세한 소기업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수익 면에서는 비대칭적이기 짝이 없다. 소기업의 창업, 성장, 발전의 경로는 재벌들에 의해 막힌 상태다. 재벌들은 이윤을 위해서라면 납품업체를 쥐어짜고, 벤처기업의 기술 인력을 약탈하며, 문어발식으로 사업을 확장하고, 계열사에 일감을 몰아주기를 즐긴다. 상생과 공생은 허울뿐이다.

 

상황이 이러하니 역설적으로 젊은 층은 대기업 취직을 열망한다. 한 조사에 따르면 대기업에 지원하는 구직자의 절반 이상은 취업에 실패하더라도 중소기업에 지원할 의향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0.1%의 가능성을 위해서 말이다. <새로운 빈곤>이라는 책에서 지그문트 바우만은 "오늘날 기업들은 이익을 증대시키기 위해 더 많은 노동자들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대기업 시대에 진보란 무엇보다도 '인원감축'을 뜻한다."고 말했는데, 성장을 위해 내달릴 것이 분명한 삼성에게도 '인원감축'을 필연일 것이다.

 

 

또 다른 심각한 문제는 삼성에서 일하거나 일했던 노동자들이 죽어가고 있다는 것이다. 벌써 56명이라고 한다. 이는 그들이 도취된 무노조의 신화의 부작용에 다름 아니다. 홍세화는 "21세기에도 무노조를 고집하는 삼성 왕국은 19세기적 성채다… 노조 설립을 하지 않아야 처우를 더욱 잘 해준다는 사용자의 말에 현혹되고 있다면 그것은 노예근성에 지나지 않는다."고 삼성 왕국과 우리 안의 노예근성을 이중적으로 꾸짖지만 어찌 우리가 이데올로기 주입에서 면제될 수가 있는 지는 간과한다(당신들의 '참여 정부'를 우석훈이 '삼성 공화국'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고 평한 사실을 기억하자). 성장의 이면을 인정하고 싶지 않은 삼성, 굳이 그늘에 관심을 갖지 않아도 '국익'의 이름으로 용인되는 '공룡 재벌 그룹'. 그 와중에 출간된 <이건희 27법칙>이라는 책이 불편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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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달 2022-06-11 03: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