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 사랑 사랑 웅진 세계그림책 219
맥 바넷 지음, 카슨 엘리스 그림, 김지은 옮김 / 웅진주니어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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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카네이션과 해바라기가 앞표지를 장식하고 있습니다. 뒷표지에는 <"사랑이 뭐예요?" 짧은 질문에서 시작된 긴 여정 / 백인백색의 사랑 중에서 나만의 사랑을 찾아가는 이야기>라는 설명이 나와 있습니다. '사랑'이라는 단어를 3번이나 쓸 정도로 강조합니다. 도대체 사랑이 뭘까요?


그림책 속의 주인공 나는 어렸을 때 할머니에게 사랑이 무엇인지 질문을 합니다. 그리고 세상에 나가면 답을 찾을 수 있을 거라는 대답을 듣고 길을 떠납니다. 혼자서 떠나는 여행이 무섭지도 않은가봐요. 호기심이 두려움을 눌렀는지 어린 나는 세상을 돌아다니면서 사람들을 만날 때마다 사랑이 뭐냐는 질문을 던집니다.


내가 만난 사람 중에 연극배우는 '사랑은 박수갈채야.'라고 대답했어요. 하지만 나는 그의 부연 설명에 반박합니다. 그리고 연극배우는 한숨을 쉬면서 넌 사랑을 모른다고 말해요.

나는 많은 사람들을 만나요. 그리고 그들을 각기 다른 사랑에 대한 정의를 내립니다, 나는 반박하고 그들은 또다시 말하지요. "넌 사랑을 몰라!"



그리고 어느덧 시간은 흐르고 나는 더 자라고 할머니는 더 늙어서 다시 마주합니다. 할머니가 물어요. "그래서 답을 찾았니?" 나는 뭐라고 대답했을까요? 이 결말은 책을 통해 확인해 주세요.




주인공 '나'는 사랑이 뭔지 궁금합니다. 다들 사랑이 뭔지는 알지만, 눈에 보이지 않는 사랑이라는 관념을 어린 아이가 이해하기 쉽도록 설명하기 쉽지 않아요. 세상에 많은 사람이 있는 것처럼 사랑에 관한 정의도 그 수만큼 다양합니다. 주체적이고 개별 존재인 인간에게 동일한 사랑 역시 존재할 수 없지요.


할머니는 왜 세상을 돌아다니면 사랑이 뭔지 답을 알 수 있다고 했을까요? 어린 손자에게 그 자리에서 말로 설명해줄 수도 있었을 텐데 말이에요. 하지만 할머니는 답을 주입식으로 강요하지 않았어요. 스스로 체득해보라 하지요. 지혜를 깨닫는 것처럼, 사랑이 뭔지 궁금해하던 소년에게 그 호기심에 대한 답을 스스로 찾을 수 있도록 안내할 뿐입니다.


한 아이는 성장하면서 사랑뿐만이 아니라 지적, 정서적 호기심을 깨우치기 위해서는 조력자의 도움이 필요합니다. 우리는 학교에서도 학습을 통해 배우고, 사회에 나가 경험하며 체득하기도 하지요. 자신만의 답을 찾아내는 과정, 진정한 성장을 이루는 길입니다. 사랑에 대한 답을 찾아가는 이야기, 나만의 답을 찾아가는 <사랑 사랑 사랑> 그림책을 추천합니다.



이 책은 책자람 카페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았지만, 솔직한 저의 견해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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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해 빠진 이야기는 싫어! 온그림책 4
다비드 칼리 지음, 안나 아파리시오 카탈라 그림, 이경혜 옮김 / 봄볕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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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비드 칼리의 신작 그림책입니다. <흔해 빠진 이야기는 싫어!>라는 제목에서부터 심상치 않은 기운이 느껴집니다. 이 그림책 속에는 기존의 관념들을 뒤집으려는 시도가 나올 것이라 쉽게 예상할 수 있습니다.

흔해 빠진 이야기에는 무엇이 있을까요? 그림책 속 아빠는 딸에게 한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아니, 들려주려고 합니다. 그런데 이야기가 번번이 막혀요.




딸의 대답을 살펴볼까요?
“아, 싫어! 공주를 구하러 가는 기사 얘기는 흔해 빠졌어. 너무 빤하잖아? 게다가 남녀 차별이야! 공주들은 스스로 자기를 구할 수 있단 말이야!”
“용은 언제나 사악해야 해?”
“아니, 왜 이야기에 나오는 여자들은 하나같이 구해줘야 될 사람 아니면 마녀인 거야?”

여기까지 읽다보면 생각이 두 갈래로 갈릴 겁니다. 누군가는 그러겠죠.
‘그래, 그 동안 어렸을 적 들어왔던 이야기에는 차별의 요소가 너무 많았어. 이런 걸 듣고 커 왔으니 약자를 위한 세상은 쉽게 찾아오지 않는거야. 강자, 권력자들의 세상은 여전히 변하기 힘들지. 이 그림책은 차별의 요소를 잘 풍자했네.’

또다른 이는 이런 생각을 하겠지요.
‘어휴, 또 차별이네. 여성에 대한 차별 이야기 지겹지도 않나. 우리가 알고 있던 안데르센/그림형제 등의 명작동화에서도 차별하니까 이야기 다 뜯어 고치고 재해석해서 책 다시 내라는 거야 뭐야.’

이 그림책 전반부에서는 아빠의 이야기에 딸이 뻔하다며 이야기 속 편견에 반박하는 내용을 다루고 있어요.





그리고 다비드 칼리는 그 이야기에서 좀더 넘어갑니다. 이 책의 매력은 바로 이 후반부예요. 후반부는 뻔하지 않는 등장인물과 소재, 배경으로 딸이 아빠에게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그리고 이 이야기를 듣는 아빠는 이야기 속의 문제점을 짚어줍니다.
“권총은 안 돼. 아이들한테 너무 폭력적이야.”
“아이들 책에 술은 안 돼!…”

두 사람은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추어 이야기를 수정합니다. 그리고 아빠가 말해요.
“좋다! 드디어 빤하지 않은 훌륭한 이야기가 되었네!”

그런데 말입니다.
딸이 엉엉 울어버려요. 이렇게 말하면서요.
“난 이 얘기가 마음에 안 들어!”

과연 후반부에서는 무슨 이야기가 펼쳐진 걸까요? 그리고 딸은 본인이 원하는 대로 뻔하지 않은 이야기가 완성되었는데 왜 마음에 들어하지 않아할까요? 뒷부분이 궁금하다면 책으로 확인해 주세요.


후반부에서 다비드 칼리가 드러내려는 의도는 “재미있는 이야기란 무엇인가?” 입니다. 이야기의 본질에 대해 말합니다.

명작 동화에는 분명 현대사회의 시선으로 봤을 때 문제요소들이 존재합니다. 그것을 외면할 수는 없습니다. 차별이 이야기를 통해 내려오고 그것이 은연중에 우리의 머릿속에 스며든다면, 이 사회는 악습은 버리고 좋은 걸 취하며 발전해내가기 어렵습니다.

하지만 명작 동화를 재해석하거나 거기에 담긴 요소들을 가지고 재창작할 때, 또는 새로운 창작 그림책을 만든다고 하더라도 유의해야 할 점을 알려줍니다. 이야기의 본질은 기본적으로 재미입니다. 재미가 없다면 옛이야기는 구전되지 않았을 것입니다. 기록으로 남겨진 시기부터도 재미가 없었다면 지금까지 수많은 명작동화들이 여전히 사랑받으며 존재하지 않겠지요.

흔해 빠진 이야기를 하기 싫다고, 옛이야기나 명작동화의 요소들을 해체하고 재창작하더라도 재미를 놓치지 말아야 한다는 그 이야기를 작가는 하고 있습니다. 이야기는 교훈과 재미(감동)을 함께 가질 때 영원히 살아남을 수 있는 것입니다.

이야기를 만드는 이들에게, 이야기를 듣는 이들에게 모두 와닿는 그림책 <흔해빠진 이야기는 싫어!>입니다.



이 책은 제이그림책포럼 카페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았지만, 솔직한 저의 견해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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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짜 모범생 특서 청소년문학 23
손현주 지음 / 특별한서재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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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회 문학동네 청소년문학상 수상 작가 손현주의 신작이다.  완벽하지 않아도 오롯이 나로 살아가려는 청소년들을 위하여 쓴 작가의 의도가 잘 드러난 작품이다.

손현주 작가



주인공 선휘는 17살로 쌍둥이 형의 죽음으로 충격을 받아 정신과 진료를 받고 있다. 선휘는 많이 혼란스럽다. 영혼의 반쪽이라는 일란성 쌍둥이 3분 차이의 형이 자살로 생을 마감했기 때문이다. 형은 분노조절장애로 인해 한 사람을 죽음 직전으로 몰아 넣었고, 그 벌로 소년원에 들어가기 전날 형은 집 화장실에서 목을 맸다. 선휘가 제일 먼저 그 모습을 발견한다.

형 건휘와 선휘 자신이 이렇게 길을 잃고 헤매는 건 그들의 어머니의 영향이 가장 컸다. 어려서부터 시키는대로 해야하고, 학업에서 1등, 나중에 무엇이 될 것까지 다 정해서 그 길로만 가도록 강요한 어머니. 뜻대로 따르지 않으면 폭력을 휘두르던 어머니의 매는 사랑의 매로 둔갑되었다. 쌍둥이 형제는 어머니의 속박 아래에서 그저 인형처럼 움직일 수밖에 없었다.

그러한 학대를 받은 삶은 형으로 하여금 분노 조설 장애를 일으켰다. 게다가 잘못한 것을 동생에게 뒤집어씌우는 어머니의 말과 행동에 형 건휘는 비겁한 자신을 용서하지 못하고 죽음으로 도피한 것이다.

선휘는 형의 죽음 이후 어머니의 뜻에 따라 인형처럼 살지 않기로 한다. 어머니가 바라던 모범생의 삶을 끝내기로 결심한 것이다. 형만큼 괴롭고 죽을 것 같이 답답한 그의 하루하루는 단지 어머니에게는 심한 반항으로만 보여지며 둘은 더 심하게 갈등한다.

다행히 선휘에게는 자신에게 스스럼없이 다가오는 같은 반 친구 은빈이가 있었고, 나중에 청소년 쉼터에서 만난 어깨 문신 친구가 있었다. 그리고 어머니보다 더 애정을 쏟아준 이모도 있었다.

작가 후기에 <교육의 학대는 폭력이다>고 나와 있다. 아이들은 각자 다른 가능성과 재능을 품고 태어나 사는데, 누군가는 부모란 위치로 아이들을 구속하고 자신들의 뜻대로 조종하려고 한다.

예전에 히트친 드라마 <스카이 캐슬>을 떠올리게 하는 소설이다. 거기에서도 미칠 정도로 교육열에 목매는 상류층 사람들이 나왔다. 그들의 지위가 다 그렇게 위에서 하라는 대로 해서 그들 중에는 삶이 끝난 아이도 있었고, 어떤 부모 역시도 죽음으로 끝났다. 어떤 부모는 그의 부모에게 눈물을 보이며 ‘나는 평생을 이렇게만 살아왔는데 어떻게 무슨 판단을 하면서 살라는 거냐?”고 절규한다.

드라마나 이 소설이나 씁쓸한 현실을 반영하고 있다. 이 소설에서는 그래도 희망이 엿보인다. 청소년들에게 이런 희망을 보여주지 못한다면 그건 어른의 책임이고 사회의 책임이다.

인상깊은 구절

“모범생 근처도 못 갔어. 믿지 않겠지만, 난 그 시절에 세상을 꽤 증오했어. 그런 부정적 생각들이 날 병들게 하고 못 일어서게 했어. 그때 불미스러운 일로 경찰서에 가게 되었는데 경사 한 분이 형처럼 고민도 들어주고 멘토 역할을 해주셨어. 그 덕에 지금 내가 있게 된 거야. 환경을 탓해봤자 나만 손해라는 걸 뒤늦게 알았어. 오히려 내 환경을 어떻게 바꿀까 고민하는 게 더 필요한데, 아이들은 환경만 탓할 뿐이지 일어서는 법을 몰라. 난 그걸 가르쳐주고 싶어.”

아저씨는 담담하게 우릴 보며 말했다. 나는 아저씨를 보며 진짜 어른을 보는 것 같았다.

(168~169쪽)

자살은 세상에 대한 도피라는 생각을 잊어본 적이 없다. … 나만의 빛이 점점 사라지기 전에 행동해야 한다는 것을 어렴풋이 알고 있었다. 내가 저항한 건 오로지 살기 위해서였다.

(174쪽)




이 책은 문화충전200퍼센트 카페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았지만, 솔직한 저의 견해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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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니까 올리 그림책 10
오은영 지음 / 올리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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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회 2020 상상만발 책그림전’ 당선작인 <보니까> 그림책입니다. 앞표지를 삺펴보면 닫힌 지퍼가 열리면서 아이가 세상을 거꾸로 보고 있어요. 뒷표지에는 ‘보는 각도에 따라 관점이 달라질 수 있어!’라는 문구가 나와 있습니다. 앞표지의 아이가 거꾸로 있는 것도 이와 관련이 있겠지요.

#오은영 글,그림



그림책 <보니까>는 창작 그림책이면서 수학적인 그림책입니다. 동그라미, 세모, 네모가 등장하고요. 모눈종이가 배경으로 되어 있습니다. 3가지 도형은 모눈종이 위에서 그려지면서 색이 더해지거나 위치를 바꾸면서 바라보는 이들이 양쪽 그림을 보며 ‘같다, 다르다’ 말하게 합니다.
이 도형들이 요리조리 움직이면서 단순한 수학같던 그림들에 점점 상상이 더해집니다.

‘심심할 때 낙서를 해 봤어.
동그라미를 동그르르 그려 보다가
긴 기둥을 주욱쭈욱 그려 보다가
곧은 선도 이리저리 꺾어 보니까…

자동차가 태어났어!
어어, 좀 이상하게 보이네?
뭐, 괜찮아. 자동차들이 다 똑같으면 재미없잖아.
달라 보이니까 나만의 멋진 자동차지!’

누군가의 낙서는 멋진 작품으로 변했습니다. 그런데 이상해 보인다고 해요. 자세히 살펴보면 자동차의 앞모습과 옆모습이 함께 나와 있습니다. 어떻게 바라보고 그렸느냐에 따라 이 자동차 모습이 완성되었어요. 작가는 여기에 덧붙입니다. ‘달라서 멋’지다고요.

아이가 이러한 그림을 그린다면 부모님은 어떻게 받아들일까요? 다시 그리라고 할까요? 우선 멋지다는 칭찬부터 해주었으면 해요. 아이가 알고 그랬는지 모르고 그랬는지 알 수는 없지만, 아이의 상상에 칭찬을 듬뿍 해주었으면 좋겠습니다.

이 그림책에는 이런 식으로 낙서가 여러가지 작품으로 탄생하는 걸 보여줍니다. 그리고 작품마다 조금씩 이상하거나 틀린 부분들이 보여요. 하지만 그건 ‘틀린 게 아니라 다른 거야.’라고 작가는 말합니다.

틀에 맞춘 생각에서 벗어난 상상을 틀리다고 하지 않는 것. 서로의 다름을 그 다양성을 존중해 주는 것. 동그라미, 세모, 네모와 같은 수학 동네에 사는 도형들은 상상이 끼어들 여지가 없을 것 같았어요. 그런데도 관점을 조금만 바꾸면 훨씬 더 재미있어 보이는 세상이 펼쳐집니다.

생각을 바꿔 <보니까> 달라서 멋진 세상이 펼치지는 이야기, 그림책 <보니까>에서 확인해 주세요.



이 책은 책세상맘수다 카페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았지만, 솔직한 저의 견해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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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바람
잉그리드 고돈 그림, 톤 텔레헨 글, 정철우 옮김 / 삐삐북스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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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에 나온 아이의 표정은 무표정합니다. 어떤 생각을 품고 있는 걸까요? 일반적으로 귀엽다, 예쁘다라고 말하기 어려운 아이들의 초상화를 그린 잉그리드 고돈 작가, 그리고 그 초상화에 시를 붙인 톤 텔레헨 시인. 그들의 작품이 한 권의 그림책으로 묶여 나왔습니다. 기묘한 느낌이 드는 그림책입니다. ‘나의 바람’이라는 제목의 의미도 궁금해지네요.

#잉그리드 고돈 그림 #톤 텔레헨 글


이 그림책은 잉그리드 고돈의 33개 초상화를 보고 톤 텔레헨이 시를 붙여 만든 작품입니다. 화가가 그린 초상화는 밝은 표정이 없어요. 미간 사이는 넓은 편이고, 색감도 어둡습니다. 아이들의 앙 다문 입술에는 웃음기가 하나도 실려 있지 않아요. 이 초상화에는 아이들만 있는 건 아니에요. 다른 이들 역시 표정은 즐겁지 않습니다. 이 초상화들을 보고 톤 텔레헨 시인이 인간의 감정을 뽑아냅니다. 신기하게도 이 얼굴들을 보며 마음 속에 간직한 소원들을 풀어냈습니다.

비밀 업무를 맡을 비밀스러운 소년을 구하는 광고를 보게 되면 자신이 지원하겠다는 레너드 초상화의 글을 봅니다. 레너드의 표정은 어떤 비밀을 감추고 있는 것 같아요. 절대로 누구에게도 사소한 것조차 발설하지 않을 것 같은 느낌이 들어요.

초상화만 봤다면 이렇게까지 의미를 두지 못할 수도 있어요. 그러나 톤 텔레헨이 붙인 시를 읽은 뒤 아이의 표정을 보게 되면 그 내용과 같은 표정이 나타나 있는 듯해요. ‘언어가 의미를 규정한다’는 말이 떠오릅니다.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화가의 작품 세계를 들여다 보며 좌절하려다가 시인의 글을 보며 마음 한켠 편해지는 미술 초보 입문자가 된 기분이에요.


호세의 초상화에는 ‘나는 그 일을 하지 않겠습니다.’ 라는 글이 나옵니다. 허먼 멜빌이 지은 <필경사 바틀비>는 출판사에 따라 번역이 조금씩 다르게 나오지만 주인공 바틀비가 이와 비슷하게 말합니다. ‘나는 그 일을 하지 않는 편을 택하겠습니다.’ 어떤 표현이든간에 이는 화자가 선택함을 드러내고, 그의 의지를 보여줍니다. 바틀비가 부당한 현실에 대한 비판으로 그러한 말을 한 것처럼 톤 텔레헨은 호세의 표정을 보면서 그러한 바람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호세의 표정 속에서 그러한 욕망을 찾아낸 것에 감탄스러워요. 세상에 순응하지 않고 그 말을 뱉어내고픈 그의 소원이 언젠가 꼭 이루어지길 바랍니다.



이 그림책에서 나오는 ‘바람(소원)’은 결핍 욕구에서 나옵니다. 삶이 항상 즐거울 수만은 없지요. 결핍이 가져오는 바람은 마냥 행복하거나 신나지 않고 안타깝기도 해요. 하지만 아이들의 바람에는 즐겁고 반짝이는 희망을 담은 소원도 있습니다. 사람들의 마음 속에 담긴 소망이나 슬픔, 절망, 꿈은 숨기고 싶은 내면의 은밀한 감정입니다. 우울하기도 하고 이상하기도 한 이 비밀들은 희망을 품고 있다고 평하는 이들도 있습니다. 여러모로 놀라운 책입니다. 인간의 원초적인 감정들을 드러내는 초상화와 그에 걸맞는 글을 보며 미술관 전시회에 온 듯한 기분을 느껴보는 건 어떨까요.


이 책은 컬처블룸 카페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았지만, 솔직한 저의 견해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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