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내 친구 헨리 - 어느 자폐소년의 아주 특별한 성장이야기
누알라 가드너 지음, 송연석 외 옮김 / 옥당(북커스베르겐) / 2009년 4월
평점 :
절판
<내 친구 헨리>를 읽고 나서 나는 한동안 먹먹한 가슴을 진정시켜야 했다.
세상과는 단절된채 아무와도 소통할 수 없었던 한 소년이, 순수한 눈빛의 개와 교감하면서
점차 세상밖으로 나온다는 스토리는 어찌보면 단순하고 식상하단 느낌을 줄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그렇지만 <내 친구 헨리>가 담고 있는 이야기는 사람의 마음을 한동안 붙들고 공감하게 하는 진실된 힘이 있는 것 같다.
지금은 여러 매체를 통해서 자폐아동에 대한 인식이 많이 소개되었고,
특별한 능력을 가진 아이들이라는 생각도 많이들 가지고 있어서 자폐아동들에 대한 치료나 대처가 이전보다는 조금씩 나아지고 있는거 같다.
그렇지만, 불과 몇십년전만 하더라도 아이에게 자폐아라는 진단을 내리기 까지
엄마가 겪어야 했던 정신적 고통들이 이렇게 크다는 걸 이 책을 보고 비로소 알았다.
나도 아이를 기르는 엄마의 입장이어서 그런지
아이가 아프다는 사실, 남들과 다르다는 사실이 얼마나 큰 고통이 되고 아픔이 되는지 조금은 알수 있을 것 같았다. 감기만 들어도 가슴이 도려지는 것 같은데, 금쪽같은 내 아이가 자폐아라는 진단을 받고 난 데일의 엄마의 가슴에 뚫렸을 그 커다란 절망의 구멍이 어땠을지 짐작이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이를 포기하지 않은 그녀의 결심과 헌신과 사랑은 같은 엄마의 입장으로 정말 대단하다고, 훌륭하다고, 잘 해냈다고 박수쳐주고 싶은 것이었다.
당시 낯설기만한 자폐 라는 병을 안고 태어난 데일을, 그저 남들처럼 평범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해주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엄마 누알라가 써내려간 글을 읽으면서 곳곳에서 나는 뭉클한 감동을 느꼈고, 아이를 기르는 나를 돌아보며 게을렀더 스스로를 다잡기도 했다.
누알라는 데일의 세계를 인정하고, 데일이 좋아하는 방법으로 세상과의 소통을 시도한다.
토마스 기차를 좋아하는 데일을 위해 토마스 기차로 여러가지 세상살이를 위한 것들을 가르치고, 행동에 대한 강박이 있는 데일의 습관을 이용해 아이에게 행동의 방법을 가르치기도 한다.
이것은 오랜시간이 걸리고, 많은 인내심을 필요로 하는 것이지만,
그녀의 이 방법을 통해 데일을 자폐아지만 세상속에서 살아가는 방법을 배우게 된다.
나를 포함한 많은 엄마들이 어른들이 아는 지식을 아이에게 주입시키기에 급급하기 쉬운데,
아이의 눈높이에서 조급해하지 않고 아이가 원하는 방법으로 가르칠 수 있다는 걸 배우게 된것 같다.
좀처럼 나아지지 않는 것 같았던 데일의 상태는 헨리라는 믿음직한 친구가 나타나면서 급진전된다. 골든 리트리버 헨리.
사람처럼 말도 할 수 없고, 행동의 모범을 보이거나 데일에게 세상의 지식을 가르쳐줄 수는 없지만, 말할 수 없기 때문에 데일의 몸짓언어에, 눈빛에 더 깊이 반응하고 데일의 모든 부분을 편견없이 그대로 받아들이고 사랑하는 친구, 헨리.
개이지만, 헨리와의 관계속에서 데일은 배려하는 것을 배우고, 사랑하는 것을 배우고, 보살피는 것을 배우고, 일상의 행동들을 배우고, 마음을 나누는 것을 배운다.
열번 스무번 말로 가르치는 것보다 헨리의 진실된 마음과 사랑으로부터 닫혀있던 데일만의 세상이 열리는 장면들을 보면서 어찌나 마음이 뜨거워지고 감동이 되는지 모른다.
오랜시간을 함께한 헨리를 떠나보내는 장면을 퇴근하는 버스안에서 읽고 있었는데,
그 장면이 어찌나 맘 아프고 나까지 속이 상한지 그만 훌쩍거리다 주변의 시선을 받기도 했다.
화려한 기교나 글맛이 아니라, 데일을 기르며 그 순간순간을 모두 겪어낸 엄마 누알라가 써내려가 진실된 고백이, 그리고 헨리와 데일이 나누었던 그 진실하고 소중한 마음들이 고스란히 전해져서 이 책이 이렇게 사람의 마음을 감동하게 하는 힘을 발휘하는가보다.
영국에서 드라마로 제작이 되었다고 하는데, 기회가 있다면 꼭 한번 찾아 아이와 함께 봐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언어도 다르고 환경도 다르지만, 그속에 녹아있는 감동의 이야기는 나와 내 아이에게도 분명 아름다운 영향력을 끼칠 거란 생각이 든다.
주어진 삶을 소중히 하고, 가족의 사랑의 힘이 얼마나 큰지,
그리고 마음을 다해 믿을수 있는 친구의 존재가 얼마나 귀한지
생각해볼 수 있을 것 같다.
감동적인 이야기, 오랫동안 기억하게 될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