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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선뎐
김점선 지음 / 시작 / 2009년 3월
평점 :
절판
지금은 고인이 되어버린 김점선 작가의 자서전 출간소식은 내게 반가움과 동시에 아쉬움이었다. 브라운관을 통해, 혹은 전시를 통해 단편적으로만 만나볼 수 있었던 그녀를 더 깊이 알 수 있다는 것은 반가웠지만, 그 앎이 이제는 현재의 것이 아니라 과거의 그녀를 추억하는 것으로 그칠게 될 거란 점에서는 너무나 큰 아쉬움이었다.
김점선 님의 그림 세계나 그녀 자체에 대해 내가 아는 건 거의 없었지만, 그녀가 자유로운 영혼으로 거침없이 그리고 싶은 걸 그렸고, 솔직한 그녀의 작품은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았다는 것은 내게 큰 자극이었고 어느새 닮고 싶은 롤모델로 그녀를 꼽게 되었다.
<점선뎐>의 표지를 장식하고 있는 그녀의 표정은 딱, 그녀스러운 웃음, 자유롭고 거친듯 보일 정도로 솔직하지만 어딘지 모르는 따뜻함도 함께 품고 있는 바로 그 웃음이었다. KBS <문화지대>에서 독특한 말투과 표정으로 인터뷰를 진행하던, 내 마음에 처음 들어왔던 그 끌림이 그대로 묻어 있었다.
원색 짙은 천진함 가득 담은 그녀의 그림도 표지에 특별함을 더해주었다.
이리저리 살피다 펼쳐본 표지 날개의 글을 보고는 나는 역시 김전선이다 라고 외칠 수 밖에 없었다. 암수술을 앞둔 의사와의 면담에서 장이 길어 소화시키는데 너무 오래 걸리니, 자를 바에는 직선으로 짧게 잘라달라 요구하는 그녀의 한 마디. 암이라는 두려운 대상 앞에서도 엉뚱하다 싶을 정도로 당당하게 그리고 소신있게 자신의 생각을 말하는 그녀를 어떻게 그냥 떠나보낼 수 있을까.
투박하지만 솔직한 그녀의 인생이 고스란히 담긴 <점선뎐>은 읽으면 읽을수록 매력적인 책이었다. 내가 전혀 알지 못했던 김전선의 삶을 들여다 보는 재미 뿐만이 아니라 그녀의 깊은 내면의 생각들이 행간 곳곳에 드러나는 것들을 발견하는 즐거움도 쏠쏠했다. 단지 겉보기처럼 무작정 거침없고, 무작정 자유로웠던 것만이 아니라 그런 그녀의 삶과 행동의 바탕에 깔려 있는 수많은 고민의 순간들과 거기에서 비롯된 솔직담백한 그녀의 생각들, 삶의 가치관들이 참 신선했고 공감이 갔으며 배우고 싶은 면들도 많았다.
중반부를 넘어, 그녀가 암과 마주대하는 부분을 읽기 시작했을 땐, 그 의연함과 담담함에 깜짝 놀랐고 그 사실을 바라보는 그녀의 생각이 너무 감동적이어서 가슴이 먹먹해져왔다.
평생 반항하고 대항하는 삶을 살아왔는데, 그런 것들이 몸속에서 모여 종유석처럼 자라난 것이 암이니, 이제 자신은 겉과 속이 분명 같은 사람이 된 거라고, 그러니 암도 자신 몸의 일부분으로 귀하게 생각한다는 그녀의 말이 오랜동안 잊혀지지 않는다.
대부분 그런 상황이라면 절망하고 원망하다 결국 자포자기 하거나 인생의 다른 의미를 찾아내려 애쓰기 마련인데, 암이라는 결코 사랑하기 쉽지 않은 대상까지도 있는 그대로 끌어안는 그녀의 용기에 나는 박수를 보내지 않을 수 없었다.
나는 얼마나 내가 가진 것들을, 내게 주어진 것들을 있는 그대로 끌어 안았던가.
<점선뎐>을 읽고 나서 여러가지 생각을 하게 된다.
수없이 다른 사람을 의식하고, 내가 가진 것을 소중히 하지 못했던 내 모습들...
김점선 그녀의 삶에 비추어 돌아본 내 삶... 책 한권으로 참 소중한 시간을 가지게 된것 같다.
책을 읽은후 엄마에게 읽어보라고 권해 드렸다.
나와함께 김점선 님의 팬이 되어버린 엄마였기에 관심있어하실 것 같아서였다.
역시나, 엄마도 나처럼 꽤 감동받으며 재미있게 읽으신 눈치였다.
20대의 (후반이긴하지만) 딸과, 오십대의 엄마가 함께 읽어도 공감되고 소통될만한 김점선의 삶.
그렇게 자신에게 주변에게 솔직하고 당당하고 그러면서도 따뜻함을 잃지 않는 삶으로 내 삶도 누군가에게 기억되길 소망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