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 번역된 파트릭 모디아노의 '네가 길을 잃어버리지 않게"인데,
조금 문장이 매끄럽지 않고 감칠맛이 없어서, 영역본으로 읽었습니다.
이 책에서 제일 불편 했던 건----
(스포일러---)
첫번째 떡밥을 따라가다 보면, 하나가 끝나고, 두번째 떡밥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밑밥은 넉넉하니까, 이걸로도 배부르죠.
제목부터 길잃지 말라고 당부하니, 길 잃을 각오는 하고 파리와 그 근교를 헤매다니다 보면,
리옹 어딘가 쯤에서 잠을 깰 겁니다. 혹시 글자 사이에서 헤매지 않도록 더블 스페이스로 낙낙히 놓고,
그러니까, 모르쇠를 일관하던 기억이 가물한 할아버지가 총기를 반짝거리는 20살의 청년으로 회귀해서는, 앞의 이야기
최근의 실마리는 일부러 놓고 총기로만은 메울 수 없는 어릴 적 과거로만 계속 채우는 건, 먕령이 들었나,
요즘 말로 이야기가 치매인가 그래서 옛 기억은 프레임 하나까지 다 기억하나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파도에 씻기듯 하나씩 쓸러가는 모래알같은 기억을 보완하기 위해 없던 기억을 새로 꾸며내듯,
소설가인 버릇 남 못주고 아예 책 하나를 써버렸나 봅니다.
그래서, 이게 우연 남발의, 친절 남발의 소설인지, 망상인지, 망령인지, (믿기지 않지만) 정말 기억인지,
잘못된 기록인지, 거짓말인지 도통 모르게 끝나버려요. 기억 갖고 별장난을 다치더니 (세편을 미뤄 짐작은 무리겠으나)
잃어버린 열쇠 대신에 아예 문짝을 하나 새로 짜만들어 내놓습니다.
하지만 그 문 들어가는 것도 아니에요, 시선은 늘 세상이 보이나 단절이 된 창문으로 향하니까요.
신기하지요, 이런 책은 꼭 이야기가 아니라 작가가 무슨 작정으로 이랬나 더 덤비게 되는 모양입니다.
(스포일러----끝)
뭐니, 뭐니 해도, 일부러 끊어버린 고리와 억지로 연결한 사슬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