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도살장 (무선)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150
커트 보니것 지음, 정영목 옮김 / 문학동네 / 201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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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Slaughterhouse Five로 읽다가, 뒤에는---


살다 보면 다 그런 것 아니겠습니까? 

메뚜기 뛰듯 깡충거리다 보면 잭슨 폴락의 그림이 될지, 칸딘스키 칸막이 찹쌀떡 그림으로 딱딱 떨어질지, 

그래도 네 귀퉁이에서 벗어나지는 못하고 제 그림자만 자꾸 밟고 있고, 



제 느낌에 한올씩 짜들어가는 양탄자 같았습니다. 올이 널을 뛰고, 이미지는 만드는 사람의 머리/스케치에만 있다가 끝에 가서야 드러나는 양탄자, 그렇게 하나의 추상적인 그림을 이루는데, 그게 뭐라고 그래도 눈물을 쏙 뺍니다. 그런데 책을 읽다보면 자꾸 꾹꾹꾹 세 개씩 들어가는 중간점이 칸과 칸을 굵은 선으로 길게 질러놓는 몬드리안 그림처럼, 조각보처럼, 양탄자처럼 이어지는 실끈을 싹뚝싹뚝 잘라버립니다. 글렌 굴드의 OST가 아름답다는 영화는 못 보고 대신 So it goes 라는 다큐에 보니 시간을 오가는 SF적인 혹은, 정신병동적인 요소는 작가가 책 내용과의 거리감을 위해서 넣었다고 하던데, 거기다가 저렇게 점까지 질러놓고 동화되지 않고 지켜보기를 권하는군요.


SF 소설인 타이탄의 미녀들보다 짜임새는 돋보입니다. 살을 줄이고 뼈를 깎은 간결한 언어로, 육덕지게 해대는 욕도(번역판보다 원어가 더 얌전하지만요) 폐부를 찌르고요. 지금 읽고 있는 '고양이 요람 혹은 손뜨기 놀이'보다 종횡무진 더 포스트모던한 점도 좋고, 괜히 이분의 대표작은 아닌 모양입니다. 


하나 짚고 넘어가야할 점, 

저 표지, 세상을 지켜보는 저 눈은 사실 타이탄의 미녀들에 나오는 이미지입니다. 아마 다른 행성에 살고 있으면서 어쩌다 이름만 같은 외계인 트라마도어인의 눈은 손같이 생긴 몸체 끝에 붙어 있습니다.  


그리고 아무 생각없이 멋모르고 십자포화를 맞은 작중의 '나'는 4열 종대 맨앞, 맨끝에 있었던 걸로 슬며시 추정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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