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와 성공을 말하다 - 위기를 기회로 바꾼 사람들
랄프 슈필러.게오르그 바이스하우프트 외 지음, 한주연 옮김 / 지상사 / 2008년 11월
평점 :
절판


세계경제공황에 버금가는 전 세계적인 경제 위기라는 말을 심심치 않게 듣는 요즘,

어느때보다 위기에 대처하기 위한 노력에 힘을 쏟고 있는 것 같다.

나도 예외는 아니어서 전과 다르게 뛰는 물가에

사방팔방 들려오는 어두운 소식에, 회복의 기미는 도대체 보이지 않는 경제 전망에

나름 고달프고 팍팍한 시간을 보내고 있는 것 같다.

 

그래서였을까.

검정색과 황금색이 조화롭고 고급스럽게 어울려 단정하면서도 힘있는 표지 디자인이 참 인상적인 책 <부와 성공을 말하다>은 두껍지 않은 두께처럼 팍팍한 현실에서 잠시나마 이상적인 곳을 바라보고 힘을 얻을 수 있는 자극제가 되어줄 것 같았다.

 

다들 어렵고 힘든 때 뜬금없이 부와 성공에 관한 이야기라니

너무 뜬구름 잡는 것 같은 이상적인 이야기들만 모아놓은 것 아닐까하는 생각도 슬몃 들었지만,

그래도 시대가 기억할만한, 성공한 사람들이라면 무언가 다른 점이 있으니 그런 위치에 도달했을거야, 나도 이런때일수록 그들의 성공원리를 배워야겠다 라는 생각에 주저없이 책을 읽기 시작했다.

 

이 책은 기자의 예리하고 때론 위트 넘치는 시선으로

세계 여러 나라의 탁월한 리더들의 성공과 그들의 리더십,

그리고 그들을 지탱하는 삶에 대한 자세와 가치관을 생동감있게 전해주고 있다.

보통 성공신화에 관한 이야기를 쓸때면 좋은 부분만을, 그리고 잘 알려져 있는 이야기들을

나열하는 식이 대부분일텐데, 이 책은 오히려 위기의 순간을 가감없이 보여주고, 또 비판적인 시선들에 대해서도 균형있게 쓰고 있는 점이 눈에 띄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내가 잘 알지 못했던 CEO들에 대한 이야기들이 많아서 신선했다.

빌 게이츠나 워렌 버핏 같은 이들 외에도

내가 처음 들어보지만 정말 대단하고 획기적인 아이디어가 가득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접한것이 나에게 큰 동기부여가 되었다.

특히 인상적이었던 것은 아프리카에 휴대폰 시장을 개척해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놀랄만한 성과를 이루어 낸 CEO, 여든 두살이라는 나이에도 여전히 노익장을 과시하고 있는 CEO, 사장실 문을 없애는 (우리 나라의 CEO들은 쉽게 흉내내지 못할) 특별한 가치관을 가지고 있는 CEO 등이었다. 이들은 내가 늘 생각하던 CEO의 이미지와 범위를 넘어서는 무언가 특이하고 특별한 부분들이 있었다. 그것이 번뜩이는 아이디어든, 남들과는 조금 다른 가치관이든...

 

경제전문잡지에 실렸던 기사여서 그런지 단 몇 페이지인 짧은 지면 안에도

이들에 관한 엑기스(?)들이 녹아있어서 금방 금방 읽어내려 갈 수 있었던 것도 좋았다.

칭찬 일색이 아니라 재치있는 CEO들의 입담과 취재한 기자들의 예리한 질문들까지 더해져

기분좋게 금방 읽을 수 있었다.

 

역시, 성공이라는 것, 부하게 된다는 것은 단지 물질적인 측량에 의한 것만은 아닌것 같다.

물론 이 책에서 소개하고 있는 사람들 대부분이 소위 말하는 '부자'이긴 하지만

그들은 오로지 그 '부함'을 위해 인생을 바쳤던 것이 아니라

자신이 목적을 두고 사랑하고 열정을 바쳤던 일이 그들에게 그 '부함'을 고스란히 되돌려 준 것 같다.

 

경제가 어렵기 때문에, 당장 내 손에 들어오는 물질의 양이 현저하게 적어졌기 때문에

낙담하고, 희망이 없는 것처럼 추욱 처져 있었던 내 모습이 조금은 부끄럽다는 생각이 든다.

부함을 갖는다면 좋겠지만, 그러면 삶이 조금은 더 쉬워질 수도 있겠지만,

나는 아직 절망하기엔 너무 젊고, 할 수 있는 기회들도 얼마든지 있을거라 생각하니 힘이 난다.

또 아는가, 이 책의 한 페이지를 장식한 어떤 사람처럼

나도 획기적인 아이디어를 통해, 혹은 내 일에 대한 특별한 애정과 열정을 통해

십년후쯤 그런 사람의 위치에 올라서 있게 될지...

 

오랜만에 기분좋게, 유쾌하게 힘을 북돋워준 책을 읽은 것 같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디센트 1 Medusa Collection 7
제프 롱 지음, 최필원 옮김 / 시작 / 2009년 2월
평점 :
품절


디센트, 하강.
묘한 분위기의 표지.
그리고 읽는 것만으로도 섬뜩한 상상을 하게 만드는 자극적인 띠지의 문구들.
나는 호러, 공포물을 보고 나면 뇌에 잔상이 꽤 오랜시간 남는 편이다. 게다가 상상력이 좀 과한 탓에 한 장면을 보고 나면 곧잘 머리속 가득히 끔찍한 상상 나무를 키워버리기 때문에 내가 만든 상상때문에 공포에 질려버린 적도 한두번이 아니다. 게다가 어찌나 꿈도 잘 꾸는지 TV에서 호러영화 홍보하는 한 컷만 보고 나도 밤새 그런 꿈이 똑같이 재생된 적도 여러번이다. 그래서 내 영화 목록에 이런 장르는 거의 0%라고 할 수 있다. 아무리 작품성이 뛰어난 경우라 해도 말이다.
직접적으로 시각적인 자극을 주는 영화도 영화지만, 소설 읽을때면 나는 자동적으로 읽고 있는 그 페이지의 배경이 되는 장면과 상황을 상상해 보며 마구마구 감정을 이입하곤 한다. 이것이 소설을 즐기는 나의 가장 큰 재미니까. 그러니 나로서는 “나 진짜 무섭거든? 어디 읽을테면 읽어보지?”라고 온몸으로 말하는 것만 같은 <디센트>를 읽겠다고 결심하기가 쉬운 일은 아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할리우드에서 블록버스터급 영화로 기획되고 있다는 문구는 내 과도한 공포심을 넘을 만큼 소설 자체에 대한 호기심을 마구마구 자극했다.
그리고 악과 사탄, 지하세계 같은 아주 근본적인 존재들에 대해 도대체 어떻게 풀어가고 묘사할까에 대한 궁금증함도 한몫했다.

그렇게 망설이고 망설이다 읽기 시작한 <디센트>. 첫 장면부터 잔뜩 긴장하고 읽어 내려갔다. 어제 사탄의 존재가 드러나는 거야... 어디서 갑자기 등장해 잔학무도함의 극치를 보여줄까...
작가는 역시, 내 생각만큼 단순하고 직설적이지 않았다. 한 가지 스토리에 간신히 적응할때쯤 불친절하게도 전혀 다른 배경의 다른 인물이 등장하는 바람에, 이전에 읽었던 내용을 다시 기억한 채로 다음 이야기를 읽고 다시 저장하는 작업을 내 뇌가 끊임없이 되풀이 해야했다. 내 기억력 상태로는 조금 무리였던 이런 과정이 지나고 나자, 깔려 있던 복선과 인물들의 상황이 그 뒤로부터는 정교한 직물을 짜듯 이리저리 절묘하게 얽히고 이어져 그야말로 박진감 있는 스토리를 만끽할 수 있었다. 여담이지만 산악인 출신의 모험가라는 화려하고 특이한 전적을 가진 작가의 계산된 의도였던 것도 같다. 에잇! 센스쟁이 같으니라고.

여러 인물들이 동시 다발적으로 등장하고, 사탄과 지옥이 있느냐 없느냐 라는 원색적인 질문을 근원으로 하는 소설이라 전형적일 수도 있으리라는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단지 재미를 위한 스토리 전개에 그치지 않고 근본적인 ‘악’의 존재에 대해 곰곰히 생각해 보게 한 작가의 의도에도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그리고 빼놓을 수 없는 부분이 바로 섬세하고 감각적인 묘사였는데, 흔히 내가 생각해오던 지옥이나 사탄, 혹은 그의 하수인(여기서는 ‘헤이’라고 부르는)들에 대한 묘사 들이 굉장히 인상깊었다. 역시 사람이 소유한 가장 큰 가치 중 하나는 상상력이구나 하는 생각을 다시 하게 될 정도로 치밀하고 바로 눈앞에 재현되는 듯한 묘사도 소설에 나를 깊이 몰입하게 했다. 물론, 그것 때문에 자기전에 좀 고생을 하긴 했지만 말이다.
그리고 역시 그저 판타지 소설로만 끝나지 않고 무언가 생각할 거리를 남겨준 것도 인상 깊었다. 특히 1권 중간부터 등장하는 ‘조사단’에 관한 내용을 읽으면서, 역시 소유에 대한 인간의 욕심은 정말 끝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걸보면 인간세계에 갑자기 출몰해 공포감을 일으키는 지하세계의 존재들보다 더 무섭고 잔혹한건 이미 우리 안에 가득히 자리잡고 있는 욕망, 그 끝도 없고 지칠줄도 모르는 소유욕의 수렁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판타지 소설은 왠지 현실감이 없다는 선입견 때문에 잘 읽지 않게 되는데 이번 <디센트>로 나는 고정관념 하나를 또 완전히 깨뜨릴 수 있었다. 풍부한 상상력이 가득한 판타지에, 현실감 또한 떨어지지 않는 작가의 치밀함, 그리고 내가 발붙이고 사는 세상에 대해 좀더 깊은 관심을 갖게 해주고 더불어 내 안의 악한 본성에 대해서도 돌아보게 만들어 준 깊이있는 주제들까지, 이 소설 <디센트>는 올해 읽은 책들과 앞으로 읽을 책들 중 인상깊은 책 목록에 꼭 포함될 것 같은 예감이 든다.
베스트셀러가 될 <디센트>, 먼저 읽은 사람으로서 누군가에게 “그 책 아직 안 읽었어?”라고 의기양양 면박 줄 그날을 기대해본다. ^^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오동 천년, 탄금 60년 - 가야금 명인 황병기의 남기고 싶은 이야기
황병기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9년 2월
평점 :
품절


황병기 라는 이름은, 사실 내겐 그리 친근한 이름은 아니다.

평범한 회사원인 나로서는 신문이나 잡지의 한면을 장식하는 자랑스런 한국인 정도의 인식이었달까.

우리 전통악기인 가야금을 고집스레 지켜온 장인이자, 과거에 머물지 않고 끊임없이 새로운 것을 시도하는 선구자, 국악의 원로... 이런 정도의 정보가 황병기 선생님에 대해 가지고 있던 정보의 전부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분의 전기가 새로이 출간되었을때 주저없이 책을 선택하게 된 이유는

예전에 어느 책에선가 이분의 인터뷰를 읽었을 때 느껴졌던 단단하고 굳건한 소신의 근원에 대한 궁금증 때문이었다. 그리고 왠지 가까이 하기엔 너무 멀고 어렵게 느껴지는 이 분께도 당신의 딸보다 한참 젊을 천재 첼리스트 장한나와 음악인으로서 특별한 우정을 나눈다는 기사를 보고 내가 느낀 의외성도 한몫한 것 같다.

 

어쨌든, 잘은 모르지만 조금은 더 깊이 알고 싶은 황병기 선생님의 삶을 읽기 시작하면서

나는 내내 두 가지 감정을 번갈아 느끼곤 했다.

하나는, 첫인상이 그러했던 가야금에 대해서는 타협하지 않고 최고의 것을 추구하려 일생 노력했던 진정한 예술인으로서의 고집과 장인정신을 보며 역시, 국악계의 큰 어른이며 세계의 격찬을 받기에 조금도 부족함 없으신 분이구나 하는 무한한 존경심이었다.

그리고 또 하나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 틀안에 갇혀 있는 분이 아니라 때론 괴상하게 여겨질만큼 실험적이고 자유로운 시도를 멈추지 않았다는 데 대한 경이였다. 일상의 생활에서든, 가야금 연주와 작곡에서든 말이다.

 



사실, 황병기 선생님의 곡을 나는 몇 곡 들어보지 못했다.

기껏해야 이분의 대표곡인 침향무, 비단길, 그리고 제목은 생각나지 않지만 황병기 선생님이 연주하셨던 몇곡 정도... 그것도 실황이 아니라 녹화방송을 본게 전부였다.

이분의 음악을 들으면서 사극이나 다큐멘터리에서 듣고 보았던 가야금에 대한 내 고정관념이 산산히 부서졌고, 그와 더불어 황병기 선생님의 음악이 듣고 느끼기엔 그리 만만치 않다는 생각도 많이 들었다. 아마 귀에 익숙치 않은 실험적인 면이 많아서였나보다.

 

그렇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 그 곡들에 대한 숨은 이야기들과 작곡의도, 황병기 선생님의 애착을 서린 이야기들을 보니 다시 한번 찾아 그분의 곡들을 음미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래서 책 마지막에 친절하게 정리되어 있는 황병기 선생님의 곡 목록을 유심히 읽으면서 꼭 들어봐야겠다 결심히 제목에 밑줄을 그어놓기도 했다.

그만큼 <오동 천년, 탄금 60년>은 황병기 선생님의 삶과 음악에 대해,

국악이나 가야금에 전해 문외한인 나에게조차 관심과 애정을 쏟아붓게 만들어준 책이었다.

 

우아하고 고급스러운 표지를 봤을때는 사실 큰 어른의 삶을 다룬 내용이니 무겁고 철학적이고 뭔가 심오하지 않을까 하는 걱정도 있었다.

그렇지만 걱정과는 달리 나는 이 책을 다 읽어내려가는데 채 하루가 걸리지 않았다.

단락단락 짧은 에피소드로 묶여진 장들이 그리 길지 않았다는 점도 있었지만,

무엇보다 글 자체가 가식도, 교만도 없이 소설처럼 쉬운 문체로 씌여져 있어서 읽는데 전혀 부담이 없었다. 책 머리에 보니 이 책을 오랜동안 황병기 선생님이 <중앙일보>에 2007년부터 연재하시던 이야기를 묶어 정리한 책이라고 하던데, 그런걸 보면 편집진의 손질이 있었겠지만 황병기 선생님이 참 달필이시구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그만큼 잔잔하고 격의없는 문장들은 황병기 선생님의 삶과 생각에 더 친근하게 다가가게 해주었다.

아마 한참어린 장한나 씨와도 깊은 친분을 나눌 수 있는 것은 바로 이런 소탈함과 겸손함, 그리고 음악에 있어서는 동서양을 가리지 않는 선생님의 열린 마음 때문인것 같다.

 

어릴적의 에피소드, 처음 가야금을 잡게 된 이야기, 다양한 작업에의 참여와, 국악을 일으키기 위해 마음을 모았던 이야기들을 읽는데 괜히 가슴이 울렁거리기도 했다.

개인의 삶을 다룬 책이라고 하기엔, 우리것, 우리 음악에 대한 황병기 선생님의 애정과 비전이 문장 곳곳에 스며있어 때론 경이로움마저 느껴졌다.

그만큼 이분의 삶은 단지 음악을 하는 음악인으로서가 아니라 음악이 아예 삶속에 완전히 밀착되어 개인의 삶과 가야금을 분리할 수도 없을 정도의 경지에 이르르게 된 것 같다.

 

책 마지막에 수록되어 있는 황병기 선생님과의 인터뷰는,

꽤 시간을 들여 읽긴 했지만 그만큼 더 깊이 황병기 선생님에 대해 알수 있어 너무 좋았다.

그리고 책 전반에 산발적으로 나왔던 가야금 음악에 대한 여러 용어나 상식들도 오히려 잘 정리 되어 있어서 상식을 넓히는데도 도움이 된 것 같다.

 

단지, 국악의 어른이라 느꼈던 황병기 선생님을

존경하는 시대의 한 사람으로 내 마음에 각인시켜준 책을 만나 참 고맙다는 생각이 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연필 하나 그림책 도서관 45
알랭 알버그 글, 부루스 잉그만 그림, 손미나 옮김 / 주니어김영사 / 2009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최근 나에게 일어난 변화중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바로, 어린이를 위한 책을 눈여겨 보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나 읽을 책만 들여다보던 때와는 달리 시선을 어린이 책으로 돌리고 나니 어찌나 많은 책들이 날 유혹하는지, 예쁜 그림에 감동적인 스토리에, 내 아이에게 꼭 가르쳐 주고 싶은 교훈들이 책들마다 그득하다.

그래서인지 정말 좋은 책, 내 아이에게 읽혔을때 흥미를 가지고 아이가 볼 수 있는 책을 고르는 일이 더욱 쉽지 않은 것 같다.

<연필하나>는 주니어김영사라는 출판사의 이름 때문이기도 했지만, 그에 걸맞는 흥미로운 소재로 이야기를 풀어나는 것이 눈길을 끌었다.

 

주변에서 흔히 보는 연필이라는 소재를 이렇게 커다란 상상력으로 버무려놓으니

어른인 내가 읽으면서도 시종 빙그레 웃음 지으면 볼만큼 흥미로웠다.

사소한 소재를 재밌는 이야기로 탈바꿈시키는 작가의 묘한 재주,

그리고 그 이야기를 실감나고도 익살스럽게 표현해주는 일러스트,

글씨가 많지 않고 책이 시원스럽게 커서 어린 아이를 대상으로도 충분히 읽어주거나

가지고 놀수 있을만한 책이란 생각이 든다.

 

아직 글을 읽지 못하지만 이제 막 어린이 책에 관심을 보이기 시작한 아이를

무릎에 앉혀놓고 책장을 한장한장 넘겨가며 읽어주었다.

사실 일러스트의 스타일도 독특하고 색깔도 알록달록 화려한 편이 아니라

아이가 관심을 가질까 하는 마음도 들었지만

그런 생각은 기우일뿐이었다.

평소 책상에 올라가기 좋아하는 녀석인지라 늘 보고 만지던 게 연필이어서 그런지

연필 그림이 나오자 반색을 하더니 뭐라고 책속 그림들과 이야기를 하고 나에게 질문을 하기도 하고(물론 제대로 알아듣지는 못하지만) 앞으로 넘겼다가 뒤로 넘겼다가 여하튼 나보다 더 재밌게 책을 그야말로 가지고 논다.

책을 읽고 이해할 수 있는 나이 이전의 어린아이들에게 책이 줄 수있는 가장 큰 유익은

다른 무엇도 아닌 책을 재미있게 가지고 놀 수 있게 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든다.

왜냐하면 그런 과정들이 쌓이고 쌓여 책이라는 매체를 가까이 느끼고

늘 즐거움을 주는 대상으로 기억하게 되면 자라서도 책 읽으라는 잔소리를 하기 전에

벌써 자신의 가장 좋은 친구가 책이라고 말하는 아이가 될테니 말이다.

 

어른인 내가 느끼는 재미와는 또다른

내 아이가 좋아하고 한참을 이리폈다 저리폈다 하며 재밌게 보는 책,

내가 이 책 <연필하나>에 높은 점수를 주는 가장 큰 이유이다.

 

책을 읽고 나서 아이와 함께 날짜지난 커다란 달력을 펼쳐놓고

뒷면에 연필로 이것저것 함께 그려보며 시간을 보냈다.

지우개로 지우기도 하고 다시 동그라미도 그려보면서 나도 어린시절로 돌아가는 것 같다.

아까 읽어준 책 생각이 났는지

아이는 그림 그리면서도 자꾸 뭐라고 뭐라고 내게 이야기를 한다.

 

내 아이의 머리속에 <연필 하나>의 주인공들 하나하나가 아마 같이 신나게 놀수 있는

친구가 되어있나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소년과 작은 새
다니엘 문두루쿠 글, 세실리아 레보라 그림, 문세원 옮김 / 푸른길 / 2008년 11월
평점 :
절판



<소년과 작은 새>는 사실 아이에게 보여주기 전에 내 마음이 먼저 욕심을 냈던 책이다.

팀 버튼을 무척 좋아하는 나로서는,

어린이 책이라면 으례 쓸법한 일러스트가 아닌 이국적인 분위기가 물씬 나는 일러스트에 한번 반했고, 다니엘 문두루쿠 라는 조금은 생소한 작가의 이름에 마음이 끌렸고, 슬쩍 넘겨다본 스토리가 자못 깊은 메시지를 담고 있어 눈도장을 찍게 되었다.

 

내가 먼저 두세번쯤 읽고 나서 아이와 함께 책을 펼쳤다.

알록달록한 색감에 아이는 책에서 눈을 떼지 못하는 것 같았다.

안되는 목소리와 몸짓으로 때로는 소년의 목소리를 내기도 하고

때로는 작은새가 된것처럼 날개짓을 하기도 하면서 그림을 보여주면서 어설픈 구연동화로 읽어주었더니 뭐가 재밌는지 아이는 깔깔거리고 웃기도 하고 작은 새를 가리키면서 뽀뽀도 한다.

 

아이가 아직 어려서 책을 읽고난 후에 아이의 생각을 묻거나

느낀점을 들어볼 수 없었지만, 아이가 조금 자라 내 말을 더 잘 알아듣게 되고

지금보다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을때쯤엔 꼭 한번 다시 읽게하고 싶은 책이다.

 

내가 사랑하고 아끼는 마음과 방법이 내 마음속의 의도처럼 상대방에게도 100퍼센트 그대로 적용되는 건 아니라는 아주 단순한 진리를 어른인 나도 자주 잊어버리곤 한다.

아이에게도 그런것 같다.

아이는 내 소유물도 내 몸의 일부분도 아닌, 내가 낳았지만 나와는 전혀 다른 독립적인 한 인격체인것을 나는 종종 잊곤한다.

그래서 아이를 내 방식대로, 내가 옳다고 여기는 대로 혼내기도 하고 제한하기도 한다.

평소엔 미처 깨닫지 못했던 사실들을 이 작은 이야기를 통해 깨닫게 되어 너무 다행이다.

 

유치원 다닐 나이, 예닐곱쯤 된 아이부터 초등학교 저학년의 연령대의 아이들이라면

꼭 한번 읽혀볼만한 책인것 같다.

그때부터 자기 소유에 대한 집착도 강해지고,

사랑한다는 감정, 친구에 대한 마음 같은 것들이 구체적으로 발달하게 되는 시기에 읽으면

소년의 마음에도 아이들이 공감할수 있을 것이고

그래서 책이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도 훨씬 더 잘 받아들일 수 있을 것 같다.

 

아이뿐 아니라 내게도 좋은 깨달음은 선물해준 <소년과 작은 새>,

정말 추천해주고 싶은 책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