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친구 헨리 - 어느 자폐소년의 아주 특별한 성장이야기
누알라 가드너 지음, 송연석 외 옮김 / 옥당(북커스베르겐) / 2009년 4월
평점 :
절판



<내 친구 헨리>를 읽고 나서 나는 한동안 먹먹한 가슴을 진정시켜야 했다.

세상과는 단절된채 아무와도 소통할 수 없었던 한 소년이, 순수한 눈빛의 개와 교감하면서

점차 세상밖으로 나온다는 스토리는 어찌보면 단순하고 식상하단 느낌을 줄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그렇지만 <내 친구 헨리>가 담고 있는 이야기는 사람의 마음을 한동안 붙들고 공감하게 하는 진실된 힘이 있는 것 같다.

 

지금은 여러 매체를 통해서 자폐아동에 대한 인식이 많이 소개되었고,

특별한 능력을 가진 아이들이라는 생각도 많이들 가지고 있어서 자폐아동들에 대한 치료나 대처가 이전보다는 조금씩 나아지고 있는거 같다.

그렇지만, 불과 몇십년전만 하더라도 아이에게 자폐아라는 진단을 내리기 까지

엄마가 겪어야 했던 정신적 고통들이 이렇게 크다는 걸 이 책을 보고 비로소 알았다.

나도 아이를 기르는 엄마의 입장이어서 그런지

아이가 아프다는 사실, 남들과 다르다는 사실이 얼마나 큰 고통이 되고 아픔이 되는지 조금은 알수 있을 것 같았다. 감기만 들어도 가슴이 도려지는 것 같은데, 금쪽같은 내 아이가 자폐아라는 진단을 받고 난 데일의 엄마의 가슴에 뚫렸을 그 커다란 절망의 구멍이 어땠을지 짐작이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이를 포기하지 않은 그녀의 결심과 헌신과 사랑은 같은 엄마의 입장으로 정말 대단하다고, 훌륭하다고, 잘 해냈다고 박수쳐주고 싶은 것이었다.

 

당시 낯설기만한 자폐 라는 병을 안고 태어난 데일을, 그저 남들처럼 평범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해주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엄마 누알라가 써내려간 글을 읽으면서 곳곳에서 나는 뭉클한 감동을 느꼈고, 아이를 기르는 나를 돌아보며 게을렀더 스스로를 다잡기도 했다.

누알라는 데일의 세계를 인정하고, 데일이 좋아하는 방법으로 세상과의 소통을 시도한다.

토마스 기차를 좋아하는 데일을 위해 토마스 기차로 여러가지 세상살이를 위한 것들을 가르치고, 행동에 대한 강박이 있는 데일의 습관을 이용해 아이에게 행동의 방법을 가르치기도 한다.

이것은 오랜시간이 걸리고, 많은 인내심을 필요로 하는 것이지만,

그녀의 이 방법을 통해 데일을 자폐아지만 세상속에서 살아가는 방법을 배우게 된다.

나를 포함한 많은 엄마들이 어른들이 아는 지식을 아이에게 주입시키기에 급급하기 쉬운데,

아이의 눈높이에서 조급해하지 않고 아이가 원하는 방법으로 가르칠 수 있다는 걸 배우게 된것 같다.

 

좀처럼 나아지지 않는 것 같았던 데일의 상태는 헨리라는 믿음직한 친구가 나타나면서 급진전된다. 골든 리트리버 헨리.

사람처럼 말도 할 수 없고, 행동의 모범을 보이거나 데일에게 세상의 지식을 가르쳐줄 수는 없지만, 말할 수 없기 때문에 데일의 몸짓언어에, 눈빛에 더 깊이 반응하고 데일의 모든 부분을 편견없이 그대로 받아들이고 사랑하는 친구, 헨리.

개이지만, 헨리와의 관계속에서 데일은 배려하는 것을 배우고, 사랑하는 것을 배우고, 보살피는 것을 배우고, 일상의 행동들을 배우고, 마음을 나누는 것을 배운다.

열번 스무번 말로 가르치는 것보다 헨리의 진실된 마음과 사랑으로부터 닫혀있던 데일만의 세상이 열리는 장면들을 보면서 어찌나 마음이 뜨거워지고 감동이 되는지 모른다.

 

오랜시간을 함께한 헨리를 떠나보내는 장면을 퇴근하는 버스안에서 읽고 있었는데,

그 장면이 어찌나 맘 아프고 나까지 속이 상한지 그만 훌쩍거리다 주변의 시선을 받기도 했다.

 

화려한 기교나 글맛이 아니라, 데일을 기르며 그 순간순간을 모두 겪어낸 엄마 누알라가 써내려가 진실된 고백이, 그리고 헨리와 데일이 나누었던 그 진실하고 소중한 마음들이 고스란히 전해져서 이 책이 이렇게 사람의 마음을 감동하게 하는 힘을 발휘하는가보다.

 

영국에서 드라마로 제작이 되었다고 하는데, 기회가 있다면 꼭 한번 찾아 아이와 함께 봐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언어도 다르고 환경도 다르지만, 그속에 녹아있는 감동의 이야기는 나와 내 아이에게도 분명 아름다운 영향력을 끼칠 거란 생각이 든다.

주어진 삶을 소중히 하고, 가족의 사랑의 힘이 얼마나 큰지,

그리고 마음을 다해 믿을수 있는 친구의 존재가 얼마나 귀한지

생각해볼 수 있을 것 같다.

 

감동적인 이야기, 오랫동안 기억하게 될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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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혼식
야마모토 후미오 지음, 김미영 옮김 / 창해 / 200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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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야마모토 후미오의 작품은 읽을때마다 여러가지 생각을 하게 된다.

물론 그녀의 작품을 많이 접해보진 못했지만, 짧막한 단편들을 솜씨있게 구성해내는 그녀의 솜씨는 늘 감탄을 연발하게 한다.

그녀가 선택하는 주제들은, 내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상황들, 무심히 지나쳐버릴수도 있는 평범한 상황들이지만 그 속에서 민감하게 변화하는 인간의 감정을 소설이라는 형식안에 담아내는 예민하고 날카로운 그녀만의 재주는 탁월하고 독특한 느낌이다.

 

<지혼식>은 결혼 혹은 이혼에 관한 이야기들 여덟 편을 담고 있다.

햇수로 결혼 4년차, 오래되었다고는 할 수 없지만 아이도 하나 있고, 신랑도 나도 바쁜 일상속에 시간 개념이 없어진지 오래인것 같은, 그래서 가끔은 멍하니 내가 뭘하는건가 생각하기도 하는 그런 평범한 결혼 생활, 바로 지금의 내 모습이다.

그래서일까, 조금 무거운 듯 느껴지는 <지혼식>의 이야기들을 나는 꽤 집중해서, 오랫동안 생각하며 읽어내려갔다.

충분히 공감가는 상황들, 그 속에서 미묘하게 전개되는 주인공들의 감정을 따라가는 동안 나도 내 스스로의 위치, 내가 속해있는 우리 가정, 그리고 결혼생활을 다시금 곰곰히 생각해보는 기회를 가질 수 있었다.

 

사실, 유쾌하게, 후다닥 읽어내려갈 수 있는 글들은 아니었다. 그렇지만, 이 한권의 책을 통해 나는 다시한번 내가 누리는 평범하지만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결혼의 소중함에 대해 절실하게 깨닫게 된다.

 

야마모토 후미오가 풀어가는 이야기들은 한편한편 내게 깊은 인상을 주었다.


도게좌를 할만큼 아내를 사랑해서 결국 결혼에 골인하지만, 그 사랑하는 아내와 미묘한 벽을 발견하고 그 속에서 고민하는 한 남자의 이야기,
아가씨라 불리며 귀하게 여겨지는 것 같지만, 부모간의 정략적인 결혼약속아래 자상한 남편의 외도를 알고도 모르는 척 할 수 밖에 없는 한 여자의 이야기,
겉보기에는 너무나 이상적인 부부지만, 드러나지 않은 위태함에 위기를 맞이하는 부부를 여동생의 시각으로 그려낸 이야기,

그리고 가장 재밌게 읽었던, 유명 스타를 사랑하는 아내를 보며 외도를 탓하지도 못한채 속만 끙끙 앓고 있는 남자의 이야기 등

<지혼식>의 이야기들은 생각하며 읽을수록 재미를 느낄 수 있는 에피소드들이었다.

 

단지 소설의 이야기로만 남겨지지 않고,

다 읽고난 다음에 오히려 문득문득 생각나는 <지혼식>의 이야기들은

결혼생활을 하는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겪었을, 혹은 앞으로 겪게 될지도 모르는 상황들을

작가 특유의 유연함으로 풀어가는 그녀만의 저력때문에 더 빛을 발하는것이 아닐까.

 

결혼생활에 지치거나 반복되는 삶이 구태의연하게 느껴질때마다 꺼내 읽으면 내 삶이, 내게 주어진 가정과 가족들이 얼마나 소중한 존재인지 한번더 생각하게 해주는 책이 될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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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희망이다
제프 헨더슨 지음, 나선숙 옮김 / 노블마인 / 2009년 4월
평점 :
절판


책 표지부터 시선을 확 잡아끄는 <나는 희망이다>는 그야말로 지금같은 좌절시대에 꼭 필요한 책이다.

검은테 안경을 쓰고 부드럽게 웃는 셰프 제프의 모습에는 왠지 요리사로서의 일류 코스를 차근차근 밟아온, 부족한 것도 없고 거칠 것이 없이 정석대로 성공한 섬세하고 전문적인 요리사인것 같은 느낌이 물씬 묻어난다. 그래서 였을까. "Impossible is nothing"이라는 카피가 왠지 이질적으로 다가왔다. 처음에는 말이다. 처.음.에.는.

 

책장을 넘기자마자 눈이 어지러울 정도로 빽빽히 쓰여있는 독자들의 열렬한 반응을 보면서 도대체 이 사람, 어떤 사람이길래 하는 궁금증이 겉잡을수 없이 커져갔다. 표지 사진에서 보이던 멋진 모습뒤에 감춰진 제프 핸더슨이라는 한 사람의 인생, 그 거대하고 감동적인 도전기를 어서 만나보고 싶었다. 재미와 감동의 수준을 적절히 맞출줄 아는 배우 윌 스미스가 영화화 하기로 한 그의 인생, 오프라 윈프리의 선택을 받을 수 밖에 없었던 그의 삶에는 무언가 특별한 것이 있을 것 같았다. 그의 인생을 읽고 나면, 왠지 이뤄놓은 것 없고 앞으로 나갈 길이 불투명하게만 보이는 내 인생에도 무언가 새로운 국면을 맞이할 수 있을 것 같은 기대감으로 부풀었다.

 

라스베거스 일류 호텔 벨라지오에서의 면접으로 시식요리들을 준비하는 장면으로 시작하는 이 책은 한번 읽기 시작하니 멈출수 없는 중독 비슷한 마력의 책이었다.

 

일단은 제프의 인생 자체가 워낙 스토리가 많고 우여곡절 가득하다보니 내가 직접 경험할 수 없는 흥미롭고 자극적인 이야기들을 읽는 재미가 만만찮았다. 영화에서나 나올법한 상황들과 그것을 스크린 위에 그대로 옮겨놓으면 한편의 영화가 될것만 같은 현장감있는 묘사들도 내 상상력을 한껏 자극했다. 그야말로 책의 텍스트 자체가 무척 생동감 있고 사실적이었다.

 

그리고,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내려가는데 있어 제프 핸더슨은 무척 솔직한 것 같았다. 나같으면, 이렇게 세상에 내 어두운 과거의 이야기를 솔직하게 공개하는게 두려웠을 것 같은데, 그는 그런 자신의 인생을 거울삼아 단 한 사람이라도 희망을 발견하길 바라는 마음으로 그런 용기를 낸 것 같았다. 그런 솔직함이 행간행간에 살아 있었고 그래서 내가 경험해본 삶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깊은 연민과 안타까움과 공감을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그가 결국 벨라지오의 최고 주방장이 되는 장면에서는 마치 내 가족이 그런것 처럼 나또한 박수치며 축하해 주고 싶은 심정이었다. 물론, 난 그저 빙그레 웃은게 다였지만.

 

그의 인생은 누구나가 다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만큼 밑바닥 인생이었다.

돈을 위해 마약을 팔고, 그렇게 번돈을 탕진하면서 살았던 빛나는 20대.

그리고 떨어진 19년동안의 감옥생활이라는 시커먼 나락.

그렇지만, 그속에서 그의 인생이 반짝 반짝 빛날 수 있었던 것은 다름 아닌 그의 새로운 삶에 대한 열정과 좌절할수밖에 없는 상황에서도 결코 포기하지 않는 집념, 그리고 최고가 될때까지 멈추지 않는 그의 노력.

사실, 그가 지금의 자리에 오를 수 있었던 것은 어쩌다 주어진 기회를 잘 잡아 행운으로 이룬것이 아니다. 자신에게 기회가 올수 있도록 그냥 서서 기다리지 않고 부딪히고 두드리고 공부하고 준비했던 그의 삶이 필연적으로 가져다준 결과인것 같다. 정말 죽을힘을 다해 요리사의 꿈을 꾸고 공부했기 때문에 모두가 불가능하다고 여겼던 자리에 올라설수 있었던 것이다.

그런 그 앞에서는 인종도, 밑바닥 인생이었던 지난 과거도, 신체적인 핸디캡도 문제가 되지 않았다.

 

그의 말처럼 세상에 어려운 일은 있어도 불가능한 일은 없다!

단지 자꾸만 불가능할거라 단정지으며 시도조차 하지 않는, 혹은 조금 해보다 금방 포기해버리는 나약함과 핑계만 있을 뿐이다.

 

피곤한데 잠도 안자고 뭐하냐는 핀잔을 들으며 밤이 깊도록 읽고난 이 책 <나는 희망이다>는

책장을 다 덮은 내게 정말 "희망"이 되었다. 무언가 시작해야겠다는 결심을 하게 해주었다. 어찌되었든 지금 나의 나이와 같을때의 제프 보다는 적어도 모든 면에서 그 시작점이 훨씬더 유리하지 않은가. 그가 해냈다면, 나도 할 수 있을것이다라는 용기가 생기는 것 같다.

 

제프 핸더슨은 끊임없이 시도했지만 고작 삼일쯤, 일주일쯤, 길어봐야 보름쯤이면 흥미를 잃고 지속하지 못했던 나 스스로에게 용기와 격려를 주는 롤모델이 되었다.

내 인생은 뭐 이런가 하고 좌절하기 직전의 누군가가 있다면 꼭 선물해주고 싶은 책이다.

내게 새롭게 시작할 수 있는 용기와 도전정신을 되살아나게 해주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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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속에서도 걷고 싶은 길 - 길의 시인, 신정일의 우리 땅 걷기 여행
신정일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9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꿈속에서도 걷고 싶은 길>은 나에게 특별한 책이다.
사실 처음 이 책을 읽게 시작했을 때만 해도 수많은 여행책들처럼 그렇게 나에게 한번 읽혀지고, 이래서 좋구나 하고 감탄하고, 책장을 덮고 나선 실제로 여행을 떠날 때 다시 한번쯤 읽게 되는 그런 책이 되지 않을까 은연중에 생각했었다. 그리고, 이제 막 바깥바람 쐬기를 좋아하는 아이를 데리고 이 책이 소개한 곳으로 주말에 여행이라도 가볼까 생각하며 읽기 시작한 책이었다.

 

그러던 중, 내게 삶의 방향을 뒤흔들만한 일이 생겼고, 그 일로 나 스스로도 한동안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어찌해야 할지 모를정도로 위태롭던 나를 정리하고 싶어 짧게라도 여행을 결심하게 된건 아마 그전까지 읽었던 이 책  <꿈속에서도 걷고 싶은 길>의 영향 때문이었나보다.

 

하루하고도 반 남짓의 짧은 여행길이었지만, 이 책은 내 여행길의 좋은 동행이 되어주었다. 비록 걷지는 못했던, 차로 하는 여행이었지만, 신정일 님이 이미 걸어가보고 느껴보았던 감동들을 고스란히 전달해주는 글을 읽으며 느끼는 여행지의 정취는 남달랐다.


오랜만에 맘껏 달려 도착한 강원도, 오대산의 월정사는 신정일 님이 ‘세상 시름 모두 잊고 산을 넘어가다’라고 표현한 것처럼 요동치는 내 마음과는 상관없이 고요하고 평화로웠고, 따뜻했다.

돌아오는 길, 차를 세워두고 다시 읽기 시작한 <꿈속에서도 걷고 싶은 길>은 그냥 종이 위에 씌어진 글자들이, 그림들이 아니라 이미 상한 내 마음을 위로해주는 작가의 따뜻한 위로의 말이었다.
살아있는 존재는 아니지만 이 책을 의지했던 여행길의 그 시간동안 나는 오래된 친구가 내 옆에 있는 것처럼, 엄마가 괜찮아 괜찮아 하며 나를 품어주는 것처럼 위로받고 치유받고 떨쳐버릴 수 있었다.

 

그렇게 죽을것 같은 시간이 지나고 마음의 평정을 어느정도 되찾은 후, 다시 이어 읽기 시작한 <꿈속에서도 걷고 싶은 길>은 이전보다 더 내게 친밀하게 다가왔다.

신정일 작가가 직접 발로 걷고 온몸으로 느낀 우리 나라 8도의 곳곳의 이야기들을 읽으면서

마치 내가 그와 동행한 듯, 그곳에서 직접 느끼는 듯 실제적으로 다가왔다.

 

이전까지는 그저 볼거리, 즐길거리로만 생각했던 명소들을 더 깊이, 그 속살까지 오롯이 느낄 수 있도록 세심하고 정성스레 담아낸 작가의 글 한줄한줄이 내맘을 깊이 흔드는 것 같다.

그리고 많이 알려져 이미 수차례 갔던 곳이 아닌

길 어딘가 쯤에, 혹은 인적 드문 산골짝 어딘가 쯤에, 혹은 아무생각없이 휭하고 지나쳐 버렸던 그 어딘가쯤에, 늘 존재했지만 미처 발견하지 못했던, 그곳만의 의미와 매력을 찾아 담아낸 신정일 작가의 글은 왠지모를 감동까지 담겨있다.

 

내가 태어났지만 제대로 알지 못했던 우리 땅, 그 8도 강산을

강원도에서부터 충청남도에 이르기까지 숨겨져 있던 보물같은 곳들을 세세하고 아름답게 소개하는 이 책이라면 연인과 함께, 사랑하는 가족들과 함께, 잠시 쉼이 필요한 나 자신과 함께 언제든 떠날 수 있을 것 같다.

 

시중에 이미 수없이 나와있는 여행지 소개책자와 이 책의 가장 큰 차이는 바로 수박 겉핥기 식의 소개가 아니라 한 곳 한 곳 정성들여 깊은 곳까지 찾아내 속살거려 주는 작가의 애씀과 우리 땅에 대한 사랑이다. 길의 시인이라는 수식어가 말해주듯 이 책을 읽다보면 어느새 죽기전에 꼭 가봐야할 여행지에 차곡차곡 기록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어떻게 찾아갈 수 있는지를 상세하게 보여주는 지도와,

깔끔하게 그려진 명소들에 대한 간단한 소개를 한눈에 볼 수 있도록 해준 부분도 참 좋았다.

더불어 <꼭 들러보자>라는 팁에 그냥 지나칠 수도 있는 곳들을 소개하고 있어 다양한 여행체험을 해볼 수 있는 것도 이 책이 가진 큰 미덕이다.

무엇보다, 단지 여행지의 겉모습만을 소개하는 것이 아니라

그 안에 담긴 우리 조상들의 이야기들, 숨은 에피소드들, 역사적 사실들을 함께 엮어 내려간 글은

단지 여행안내서 혹은 기행문의 차원을 넘어 내 아이에게도 읽히고 싶을만큼 값진 공부가 될것 같다.

 

오랫만에 책에서 읽은 곳들을 정리하면서 한달에 한번쯤 아니면 그보다 조금 더 자주

이곳들을 모두 가보고 말겠다 다짐해본다.

신정일 작가가 밟은 그 땅을 나도 밟고, 그가 온몸으로 느꼈던 아름다움을 나도 느껴보고

그렇게 머물다 내 안에 들어온 풍경과 감동들이 내 꿈에서도 고스란히 되살아 나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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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선뎐
김점선 지음 / 시작 / 2009년 3월
평점 :
절판


지금은 고인이 되어버린 김점선 작가의 자서전 출간소식은 내게 반가움과 동시에 아쉬움이었다. 브라운관을 통해, 혹은 전시를 통해 단편적으로만 만나볼 수 있었던 그녀를 더 깊이 알 수 있다는 것은 반가웠지만, 그 앎이 이제는 현재의 것이 아니라 과거의 그녀를 추억하는 것으로 그칠게 될 거란 점에서는 너무나 큰 아쉬움이었다.
김점선 님의 그림 세계나 그녀 자체에 대해 내가 아는 건 거의 없었지만, 그녀가 자유로운 영혼으로 거침없이 그리고 싶은 걸 그렸고, 솔직한 그녀의 작품은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았다는 것은 내게 큰 자극이었고 어느새 닮고 싶은 롤모델로 그녀를 꼽게 되었다.

<점선뎐>의 표지를 장식하고 있는 그녀의 표정은 딱, 그녀스러운 웃음, 자유롭고 거친듯 보일 정도로 솔직하지만 어딘지 모르는 따뜻함도 함께 품고 있는 바로 그 웃음이었다. KBS <문화지대>에서 독특한 말투과 표정으로 인터뷰를 진행하던, 내 마음에 처음 들어왔던 그 끌림이 그대로 묻어 있었다.

원색 짙은 천진함 가득 담은 그녀의 그림도 표지에 특별함을 더해주었다.
이리저리 살피다 펼쳐본 표지 날개의 글을 보고는 나는 역시 김전선이다 라고 외칠 수 밖에 없었다. 암수술을 앞둔 의사와의 면담에서 장이 길어 소화시키는데 너무 오래 걸리니, 자를 바에는 직선으로 짧게 잘라달라 요구하는 그녀의 한 마디. 암이라는 두려운 대상 앞에서도 엉뚱하다 싶을 정도로 당당하게 그리고 소신있게 자신의 생각을 말하는 그녀를 어떻게 그냥 떠나보낼 수 있을까.

투박하지만 솔직한 그녀의 인생이 고스란히 담긴 <점선뎐>은 읽으면 읽을수록 매력적인 책이었다. 내가 전혀 알지 못했던 김전선의 삶을 들여다 보는 재미 뿐만이 아니라 그녀의 깊은 내면의 생각들이 행간 곳곳에 드러나는 것들을 발견하는 즐거움도 쏠쏠했다. 단지 겉보기처럼 무작정 거침없고, 무작정 자유로웠던 것만이 아니라 그런 그녀의 삶과 행동의 바탕에 깔려 있는 수많은 고민의 순간들과 거기에서 비롯된 솔직담백한 그녀의 생각들, 삶의 가치관들이 참 신선했고 공감이 갔으며 배우고 싶은 면들도 많았다.

중반부를 넘어, 그녀가 암과 마주대하는 부분을 읽기 시작했을 땐, 그 의연함과 담담함에 깜짝 놀랐고 그 사실을 바라보는 그녀의 생각이 너무 감동적이어서 가슴이 먹먹해져왔다.
평생 반항하고 대항하는 삶을 살아왔는데, 그런 것들이 몸속에서 모여 종유석처럼 자라난 것이 암이니, 이제 자신은 겉과 속이 분명 같은 사람이 된 거라고, 그러니 암도 자신 몸의 일부분으로 귀하게 생각한다는 그녀의 말이 오랜동안 잊혀지지 않는다.
대부분 그런 상황이라면 절망하고 원망하다 결국 자포자기 하거나 인생의 다른 의미를 찾아내려 애쓰기 마련인데, 암이라는 결코 사랑하기 쉽지 않은 대상까지도 있는 그대로 끌어안는 그녀의 용기에 나는 박수를 보내지 않을 수 없었다.

나는 얼마나 내가 가진 것들을, 내게 주어진 것들을 있는 그대로 끌어 안았던가.
<점선뎐>을 읽고 나서 여러가지 생각을 하게 된다.
수없이 다른 사람을 의식하고, 내가 가진 것을 소중히 하지 못했던 내 모습들...
김점선 그녀의 삶에 비추어 돌아본 내 삶... 책 한권으로 참 소중한 시간을 가지게 된것 같다.

책을 읽은후 엄마에게 읽어보라고 권해 드렸다.
나와함께 김점선 님의 팬이 되어버린 엄마였기에 관심있어하실 것 같아서였다.
역시나, 엄마도 나처럼 꽤 감동받으며 재미있게 읽으신 눈치였다.

20대의 (후반이긴하지만) 딸과, 오십대의 엄마가 함께 읽어도 공감되고 소통될만한 김점선의 삶.
그렇게 자신에게 주변에게 솔직하고 당당하고 그러면서도 따뜻함을 잃지 않는 삶으로 내 삶도 누군가에게 기억되길 소망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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