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작, 스튜어트 다이벡 Stuart Dybek 


단편집인 줄 알았더니, 나름 가로세로 대각선으로 연결된 단편집이다. 

시인이 써서 그런지 구성이, 사용하는 글들이 멋지다. 

음악이 배경처럼 흘러서 그런지, 짜임새가 어느 술집 바에 흐르는 남미 음악같다. 


오기 마치의 '대모험'(절대적으로 시대에 맞춰 새로운 번역이 필요하다)을 (그래서 원서로) 읽다가 

찾아 본 신문기사에서 시카고를 대변하는 두 책으로 비교 소개된 글을 읽고 접하게 된 책이다. 


그래서 그런지 오기 마치처럼 시카고 변방의 이민자들, 미국에 아니 그런 사람이야 없겠지만 

그들 소년시절이 조금은 비슷한 느낌을 준다. 사용하는 단어들도 그렇고, 전자에 꿀리느냐고? 아니다. 

오기 마치가 아마 설익어서 오히려 딸리는 느낌? 


아무튼, 간만에 읽은 맛깔나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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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rrell and Son (Paperback)
Oxford City Press / 201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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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퍼센트의 인내와 25퍼센트의 오기로 읽어내려간 책. 다작의 작가가 전혀 소개되지 않아도 전혀 이상하지 않은 책. 20년 전만 해도 먹혔을까, 모르겠다. 1926년이니 어언 90년 묵은-낡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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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Quiet American : Penguin Classics (Paperback, Deckle Edge) - 그레이엄 그린『조용한 미국인』원서
그레이엄 그린, Robert Stone 지음 / Penguin Classics / 200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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댜실 해미트나 레이먼드 챈들러는 느와르/생계형/미국형 추리소설 작가들이고, 나름 한 장르를 이루지만 

영국에서는 끝에 다들 모여 커피를 마시며 범인 발표형 모임을 갖는 '영국식' 탐정 소설이 대척을 이룬다.- 고 하는데, 


이 책은 읽다보면 로맨스, 가다보면 르포르타주, 읽고나면 느와르형 소설이라는 인상을 받는다. 


별 하나는 영 신빙성 떨어지는 삼각관계 설정에 끝끝내 마음이 꿍하니 불편하여 깎아먹었다. 

그것만 빼면, 자의식 강한 냉소적인 작가의 출중한 작품이라고 본다. 


영화 만들기 좋은 소재라 생각했더니, 두번이나 영화화 되었고 

두번째 영화에 Pyle역을 한 배우가 연기 욕을 먹었다던데, 욕을 먹을 역할을 

애초에 잘못 선택한 탓이 아닐까 한다. 


절판된 걸로 나오는데, 재출간은 비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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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Museum of Unconditional Surrender (Paperback)
Dubravka Ugresic / New Directions / 200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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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 미로슬로프 크리에차, 크로아티아 작가는 1925년 러시아로 가던 길에 잠깐 베를린에 멈췄다. 그달 베를린 사람들이 많이 찾은 구경거리는 고래 시체 전시였다.

‘베를린은 로저반더바이덴(화가) 공단과 헤에르트겐(네덜란드 화가) 마지팬 만 사랑하는 도시가 아니다. 고상한 족속들, 이집트 청동, 뒤러의 판화의 도시만이 아니라 고래의 도시기이기도 하다. 24미터 길이의 고래가 상퀼로트(sans-cullotte, 프랑스 혁명시 과격 하층민들)과 상놈들을 위한 기적처럼, 황제의 궁전 앞에 슈프레 강 위, 나무 뗏목에 전시되어 있다.’ 


이 구절을 읽으며 '저항의 멜랑콜리' 고래가 아주 없던 전시물은 아니었던가 보다라는 생각을 했다. '저항의 멜랑콜리'는 나로서는 읽을 엄두도 내지 않을, 토마스 홉스의 리바이어던과 비히모스 떠올린다고 하던 책이다.

 '저항의 멜랑콜리(1989)'가 헝가리가 공산체계를 벗기 전, 56년 러시아제 탱크가 밀고 들어와 89년이후 이제는 없는 나라 소련군이 러시아로 물러나기 전, 60년대 말-70년대 언저리를 그리고 있었다면, 

이 책은 도미노처럼 무너지는 동유럽의 국가들이 내란을 겪으며, 이후 몇 년 동안에 서유럽으로 흩어진 사람들, 혹은 포화소리를 라디오 방송처럼 직접 들으며 고향에 붙어 살고 있는 사람들을 다루고 있는데, 

앞의 고래가 시작도 되지 않은 종말을 사시사철 구름 낀 어느 소도시, 갈피 못 잡고 후달리는 주민들 사이에 우뚝 서서 주름철판 트로이 목마에 숨어 있다면 뒤의 책에서는 버젓이 나와 종말의 시작을 드러내고 직접적으로 그러나 단편적으로 전하고 있다. 


내용은 베를린에서 망명객/피난민 같은 작가의 일상 속 소품(item)들, 고향에서 멀어진 동시대 예술가들(단지 동유럽인들만이 아니라)의 작품들  사이 사이로, 사진, 어머니, 자신의 처지, 혈연의 가족들, 친구들의 이야기로 과거에서 현재로 전쟁의 일상들을 번개보다는 멀리 울리는 천둥소리로 끼어 넣으며 진행을 한다. 작가의 말처럼 심금을 울리지는 않지만 '잘 쓴 글이라면 늘 등장하는 구절'들을 잔잔하게 전해준다. 낡은 19년대 세기 전환 시대의 노랗게 바랜 욕객의 사진이야기를 발단으로, 흔들면 눈이 내리는 둥근 기념품 구슬이 사건들을 이어주고, 어디서 난지 모를 날짐승의 깃털이 이야기를 맺는다. 그 사이 현재의 베를린에서는 

기껏 챙겨 나온 가족 앨범이 피난민을 이어주는 벼룩시장에서 헐값으로 무더기로 쌓이고, 다른 이들의 이야기가 된다. 


그리고 갑자기 하나가 부활했다. 아니 오히려 더욱 멀어진 지금에 더욱 가까워진 것처럼 보였다. 마치 우리 사이에 이미 부서진 고리들을 잇는데 하나(Hana)를 이용하고 있는 것 같았다page 202


하고 있는 셈인데

내가 읽은 유일한 작품인 '고통 담당부서(2007)'나 성긴 리뷰글들을 참조하면 

물론 유명한 다른 작품들을, 이제 꽤나 흐른 시점인 근자의 작품들을 읽어보고서 판단을 내려야하는 일이겠지만, 

작가는 반복적으로 자서전적인 에세이와, 포스트모던 소설에 모더니즘으로 접근을 하는 소설을 반복을 하고 있다. 



처음 읽은 책, 일년간 이제는 없어진 유고슬라비아어과를 위해 (우울증 깊은) 강사의 이야기인 고통 담당부서도 덜 복잡한 구성에 글솜씨도 이에 못지 않은 책이지만 급격하게 뒤틀리는 뒷부분에 당황스러웠다면, 이 책은 그런 불편은 겪지 않아도 되어서 

고마웠다. 


이제 너무 오래된 이야기가 되었는지, 너무 변방이라 그런지 우리나라에는 역시 이 작가 역시 

책이 한 권도 소개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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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y Knew Mr. Knight (Paperback, New ed of 1934 ed)
Dorothy Whipple / Persephone Books Ltd / 200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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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라망카에는 아주 특이한 모양새의 공공 도서관이 플라사 마요르 근처에 있다. 15세기에 지어진, '까사 데 라스 콘차스'란 이름처럼 외벽에 조개 껍질 모양의 치장벽토가 다닥다닥, 아니 듬성듬성 붙어 있어 유명한 곳이다. 단순하고 얌전한 생김새의 2층 짜리 아케이드로 둘러싸인 낡고 고즈넉한 파티오를 비스듬히 가로지르면, 혹은 사진 찍느라 바쁜 관광객들을 갈짓자로 가로지르면 아주 멋진 현대적인 인테리어가 깔끔하게 배치된 도서관이 나온다. 

외관도 멋지지만 안은, 더 멋있는 곳이라 만약 이곳에 오면 꼭 안도 둘러보라고 권하고 싶다. 대학교 도서관이야 철제 가로대로 다들 막고 있지만 '공공 도서관'은 그런 장치가 없다. 5층(그네들 계산으로)으로 얼기설기 엮었는데 생각보다 안이 더 커 놀라는 전화부스처럼 내용물도 방대하고, 갖춤새도 아름답고, 누군가 정원 꾸민듯 깔끔하게 꾸며놓기도 했다. 다만 문제가 바닥을 보호하느라 그랬는지 마루장을 깔았는데, 세월에 어긋났는지 내딛는 걸음마다 찌룩거려서 발끝걸음으로 숨도 죽이고 걸어야 한다. 


거기 (그들 기준으로) 마지막 5층 한 구석을 한 바퀴 빙 돌아 들어서면, 외국어 원서들이 꽤나 풍성하게 갖춰져 있다, 아무도 찾지 않는지, 파릇파릇한 학생들이 공부 금지의 기준을 어기고 옹기종기 모여, 좁은 책상에 머리를 맞대고 공부를 하고 있다. 모른 척 찌룩거리며 책들을 둘러보는데 회색의 두툼한 (나름대로 다시 옮기면) '모두들 나이트 씨를 알았다'가 강렬한 회색의 칙칙한 맨 아래 책장에서 찌푸리고 있는 걸 발견했다. 


'아, 저것은 바로 그!' 


페르세포네 출판사의 회색 시리즈의 칙칙한, 약간은 푸른 기와 어찌 보면 노르스름한 기운이 닮긴 책이다. 아는 사람은 다들 아는 페르세포네 출판사는 런던 홀본에 있는 작은 출판사이고, 20세기 초 여성작가들 시리즈가 유명한 (걸로 알고있다), 아마 찰스 디킨스 박물관이 근처에 있다는 자잘한 핸드폰의 글씨를 따라, 램즈 컨듀잇 스트리트!로 우연히 접어들었다가, 카페 마냥 나와 앉아 회색 안내 입간판을 보고 


'저거! 저거!' 


아무도 못 알아들을 한국말을 떠듬거렸던 기억이 난다. 보아하니 그냥 책방 같아서 '들어가지 말라'는 동행의 충고를 못 들은 척 하고 네 평 남짓한 가게에 들어서니 내 옆의 드래그 바처럼 온통 회색이다. 책들이며, 입간판이며, 바깥에 간판이며 다들 뚱하니 회색으로 쳐다봐서 절로 발걸음이 지루박으로 주춤거리고. 그 책들도 나란히 각을 세워 찬찬히 끝까지 나열해 놓아, 암자의 수도승처럼 회색 등을 보이고 수행하고 있으니  어리둥절한 머리로 눈을 하늘로 옆으로 굴리며  눈치를 안 살필 수 없었다. 열심히 책에 대해 묻는 손님과 주눅든 내게 관심은 다행히 전혀 보이지 않는 점원을 게걸음으로 피해 들어가 '만지지 말라'는 동행의 충고를 무시하고 감격해서 슬쩍 만지작거려 보고 들추어도 보았다. 인터넷에서 볼 때는 화사한 책표지들만 보았는데, 왜 여긴 온통 회색으로 '치장'해 놓았을까, 한쪽은 또 그래도 옛날 판본인지 울긋불긋 화사한 색깔의 표지들의 책들이 있기도 했고, 그 표지 디자인으로 공책이며 책표까지 팔고 있긴 하지만 여하튼, 한쪽 구석에서 열심히 상자에 책을 담아 싸고 있는 것들도 다 회색 표지이다. 활짝 열어둔 문 저쪽으로는 아마 출판사인지 책상이며 책들이며 어지러운 더 큰 공간에 반대편에서 들어온 창문에 시꺼멓게 구멍처럼 엿보였다. '함부로 기웃거리지 말라'는 동행의 경고는 귓등으로 흘리고 발을 옮기자니, 동행이 기어이 돌려 세워 차마 고개까지는 들이밀지는 못했다. 


시장 바구니에 책을 두 권 씩 나눠 담고 집에 돌아와, 못 읽는 스페인어 망가는 그림만 보고 넘기고 

대여 기한이 20일이나 되는 500 페이지가 조금 안 되는 회색 책에 돌입했다. 


페르'세포'네 북스의 책을 읽으면 느끼는 거지만, 20세기 초 여성작가들의 책들은, 읽어도 그만, 잊혀도 그만인 

그래도 잊히면 아쉬운, 아쉬워서 아쉬운 건지, 나름 의미를 부여할 수 있어도, 그 의미가 변해서 그런지, 

대단한 작품은 거의 없다. 그래도 독자층이 있는 건지 알 수는 없지만 대견스럽게 꿋꿋하게 펴내는 걸 보면, 뚝심은 좋은 건지,

그래서, 큰 기대는 않고, 아주 옛적 스쳐 지났던 인연에 반가워 집어든 책이다. 


(스포일러----) 

내용은 블레이크 가족을 중심으로, 다 허리띠 졸라매던 어려운 세상에, 어쩌다가 돈놀이 하는 재력가와 엮이게 되고 

승승장구 단맛을 보던 가족들이 

아주 밑바닥으로 세차게 떨어져도 한참으로 떨어지는 내용을 아주 상세하게, 적절히 시점을 바꿔 가며, 내면들을 언뜻 언뜻 내비치며 선보이고 있다. 

맑다 싶으면 구름이 끼고 한 차례 퍼붓는 영국 날씨처럼 상큼하게 시작했으니, 그렇게 되리라 짐작으로 그럴 줄 알았지만, 


정말 한치 눈치도 채지 못했던 건 

'종교 소설'이라는 사실이다. 30년대, 여성, 중산층 작가라는 것을 고려하면 뒤늦게 그럴 수 있겠구나 가늠이 가지만, 

소설의 끄트머리에 갑자기 한 세 페이지 쯤, 당혹스럽게 돌변을 하면,  이웃집 소문 좋아하는 아낙이 밑바닥으로 떨어지더니 

드디어 '미쳤구나' 짐작을 하듯이, 너무 갑작스런 조증 같은 환희에 너무 힘들어 실성을 한 줄 알았다. 이후로는 꼬리를 

감추고 똑 부러지는 그나름 행복한 결말을 맞기는 하지만. 


도서관의 책은 대출 기한이 있기 때문에, 빨리 읽거나, 가차 없이 내다버리거나, 양자택일이 최선이다. 

요즘 열심히 읽고 있는 '두브라브카 우그레시치' 크로아티아 여성 작가의 작품들처럼, 커피 한 잔 마시며 대단한 작가야,

하고 한 세 페이지 읽다가 딴 짓으로 까먹는 책들과는 접근이 다르다. '썩 꺼지라'는 핀잔을 받들어, 밤 늦게 부엌에서 몰래

나름 감탄을 하며 한탄을 하며 아쉬워하며, 머리끄댕이 잡아대는 드라마보다 더 흥미진진하게 

다 읽어내려가는데, 그만 저 세 페이지가 별 두 개를 까먹어버려, 첫장을 왜 넘겼나 후회가 꺼꾸로 조금 치솟기는 한다.


(스포일러 끝) 


여하튼, 대출 기한보다 짧은 책의 유통기한에 대해 생각을 해보며, 한숨을 쉬고 주절거려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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