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드로 파라모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93
후안 룰포 지음, 정창 옮김 / 민음사 / 200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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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중간에 불현듯 떠오르는 책이 있어 찾아보니 가디언 서평에 '폭풍부는 언덕을 카프카가 각색'을 한 책이라고 했군요. 

그럼 그렇지. 

흘깃 어깨 너머로 훔쳐보던 H 씨, 학교 다닐 때 필독서로 읽었던 기억이 아주 가물하는, 아는 사람 다 아는 책이라네요. 

아니 그럴 수 없는 책이란 생각을 합니다. 


가난한 이의 상상이 여기와 저기, 단조롭게 하루 더 죽지 못해 살아가는 여기, 그 하루를 더 잇지 못해 죽은 저기

외에 더 뻗을 수 있을까 생각으로 책을 읽기 시작했는데, 간만에 단숨에 읽고 바쁘게 우선 몇 자 적어 봅니다. 


나는 죽어서 누웠는지, 죽은 척 누운 건지, 세찬 바람이 전하는 이야기를 주워듣고 

사유는 악한 돈 뻬드로가 담당을 합니다. 

이야기는 터진 콩자루에서 콩 튀기듯이 사방으로 튑니다. 


"그는 결코 그 기억을 되살리고 싶지 않았다. 왜냐면 또 다른 이들의 기억들이 항상 뒤따르기 마련이어서였다. 마치 곡식이 가득 든 자루를 찢어졌는데 낱알이 쏟아지지 않게 하려고 애쓰는 것만 같았다. 그의 아버지 죽음에 대한 기억은 다른 죽음들을 떠올렸고, 그 각각 기억에 똑같이 망가진 얼굴의 이미지가 있었다. 한 눈은 파괴가 되었고, 다른 눈은 복수에 불타오른다. 그리고 또 다른 기억, 그리고 또 다른 기억을 차례로, 그의 마음 속에 마침내 다 지워버리고 나면, 더 이상 기억할 사람이 남아있지 않았다."



그렇게 사흘을 울어대던 '조종'에 아예 귀가 멀어버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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