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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속에서도 걷고 싶은 길 - 길의 시인, 신정일의 우리 땅 걷기 여행
신정일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9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꿈속에서도 걷고 싶은 길>은 나에게 특별한 책이다.
사실 처음 이 책을 읽게 시작했을 때만 해도 수많은 여행책들처럼 그렇게 나에게 한번 읽혀지고, 이래서 좋구나 하고 감탄하고, 책장을 덮고 나선 실제로 여행을 떠날 때 다시 한번쯤 읽게 되는 그런 책이 되지 않을까 은연중에 생각했었다. 그리고, 이제 막 바깥바람 쐬기를 좋아하는 아이를 데리고 이 책이 소개한 곳으로 주말에 여행이라도 가볼까 생각하며 읽기 시작한 책이었다.
그러던 중, 내게 삶의 방향을 뒤흔들만한 일이 생겼고, 그 일로 나 스스로도 한동안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어찌해야 할지 모를정도로 위태롭던 나를 정리하고 싶어 짧게라도 여행을 결심하게 된건 아마 그전까지 읽었던 이 책 <꿈속에서도 걷고 싶은 길>의 영향 때문이었나보다.
하루하고도 반 남짓의 짧은 여행길이었지만, 이 책은 내 여행길의 좋은 동행이 되어주었다. 비록 걷지는 못했던, 차로 하는 여행이었지만, 신정일 님이 이미 걸어가보고 느껴보았던 감동들을 고스란히 전달해주는 글을 읽으며 느끼는 여행지의 정취는 남달랐다.
오랜만에 맘껏 달려 도착한 강원도, 오대산의 월정사는 신정일 님이 ‘세상 시름 모두 잊고 산을 넘어가다’라고 표현한 것처럼 요동치는 내 마음과는 상관없이 고요하고 평화로웠고, 따뜻했다.
돌아오는 길, 차를 세워두고 다시 읽기 시작한 <꿈속에서도 걷고 싶은 길>은 그냥 종이 위에 씌어진 글자들이, 그림들이 아니라 이미 상한 내 마음을 위로해주는 작가의 따뜻한 위로의 말이었다.
살아있는 존재는 아니지만 이 책을 의지했던 여행길의 그 시간동안 나는 오래된 친구가 내 옆에 있는 것처럼, 엄마가 괜찮아 괜찮아 하며 나를 품어주는 것처럼 위로받고 치유받고 떨쳐버릴 수 있었다.
그렇게 죽을것 같은 시간이 지나고 마음의 평정을 어느정도 되찾은 후, 다시 이어 읽기 시작한 <꿈속에서도 걷고 싶은 길>은 이전보다 더 내게 친밀하게 다가왔다.
신정일 작가가 직접 발로 걷고 온몸으로 느낀 우리 나라 8도의 곳곳의 이야기들을 읽으면서
마치 내가 그와 동행한 듯, 그곳에서 직접 느끼는 듯 실제적으로 다가왔다.
이전까지는 그저 볼거리, 즐길거리로만 생각했던 명소들을 더 깊이, 그 속살까지 오롯이 느낄 수 있도록 세심하고 정성스레 담아낸 작가의 글 한줄한줄이 내맘을 깊이 흔드는 것 같다.
그리고 많이 알려져 이미 수차례 갔던 곳이 아닌
길 어딘가 쯤에, 혹은 인적 드문 산골짝 어딘가 쯤에, 혹은 아무생각없이 휭하고 지나쳐 버렸던 그 어딘가쯤에, 늘 존재했지만 미처 발견하지 못했던, 그곳만의 의미와 매력을 찾아 담아낸 신정일 작가의 글은 왠지모를 감동까지 담겨있다.
내가 태어났지만 제대로 알지 못했던 우리 땅, 그 8도 강산을
강원도에서부터 충청남도에 이르기까지 숨겨져 있던 보물같은 곳들을 세세하고 아름답게 소개하는 이 책이라면 연인과 함께, 사랑하는 가족들과 함께, 잠시 쉼이 필요한 나 자신과 함께 언제든 떠날 수 있을 것 같다.
시중에 이미 수없이 나와있는 여행지 소개책자와 이 책의 가장 큰 차이는 바로 수박 겉핥기 식의 소개가 아니라 한 곳 한 곳 정성들여 깊은 곳까지 찾아내 속살거려 주는 작가의 애씀과 우리 땅에 대한 사랑이다. 길의 시인이라는 수식어가 말해주듯 이 책을 읽다보면 어느새 죽기전에 꼭 가봐야할 여행지에 차곡차곡 기록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어떻게 찾아갈 수 있는지를 상세하게 보여주는 지도와,
깔끔하게 그려진 명소들에 대한 간단한 소개를 한눈에 볼 수 있도록 해준 부분도 참 좋았다.
더불어 <꼭 들러보자>라는 팁에 그냥 지나칠 수도 있는 곳들을 소개하고 있어 다양한 여행체험을 해볼 수 있는 것도 이 책이 가진 큰 미덕이다.
무엇보다, 단지 여행지의 겉모습만을 소개하는 것이 아니라
그 안에 담긴 우리 조상들의 이야기들, 숨은 에피소드들, 역사적 사실들을 함께 엮어 내려간 글은
단지 여행안내서 혹은 기행문의 차원을 넘어 내 아이에게도 읽히고 싶을만큼 값진 공부가 될것 같다.
오랫만에 책에서 읽은 곳들을 정리하면서 한달에 한번쯤 아니면 그보다 조금 더 자주
이곳들을 모두 가보고 말겠다 다짐해본다.
신정일 작가가 밟은 그 땅을 나도 밟고, 그가 온몸으로 느꼈던 아름다움을 나도 느껴보고
그렇게 머물다 내 안에 들어온 풍경과 감동들이 내 꿈에서도 고스란히 되살아 나기를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