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얘들아 힘들면 연락해
김수미 지음 / 샘터사 / 2009년 6월
평점 :
품절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책이 도착했다.
제목부터가 정말 “김수미”스러운 <얘들아 힘들면 연락해>의 따뜻함 가득한 분홍빛의 표지를 보니 나도 모르게 가슴이 설레기 시작했다. 진짜 자주빛 띠지에서 도도하지만 한켠엔 따스함을 가득담은 그녀의 눈을 가만히 쳐다보자니 더 그렇다.
“그녀는 언제나 우리 편이다!”
참 좋아하는 작가 이외수 님의 추천의 글 또한 책을 읽기 전부터 나를 뒤흔들기 시작했다.
내겐 그저 일용엄니의 독특한 캐릭터의 배우, 욱하는 성질이 나랑 꼭 같은 배우, 언제부턴가 그 존재감이 강하게 느껴지는, 그래서 쉬이 질리지 않는 특이함으로 무장한 배우, 그리고 음식솜씨라면 어디다 갖다 대고 모자람이 없는 음식잘하는 배우, 그리고 그만큼 욕도 잘하는 배우.
이 정도가 내 머릿속의 그녀, 김수미다.
자, 이것에 더해 이제 그녀의 진짜 모습을 알게 될 것이다.
내가 모르는, 그녀만의 매력, 그녀만의 힘, 그녀가 가진 진짜 위로의 힘을 알게 될거라 생각하니 마음이 급해져 쉬지 않고 책속으로 돌진해 들어갈 수밖에 없다.
책을 읽다보면, 유난히 멈출 수 없는 책들이 존재한다.
이 책이 바로 그랬다. 책에서도 밝혔듯이 누구든 찾아와 위로 얻고 싶으면(단, 그녀 스타일의 위로가 되겠지) 언제든 찾아오라는 듯 온몸으로 초대하는 그 제목위로 인간 김수미의 삶이 영화처럼 펼쳐지는 이 책에 어떻게 빠져들지 않고 견뎌낼 수 있단 말인가.
김수미의 여덟 번째 책이라는 <얘들아 힘들면 연락해>는 아마 그녀가 육십평생 살아오 날정도로 솔직한 고백들과 무엇보다도 사람들을 향한 따뜻한 애정이 듬뿍 담겨 있어 그 매력이 다른 책의 그것을 능가하는 것 같다.
이 책을 통해 들여다본 그녀의 삶은, 때론 키득키득 거리는 웃음으로, 때론 내 가슴까지 먹먹해져버리는 슬픔으로 다가왔다. 그녀 아니면 안되는 독특한 캐릭터를 만들어내는 천부적인 배우로서, 또 아이들의 엄마와 한 남자의 아내로서, 그리고 꽃만 보면 미칠듯 너무 좋아서 주저 앉아버리고 마는 풍부한 감성으로 흠뻑 젖어있는 문학소녀로서, 글쓰러 들어갔던 절의 주지스님이 너무 좋아 몇 번이고 찾아갔다 얼굴만 붉어져서는 어쩔줄 모르는 수줍은 여자로써 한켠한켠 차곡히 써내려간 그녀의 인생을 읽으며 따라가다 보니 나는 어느새, 책속에 김수미를 사랑하는 수많은 지인들 중 한 사람이 된 것 같은 착각에 빠져버리고 만다.
나도 수국이 접시만하게 피어있는 곳을 보거나, 집앞 벚꽃이 흐드러지면, 김수미에 편지를 써 선생님 함께 꽃구경해요 하고 말하고 싶을만큼 그녀를 친근하게 느끼기 시작한다.
책을 읽으면서 그녀의 인생에 묻혀 내가 고민하던 문제들, 내까 그동안 끌어앉고 헉헉대고 있던 문제들을 잠시나마 내려놓는 시간들을 경험한 것 같다.
지금의 인기만큼 그녀 나름의 굴곡진 인생을 살아온, 그래서 이제는 왠만한 것들엔 끄덕도 하지않는 강심장을 가진 그녀의 삶은 나에게 작은 위로가 되고, 힘이 된다.
그리고 또한 누구에게도 질것 같지 않은 그녀의 강인한 모습 뒤에 살포시 감춰진, 여리고 여린 들꽃 한다발 같은 그 마음을 보면서 사느라 팍팍해져버린 내 삶의 어느 한 구석에도 말갛게 물기를 머금은 들꽃 한 송이 같은 수줍음과 따뜻함이 있으리라 믿게 된다. 그리고 어느새 그녀를 따라 살폿 웃음을 짓게 된다.
책 말미에, 인생을 포기하고 싶어 자살을 선택하는 이들에게 보내는 메시지에는 그녀가 가진 가장 아름다운 덕목인 사람을 사랑하는 마음이 가득 담겨있다. 그리고, 연예인이 되려고 뛰어드는 이 땅의 젊은이들에게 보내는 솔직한 목소리에도 역시 커다란 애정이 묻어있다.
그래서일것이다.
출간되자마자, 그리고 그녀의 인생을 써내려간 책들이 이미 몇 권쯤 세상에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그녀의 글이 사람들의 마음을 울리고, 사랑받을 수밖에 없는 이유가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