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인 캠피온의 신작 '개의 힘'을 보다가 잊힌 작가 토마스 새비지를 만났다. 애니 프루가 오마주로 '브로큰백마운틴' 썼다고 하는 작가의 대표작이다. 

캠피온 감독의 늘 말없는 화면이 전하는 긴 뉴질랜드의 황야의 여운에, 저 책을 슬쩍 들춰보니 너무 시끄러워서 

멀찍이 두고서- 










대신, 작가의 그 다음 대표작 'the sheep queen'이니 'the pass'니 다 제껴두고 

시간을 쪼개가며 'her side of it'을 읽었다. 초판본 외에 재판도 되지 않았는지, 아래가 유일한 책 표지이고 

구할 수 없어서 모처에서 한 시간마다 대여하며 잠에 꼬박 떨어지기 전에 잠시 머리를 식히며 읽어서 

대체 얼마나 오랫동안 책 한권에 매달려 있었는지는 모르겠다. 




내용은 갓 발령받았다가, 불혹에 접어들며 자신의 미래가 불안정한 뉴잉글랜드 벽촌 어느 대학강사(비정규직) 윌리엄이 

아마 자신보다 나이가 조금 많거나 꽤나 많을 어느 (여성 )작가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그녀 삶에 얽힌 사람들 이야기를 

수려한 그녀의 필체와 사고와 입담으로 보낸 편지를 중심으로 

순순히 '자신의 편에서 판단한' 그녀 이야기를 전해주는 이야기다. 

내용은 이제껏 들었던 사람들 (20세기 초중반, 촌에서 평범하게 숨어살다, 대학물을 진하게 들이킨 뉴욕에 사는 여성)이라는 사연에서 몇 가지들을 그대로 쳐나간다. 

자신의 이야기도 빠질려야 빠질 수 없어 끼여들고,

이야기는 앞뒤는 있어도 순서가 없고, 시차와 변환은 있어도 친절하게도 구분하는 일은 하지 않는다. 

누구 누군가의 시선에서, 이름 열 자 잊힌다고 하면 가련하지 않은 사람이 없겠으나, 

한 사람의 삶을 최대한 곁가지들로 보듬는 이야기라 마냥 슬프지는 않다. 


차분한 겨울밤에 새해를 넘겨 끝내기 좋은 책. 하지만 책에서 진실이란-조금은 갸우뚱거리게 하는-단어로 그 너머를 아우르는 게 조금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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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드로 파라모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93
후안 룰포 지음, 정창 옮김 / 민음사 / 200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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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중간에 불현듯 떠오르는 책이 있어 찾아보니 가디언 서평에 '폭풍부는 언덕을 카프카가 각색'을 한 책이라고 했군요. 

그럼 그렇지. 

흘깃 어깨 너머로 훔쳐보던 H 씨, 학교 다닐 때 필독서로 읽었던 기억이 아주 가물하는, 아는 사람 다 아는 책이라네요. 

아니 그럴 수 없는 책이란 생각을 합니다. 


가난한 이의 상상이 여기와 저기, 단조롭게 하루 더 죽지 못해 살아가는 여기, 그 하루를 더 잇지 못해 죽은 저기

외에 더 뻗을 수 있을까 생각으로 책을 읽기 시작했는데, 간만에 단숨에 읽고 바쁘게 우선 몇 자 적어 봅니다. 


나는 죽어서 누웠는지, 죽은 척 누운 건지, 세찬 바람이 전하는 이야기를 주워듣고 

사유는 악한 돈 뻬드로가 담당을 합니다. 

이야기는 터진 콩자루에서 콩 튀기듯이 사방으로 튑니다. 


"그는 결코 그 기억을 되살리고 싶지 않았다. 왜냐면 또 다른 이들의 기억들이 항상 뒤따르기 마련이어서였다. 마치 곡식이 가득 든 자루를 찢어졌는데 낱알이 쏟아지지 않게 하려고 애쓰는 것만 같았다. 그의 아버지 죽음에 대한 기억은 다른 죽음들을 떠올렸고, 그 각각 기억에 똑같이 망가진 얼굴의 이미지가 있었다. 한 눈은 파괴가 되었고, 다른 눈은 복수에 불타오른다. 그리고 또 다른 기억, 그리고 또 다른 기억을 차례로, 그의 마음 속에 마침내 다 지워버리고 나면, 더 이상 기억할 사람이 남아있지 않았다."



그렇게 사흘을 울어대던 '조종'에 아예 귀가 멀어버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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빠졌어, 너에게
와야마 야마 지음, 김진희 옮김 / 문학동네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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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내려놓고 한참을-˝은 여기 나오는 말이에요. 일단 읽어보라기에 읽었고, 엉뚱한 상상하지 말고 일단 읽어보라고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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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10-24 15:3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10-24 20:01   URL
비밀 댓글입니다.

서산_影 2021-11-01 03:40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고쳤습니다.
중편 두개에 저렇게 가격을 쎄게 매기지 않을 줄 알았는데, 조금 아쉽습니다. 내용은 헝가리판본을 조금 더 비교해 업그레이드 되었습니다.
 















그렇다. 어언 네번째 도전 끝에 읽어낸 한 작가의 또 다른 책이다. 

작가는 다소 생소한(그러니까 미출간), 포스트모던의 (숨겨진) 한축, 길버트 소렌티노이다. 

읽다만 책들을 다 모아보면 작가를 압축하는 두 가자 특징은, 메타픽션을 앞세워 픽션을 뒷전에 둔다. 남 이야기하듯 제 이야기를 계속 한다는 점이다. 


작가의 대표작은 '멀리건 스튜' 메타픽션의 진수라고 다들 칭하는 아주 옛날 작품이다. 

400여 페이지의 긴 작품이며, 그것도 모자라 중견작가였던 자신의 작품을 내친 오십 여개 출판사의 거절 편지까지 앞에다 모아 넣어 놓았다. '친구를 죽였는지 안 죽였는지 기억이 도통 없는 어느 출판인의 회상록'의 소설을 쓰는 작가가 여러 사람들에게 편지로 대화하는 서간체 문학에 소설 중 작중인물이 작가를 살피고, 그 중간에 소설가의 작품과 다른 작가의 작품까지 구색으로 맞춰 놓은 














멀리건 스튜( 아일랜드식 잡탕찌개)이다-만 도는 되돌이, 끝까지 돈다는 말에 삼분의 일에서 고이 접었다. 


재미없는 건 절대 아니어서 다음에 도전한 게 아뿔싸














-또 다른 메타픽션이긴 한데. 옛날 영어에 듣도보도 못한 단어들이 한 단어 건널 때마다 나오는데다, 아주 고리짝 소설적농담들을 자미지게 붙여놓은 목가적 여행담의 절정이라-이것 번역되어 나오면 기필코 읽어야지 각오를 다진 후 접어두었다. 

-절대, 절대 재미 없는 책은 아니다. 20kg 의 묵직한 칼을 목에 두르고 앉아 있으면 읽을 수 있지 않을까 싶은-

블루는 주인공 별명인데, 한꾸러미로 도착한 책, 로버트 쿠버의 퍼블릭 버닝의 주인공 이름도 블루였다. 


이상한 평범구역은 작가로서는 굉장히 평범한 이야기라 오히려 낯설어서 일찌감치 관두었고, 

별빛의 일탈은 다른 책 끙끙거리고 보느라 펴지도 못했다. 


그렇게 혹독한 시련들을 조금 겪고 된서리를 일찌감치 맞았더니, 어럅쇼. 

이건 재미있네 싶어 틈날 때마다 읽으려고 책껍데기까지 고이 입혔다. 

먹다 뱉지 않고 고이 삭혀 내려보내는 이런 숙변의 쾌감! 

작가의 초기작이라서 남보라는 듯한 실험정신에 엉거주춤 내딛은 탓이리라. 물론 한꺼풀 밖에 안되는 메타픽션에 사실일까, 아닐까로 간질이고, 영원한 주인공 자신과, 글쟁이들과 그들의 좁은 세상(그것도 뉴욕도 그 인근)을 돈다. 


내용은-생략할 것도 없이 없으니까 건너뛰고 

나도 '책을 덮고 벅차오르는 감동에 한참을 책을 두 손에 올리고 가만 있었다' 같은 독후감을 써야지 싶어서 

한번 써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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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페이지 안되는 짧은 책에, 중간에 자꾸 장을 나눠 결코 길지 않은 책인데, 다 읽어'치우는'데 좀 걸렸다. 

바쁜 핑계도 들 수 있을 테지만, 조금 느리다. 아마 익숙하지 않아서 그렇겠지만. 

그래서 '모렐의 발명'La Invencion De Morel이란 제목에 혹해서 잡히는 대로 읽은 작가, 이해를 돕기 위해 아돌포 비오이 카사레스의 궂긴뉴스를 찾아 읽어보았더니, 


돼지 전쟁 일기 Diario De La Guerra Del Cerdo 1969

플라타에서 겪은 어느 사진가의 모험 Aventura De Un Fotografo En La Plata 1985


그의 대표작으로 소개를 해놓았는데, 빠져 있는 걸 보니 대표작에는 들지는 않는 모양이다. 

모렐-은 환타지 속의 리얼리티, 평행 세계의 구축하며 시간을 묘하게 비틀어대는 재주가 탁월하여 믿기지 않더라고 독자들을 자의적으로 그 세계로 발을 들이게 만든다고 한다고 하던데. 


여기서도 좀 느리지만 그런 비슷하게 묽힌 마테 맛을 느낄 수 있다. 

200여 페이지 조금 더 되는 1978년 발표작, 뒤의 이분 책이 그랫다고 하니 정치적인 색채로 한 세발 건너 둘러놓기도 한 것 같기도 하고, 일타3피로 적절하지 않았을까, 달랑 책 하나 읽고 짐작해본다. 


느릿하다. 그렇다고 아주 깊이 들어가거나, 한없는 주절거리며 뱅뱅이만 도는 미친 책은 아니라 자근자근 밟아 가는데, 흘러가는 문장 주워들고, 이게 꿈이냐, 생시냐, 환타지냐 현실이냐 실랑이하며 갸우뚱거리며, 어디에 종지부를 찍느냐에 따라 달라지는 그 모양새에 참고 읽다 못해, 괜히 딴 길을 새었더랬는데 


'책에서 사랑해 마지 않는/사랑하는지 모르는 그의 안사람' 

실비나 오캄포 단편 선집이다. 실비나 오캄포 아르헨티나 문학사에 또 다른 한 자리 매김하며 카사레스/보르헤스 그룹과 교류하던 오캄포 자매들 중의 한 명이란다. 













선집 형태라 그렇가도 하겠지만 세월을 잇느라, 여러 실험적 문체에서 다방면/하지만 한정적 주제를 다 걸치느라 질게 만든 메밀 국수처럼 자꾸 끊기는 느낌이라 한번 끊고.  


중간으로 돌아가 내처 읽었다. 끝판이라, 더군다나  밝은 낮에 햇빛을 받으며 읽는지라 진도가 훅 빠진다. 


그리고, ----스포일러-----환타지를 환타지로 만드는 말도 안 되는/이제야 말이 되는 결말을 확인하여 여기 도장을 박아본다. 땡. 느낌은 뛰어난 솜씨에도-글쎄-다른 일로 바쁜 지라-모르겠지만-시원텁텁한 맛의 아이스커피, 그것도 생콩을 덜 볶은 맛이다. 환타지가 일상으로 스크린에 차고 넘치는 이렇게 뒤늦게 읽은 탓, 동시대에 접했더라면 상찬한 마떼 맛을 즐길 수 있으려나 모르겠다. 

조금 쉬었다가 유칼립투스 접이탁자에 커피 한잔 다시 놓고, (그렇게 유다른) 오캄포 여사님께 다시 돌아가 봐야지. 한쪽 도로에 차 지나는 소리에 다른 귀에 시끄러운 매미소리, 얼마만에 쉬는 날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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