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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의 학교 론 클라크 아카데미
론 클라크 지음, 이주혜 옮김 / 김영사 / 2012년 5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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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들이 죽어간다. 죽고 또 죽는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0년 청소년 사망원인 1위는 단연 자살이다. 10만 명당 13명이 자살로 생을 마감한다. 그들은 왜 자살을 할까? 최근 자살의 원인으로 부각되는 것은 단연 '학교 폭력'이다. 그러나 한 조사에 따르면 가장 큰 원인은 성적 압박 때문이라고 한다. 원인이 학교 폭력이든 학업 문제이든 자명하게도 청소년들은 자신들에게 주어진 환경에 적응할 수 없어 자살을 선택하는 것이다. 자살이 이 지옥에서 자신의 존엄을 지키기 위한 한 방법이라는 말까지 들려온다.
그들에게는 고통스러운 현실을 극복할 힘과 시간이 없다. 학교와 학원에 붙잡힌 그들은 그저 묵묵히 지시받은 대로 소수의 승리자가 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으며, 문제지를 넘길 자유, 자신에게 알맞은 문제지를 골라서 구매할 자유 밖에는 누리지 못한다. 물론 공부와는 담을 쌓은 학생들도 이따금씩 있지만 그들을 배제하는 것은 결국 사회다. 그들에게는 주어진 역할이 없다. 바우만의 말처럼 '역할이 없으면 도덕적 의무도 없'기에 그들의 악랄한 말썽 또한 교육의 (부수적)효과랄까? 오늘날 청소년의 자살 문제, 그것은 결국 우리 교육과 사회 현실과 깊은 연관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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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교육은 시체다. 창백한 콘크리트 곽에서 이루어지는 교육의 현장은 생기 없는 교사들과 졸고 있는 학생들이 엉켜서 숨이 막힐 듯 답답하고 지루한 모습이다. 이곳에는 끊임없이 학교폭력, 왕따, 획일적 교육, 살인적인 경쟁, 성적 지상주의라는 유령들이 출몰한다. 결국에 가장 큰 피해자는 학생 개인들. 실로 그들에겐 구원이 필요해 보인다.
이러한 현실에 문제의식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은 무엇이 잘못되었는지에 대해서는 꿰고 있으나 유의미한 변화를 기획하는 데는 번번이 실패하고 만다. 아무도 이 고장 난 교육체제를 통제하지 못하는 형국이다. A/S를 요청하였으나 약속시간에 나타나지 않는 엔지니어, 우리 교육은 진작에 임계치를 넘어 파국에 치달았으나 이 상태가 너무 오래 지속되어 우리들은 그만 파국이 도래하였는지 조차 잊어버렸다. 결국에 '우리'를 재생산하는 것은 우리 공동체의 교육이라 할 수 있는데, 이 땅의 배움은 불임의 배움이요, 불임의 교육이 되어버렸다.
###서글픈 우리에게 두툼한 우편 한 통이 도착했다. 발신처는 미국 애틀랜타에 위치한 론 클라크 아카데미, 문서 제목은 <꿈의 학교 론 클라크 아카데미>이고, 발신자는 그 곳의 공동 설립자 론 클라크이다. 그 곳은 대체 무얼 하는 곳이기에 태평양 건너 우리에게까지 이러한 편지를 보낸 것일까? 글쓴이에 따르면 론 클라크 아카데미는 독특한(그의 말로는 '최고의') 교육방법과 교수법을 지닌 혁신교육의 살아있는 모델이라고 한다(매년 대략 3000명의 교육자들이 이곳을 찾아와 아이들을 향상시키기 위한 교육법을 배워간다고 한다). 이 문서에는 그곳에서의 경험을 토대로 작성된 101가지의 영감을 주는 이야기들이 담겨 있다. 물론 이것들은 참된 교육을 위한 101가지다. 그런데 이 101가지 제안을 꼼꼼히 살펴본 바, 놀랍게도 이것들은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악보였다. 그가 제안하는 것들은 '꿈을 버리지 말라고 가르쳐라', '귀 기울여라', '뛰어나라', '모든 아이들을 내 아이처럼 대하라', '노력의 가치를 강조하라', '겉과 속이 다른 부모가 되지 마라'와 같은 것들이다. 이 익숙함. 다만 그 학교의 창립자이자 이 문건의 글쓴이인 론 클라크는 훌륭한 연주자였다. 그는 이 가치들은 교실에다가 실현하는데 성공한 것이다. 반대로 우리는 악보를 볼 수는 있지만 악기를 다루는 데는 몹시 서툰 것이다.
이미 알려진 악보, 그렇다고 클라크가 제시하는 목록들을 폄하하는 것은 아니다. 적어도 그가 제시한 것들은 우리의 머리 안에서 배배 꼬인 무형의 것들을 명료하게 정리 해준다는데 의의가 있다.
####론 클라크 아카데미의 나라 미국, 그 나라의 대통령 오바마는 역설적이게도 공적인 자리에서 한국 교육에 대해 부러움을 표시하며 미국도 본받아야 한다고까지 말했다. 오바마가 감명 받은 것이 우리 교육의 어떠한 면모인지는 모르겠지만 어두운 면을 간과한 것은 분명해 보인다.
외부의 시선으로는 어찌 보일지 몰라도, 여기 이 땅에 사는 학생들에게는 배움과 즐거움을 연결하기란 무진 어려운 일이다. 론 클라크 아카데미의 학생들과는 달리 말이다. 교육을 잃어버린 사회, 어느 날 갑자기 찾아온 <론 클라크 아카데미>는 이 비루한 현실에 쇼크를 주기에 충분한 각성제이다. 이 책은 정체되고 있는 교육 개혁을 촉진시키기 위한 촉매와 같은 책이다. 우리는 그가 제시한 101가지의 전략을 토대로 무엇에 가치를 두고 강조할 것인지를 결정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여전히 현실은 녹록치 않다. 우리 정치권의 진보든 보수든 새로움을 용납하지 못한다. 이 새로움이 소수화 되는 한국에서 변화란 없다, 아니 몹시 드문 일이다. 즉 새로운 교육의 자리는 비좁기 짝이 없는 것이다. 이 때문에 우리는 더욱 론 클라크가 기획한 아래로부터의 혁명에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겠다. 그가 제시하는 것은 여의도를 거친 교육 시스템 개편이 아닌 일상에서부터의 투쟁이기 때문이다. 물론 이러한 관점은 교육자와 부모의 역량을 몹시 강조하여 사회적 차원의 문제를 이미 피로한 우리들에게 떠넘기는 한계가 있다. 그렇더라도 이러한 고달픈 혁명의 시도는 개개인들로부터 시간이 허락하는 한에서 많으면 많을수록 좋을 것이다. 이러한 시도를 하는 사람들이 모이고 모이면 교육 문제 뿐 아니라 사회 전방위적인 문제제기의 기류가 형성될 것임이 분명하기에 말이다. 더 이상 아이들이 자살하도록 내버려두지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