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heltering Sky (Paperback)
Paul Bowles / Penguin Classics / 200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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꽤나 느릿하게, 느긋하게 오래 읽은 것 같습니다. 이야기와 광경은 영화와 여행으로 흐름을 잇고 분위기를 쫓기에는 어렵지 않았지만, 반짝거리는 말들은 모래처럼 빠져나가버렸습니다. 아쉬웠던 영화의 빈 공간들이 책속에서 꽉 차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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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도살장 (무선)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150
커트 보니것 지음, 정영목 옮김 / 문학동네 / 201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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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Slaughterhouse Five로 읽다가, 뒤에는---


살다 보면 다 그런 것 아니겠습니까? 

메뚜기 뛰듯 깡충거리다 보면 잭슨 폴락의 그림이 될지, 칸딘스키 칸막이 찹쌀떡 그림으로 딱딱 떨어질지, 

그래도 네 귀퉁이에서 벗어나지는 못하고 제 그림자만 자꾸 밟고 있고, 



제 느낌에 한올씩 짜들어가는 양탄자 같았습니다. 올이 널을 뛰고, 이미지는 만드는 사람의 머리/스케치에만 있다가 끝에 가서야 드러나는 양탄자, 그렇게 하나의 추상적인 그림을 이루는데, 그게 뭐라고 그래도 눈물을 쏙 뺍니다. 그런데 책을 읽다보면 자꾸 꾹꾹꾹 세 개씩 들어가는 중간점이 칸과 칸을 굵은 선으로 길게 질러놓는 몬드리안 그림처럼, 조각보처럼, 양탄자처럼 이어지는 실끈을 싹뚝싹뚝 잘라버립니다. 글렌 굴드의 OST가 아름답다는 영화는 못 보고 대신 So it goes 라는 다큐에 보니 시간을 오가는 SF적인 혹은, 정신병동적인 요소는 작가가 책 내용과의 거리감을 위해서 넣었다고 하던데, 거기다가 저렇게 점까지 질러놓고 동화되지 않고 지켜보기를 권하는군요.


SF 소설인 타이탄의 미녀들보다 짜임새는 돋보입니다. 살을 줄이고 뼈를 깎은 간결한 언어로, 육덕지게 해대는 욕도(번역판보다 원어가 더 얌전하지만요) 폐부를 찌르고요. 지금 읽고 있는 '고양이 요람 혹은 손뜨기 놀이'보다 종횡무진 더 포스트모던한 점도 좋고, 괜히 이분의 대표작은 아닌 모양입니다. 


하나 짚고 넘어가야할 점, 

저 표지, 세상을 지켜보는 저 눈은 사실 타이탄의 미녀들에 나오는 이미지입니다. 아마 다른 행성에 살고 있으면서 어쩌다 이름만 같은 외계인 트라마도어인의 눈은 손같이 생긴 몸체 끝에 붙어 있습니다.  


그리고 아무 생각없이 멋모르고 십자포화를 맞은 작중의 '나'는 4열 종대 맨앞, 맨끝에 있었던 걸로 슬며시 추정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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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 You Don't Get Lost in the Neighbourhood (Paperback)
파트릭 모디아노 / Quercus Publishing / 201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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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에 번역된 파트릭 모디아노의 '네가 길을 잃어버리지 않게"인데, 















조금 문장이 매끄럽지 않고 감칠맛이 없어서, 영역본으로 읽었습니다. 


이 책에서 제일 불편 했던 건----


(스포일러---) 


첫번째 떡밥을 따라가다 보면, 하나가 끝나고, 두번째 떡밥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밑밥은 넉넉하니까, 이걸로도 배부르죠.  


제목부터 길잃지 말라고 당부하니, 길 잃을 각오는 하고 파리와 그 근교를 헤매다니다 보면, 


리옹 어딘가 쯤에서 잠을 깰 겁니다. 혹시 글자 사이에서 헤매지 않도록 더블 스페이스로 낙낙히 놓고, 


그러니까, 모르쇠를 일관하던 기억이 가물한 할아버지가 총기를 반짝거리는 20살의 청년으로 회귀해서는, 앞의 이야기


최근의 실마리는 일부러 놓고 총기로만은 메울 수 없는 어릴 적 과거로만 계속 채우는 건, 먕령이 들었나, 


요즘 말로 이야기가 치매인가 그래서 옛 기억은 프레임 하나까지 다 기억하나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파도에 씻기듯 하나씩 쓸러가는 모래알같은 기억을 보완하기 위해 없던 기억을 새로 꾸며내듯, 


소설가인 버릇 남 못주고 아예 책 하나를 써버렸나 봅니다. 


그래서, 이게 우연 남발의, 친절 남발의 소설인지, 망상인지, 망령인지, (믿기지 않지만) 정말 기억인지, 


잘못된 기록인지, 거짓말인지 도통 모르게 끝나버려요. 기억 갖고 별장난을 다치더니 (세편을 미뤄 짐작은 무리겠으나) 


잃어버린 열쇠 대신에 아예 문짝을 하나 새로 짜만들어 내놓습니다. 


하지만 그 문 들어가는 것도 아니에요, 시선은 늘 세상이 보이나 단절이 된 창문으로 향하니까요. 


신기하지요, 이런 책은 꼭 이야기가 아니라 작가가 무슨 작정으로 이랬나 더 덤비게 되는 모양입니다. 


(스포일러----끝) 


뭐니, 뭐니 해도,   일부러 끊어버린 고리와 억지로 연결한 사슬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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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Last Wolf & Herman (Hardcover)
L?zl? Szirtes Krasznahorkai, George / New Directions / 201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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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겐) 네번째 크라스나호르카이 책. 난 책을 거꾸로 읽었습니다. 읽고 나서야 알았습니다. 무슨 상관이겠습니까, 모든 마지막이 처음인데. 마지막이 셋이라도 상관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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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르두발 지만지 고전선집 573
카렐 차페크 지음, 권재일 옮김 / 지식을만드는지식 / 201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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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났던 일에도 실패하고, 도착에도 실패하고, 어울리기에도 실패하고, 혼잣말만 하다 혼잣말로만 남은 사람, 다시 떠나는 길만 남았습니다. 뒤에 주머니에서 주섬거린 이야기로 변형/수렴을 해도 좋았습니다.
쌀가마니 재는 저울로 낟알 재려는 서평에 그만 주눅들 뻔 했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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