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해 빠진 이야기는 싫어! 온그림책 4
다비드 칼리 지음, 안나 아파리시오 카탈라 그림, 이경혜 옮김 / 봄볕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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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비드 칼리의 신작 그림책입니다. <흔해 빠진 이야기는 싫어!>라는 제목에서부터 심상치 않은 기운이 느껴집니다. 이 그림책 속에는 기존의 관념들을 뒤집으려는 시도가 나올 것이라 쉽게 예상할 수 있습니다.

흔해 빠진 이야기에는 무엇이 있을까요? 그림책 속 아빠는 딸에게 한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아니, 들려주려고 합니다. 그런데 이야기가 번번이 막혀요.




딸의 대답을 살펴볼까요?
“아, 싫어! 공주를 구하러 가는 기사 얘기는 흔해 빠졌어. 너무 빤하잖아? 게다가 남녀 차별이야! 공주들은 스스로 자기를 구할 수 있단 말이야!”
“용은 언제나 사악해야 해?”
“아니, 왜 이야기에 나오는 여자들은 하나같이 구해줘야 될 사람 아니면 마녀인 거야?”

여기까지 읽다보면 생각이 두 갈래로 갈릴 겁니다. 누군가는 그러겠죠.
‘그래, 그 동안 어렸을 적 들어왔던 이야기에는 차별의 요소가 너무 많았어. 이런 걸 듣고 커 왔으니 약자를 위한 세상은 쉽게 찾아오지 않는거야. 강자, 권력자들의 세상은 여전히 변하기 힘들지. 이 그림책은 차별의 요소를 잘 풍자했네.’

또다른 이는 이런 생각을 하겠지요.
‘어휴, 또 차별이네. 여성에 대한 차별 이야기 지겹지도 않나. 우리가 알고 있던 안데르센/그림형제 등의 명작동화에서도 차별하니까 이야기 다 뜯어 고치고 재해석해서 책 다시 내라는 거야 뭐야.’

이 그림책 전반부에서는 아빠의 이야기에 딸이 뻔하다며 이야기 속 편견에 반박하는 내용을 다루고 있어요.





그리고 다비드 칼리는 그 이야기에서 좀더 넘어갑니다. 이 책의 매력은 바로 이 후반부예요. 후반부는 뻔하지 않는 등장인물과 소재, 배경으로 딸이 아빠에게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그리고 이 이야기를 듣는 아빠는 이야기 속의 문제점을 짚어줍니다.
“권총은 안 돼. 아이들한테 너무 폭력적이야.”
“아이들 책에 술은 안 돼!…”

두 사람은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추어 이야기를 수정합니다. 그리고 아빠가 말해요.
“좋다! 드디어 빤하지 않은 훌륭한 이야기가 되었네!”

그런데 말입니다.
딸이 엉엉 울어버려요. 이렇게 말하면서요.
“난 이 얘기가 마음에 안 들어!”

과연 후반부에서는 무슨 이야기가 펼쳐진 걸까요? 그리고 딸은 본인이 원하는 대로 뻔하지 않은 이야기가 완성되었는데 왜 마음에 들어하지 않아할까요? 뒷부분이 궁금하다면 책으로 확인해 주세요.


후반부에서 다비드 칼리가 드러내려는 의도는 “재미있는 이야기란 무엇인가?” 입니다. 이야기의 본질에 대해 말합니다.

명작 동화에는 분명 현대사회의 시선으로 봤을 때 문제요소들이 존재합니다. 그것을 외면할 수는 없습니다. 차별이 이야기를 통해 내려오고 그것이 은연중에 우리의 머릿속에 스며든다면, 이 사회는 악습은 버리고 좋은 걸 취하며 발전해내가기 어렵습니다.

하지만 명작 동화를 재해석하거나 거기에 담긴 요소들을 가지고 재창작할 때, 또는 새로운 창작 그림책을 만든다고 하더라도 유의해야 할 점을 알려줍니다. 이야기의 본질은 기본적으로 재미입니다. 재미가 없다면 옛이야기는 구전되지 않았을 것입니다. 기록으로 남겨진 시기부터도 재미가 없었다면 지금까지 수많은 명작동화들이 여전히 사랑받으며 존재하지 않겠지요.

흔해 빠진 이야기를 하기 싫다고, 옛이야기나 명작동화의 요소들을 해체하고 재창작하더라도 재미를 놓치지 말아야 한다는 그 이야기를 작가는 하고 있습니다. 이야기는 교훈과 재미(감동)을 함께 가질 때 영원히 살아남을 수 있는 것입니다.

이야기를 만드는 이들에게, 이야기를 듣는 이들에게 모두 와닿는 그림책 <흔해빠진 이야기는 싫어!>입니다.



이 책은 제이그림책포럼 카페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았지만, 솔직한 저의 견해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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