빵 좋아하는 악당들의 행성
곽재식 지음 / 비채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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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빵 좋아하는 악당들의 행성>


-더 이상 자신의 삶을 살 수 없게 된 사람은 자신이 혹시 마술사의 세상으로 들어갈 수 있는 방법은 없을지, 마술사에게 애처롭게 물었다. (신들의 황혼이라고 마술사는 말했다)


-이후 보고서 제출이 너무 불편하다는 민원이 많이 발생해서, 다음 해에는 시스템 전면 개편이 이루어졌다. 또한 관련 법도 국회에서 개정안이 통과되고 말았다. 그렇다 보니, 다음 해에는 그 모든 처리 절차와 설치해야만 하는 프로그램들이 전부 바뀌어 새로운 방식으로 작업을 다 새로 해야 하게 되었다. (슈퍼 사이버 펑크 120분)


-"그런데 바지는 어쩔 수 없다고 해도, 자네, 앞으로 셔츠는 좀 똑바로 다려 입고 다니면 안 되겠나?" (멋쟁이 곽상사)



제목이 워낙 좋아서 기대하고 읽었는데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정말 생활 밀착형 sf라서 읽는데 이질감이 전혀 없었고, 살면서 한 번쯤 만날 수 있는 사람들, 상황들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sf를 별로 좋아하지 않아도 읽어볼 만한 책이라고 생각되었다.


표제작을 많이 기대했는데 사실 별 감흥은 없었지만 제목이 너무 좋기 때문에 표제작으로 잘 선정된 것 같다.

인용한 세 작품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가장 웃겼던 건 사이버 펑크, 가장 감동적이었던 건 곽상사, 가장 찔렸던 건 마법사.

사이버 펑크는 액티브엑스 때문에 고통받았던 한국사람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것 같은데, 내용이랑 서술 방식이 어우러져 정말 재미있게 읽었다.

곽상사는 모든 사람에게 각자의 이유가 있다는 것과 세상사는 참 얼렁뚱땅 굴러간다는 것을 동시에 떠올리게 했고, 마지막 문장이 너무 위트가 있어 좋았다. 

마법사는 솔직히 재미는 없었는데 빙의물과 마법사 얘기를 워낙 좋아하는 사람으로 너무 많은 생각을 하게 했다. 


매일 이야기를 읽는 나는 어쩌면 매일 가상의 세계로 도망치는 것일지도 모르는데, 그건 결국 가상의 세계에 패배하고 마는 것일까? 

하지만 지리하고 지루한 현실과 달리 가상의 세계는 매일 재미있고 감동적인데 어떡한담. 




(이 서평은 김영사 대학생 서포터즈 활동의 일환으로 김영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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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마지막 이사를 도와드립니다 - 유품정리사의 일
김석중 지음 / 김영사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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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마지막 이사를 도와드립니다>


-우리는 세상을 자신의 지식과 경험에 비춰 자신의 수준으로 판단하고 바라봅니다. 고인이 살다간 빈자리에 있는 특정 물건 몇 개를 보고 주관이나 감성에 치우쳐 잘못 판단하면 저는 한 사람의 인생 모두를 왜곡할 수 있습니다. 그러면 남길 것과 버릴 것이 바뀔 수도 있으니 정말 조심해야 합니다.


-사용하던 사람이 죽었는지 중요하지 않습니다.그저 물건은 자신의 사용법대로 기능을 다하면 그만입니다.


-사망 이후 신체는 자연으로 돌아가고 정신은 남은 사람들에게 영향을 끼쳐 자연현상에 포함되어 변화와 순환의 원리로 작용합니다. 이 순환 원리에 따라 끊임없이 새로운 생명이 탄생하고 소멸하기를 반복합니다. 그래서 저는 죽음이 사라진 것이 아니라 원래 있던 자리로 돌아갔다고 생각합니다.



소중한 사람이 죽은 이후로 죽음에 대한 생각을 아주아주 많이 해왔고, 죽음에 대한 책을 꽤 좋아한다.

이것도 막연히 죽음에 대한 책일 것이라는 기대를 했는데 그보다는 유품정리사에 대한 책이었다.


흥미로운 내용과 일화가 많이 소개되었다.

고인의 성적인 모습이 담긴 비디오 테이프, 장례를 위해 독경을 외는 로봇 스님 등등.

이런 내용을 좀 더 자세하게 알 수 있었으면 좀 더 재미있었을 것도 같다.


죽음을 앞둔 당사자, 혹은 그런 부모님을 둔 자녀를 위한 챕터가 꽤 많다는 느낌을 받았다. 내가 겪은 죽음은 그와는 확연히 다른 것이라 아직은 먼 얘기처럼 느껴지기도 했으나, 세번째 인용구 같은 문장은 내게 위안을 주기도 했다.

그래도 나는 죽으면 끝인 것 같긴 하지만...... 남들이 죽음을 어떻게 보는지 읽는 건 재미있는 일이다.




(이 서평은 김영사 대학생 서포터즈 활동의 일환으로 김영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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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을 위한 청소년의 세계
김선희 지음 / 김영사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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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을 위한 청소년의 세계>


-하지만 나는 27년째 교사로 살아오며 '잘 살고 싶어 하지 않는' 아이를 단 한 명도 만나지 못했다.


-대학과 사회가 성적으로 줄 세워 자신의 존재를 알아주지 않을지라도 가장 가까운 거리에서 지속적인 관계를 맺은 교사가 자신을 어떻게 바라보는지는 한 아이의 인생에 중요한 영향을 끼칠 거예요. 시스템이 나쁠수록 아이들에 대한 피드백에 온 정성을 쏟아보면 어떨까요. 그게 교사의 고유한 권한이자, 세상을 바꿀 수 있는 건강한 영향력 아니겠어요?


-아이는 미완성이고 어른은 완성이라는 착각으로 아이로 하여금 '자신은 뭐든 옳지 않고 어른은 뭐든 옳다'는 무력감을 느끼게 한다. 어른도 미완성이다. 그럼에도 우리는 살아가고 있다. 


-아직 어려도, 많이 부족해도 아이들은 스스로의 힘으로 성장하고 싶어 한다. 정작 자기 마음이 들어가 안식할 방 한 칸 없는 거대한 성이 아니라 작은 오두막일지라도 자신의 속도와 방법으로 완성하고 싶어 한다.



나는 모범생이었고, 내가 다니던 중학교는 소위 똥통이었다.  

수업을 제대로 듣는 애들이 다섯 손가락 안에 꼽혔다. 

어린 내가 대부분의 애들을 경멸했었다는 걸 안다. 

이 책을 읽으면서 많이 부끄러웠다. 다 생각이 있었을 텐데. 너무 미워하지 않아도 됐었는데. 

우리를 제대로 이끌어줄 어른이 한 명이라도 있었으면 달랐을까?


교사로서 만났던 여러 학생들과 학부모들의 일화로 촘촘히 짜인 책이다. 

곱씹을만한 문장과 일화가 많았고, 저자의 직업의식이 여러모로 감동적이었다.

지금은 청소년을 만날 기회가 거의 없지만, 앞으로 청소년을 만나게 된다면 이 책과 마음을 기억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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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토록 풍부하고 단순한 세계 - 실재에 이르는 10가지 근본
프랭크 윌첵 지음, 김희봉 옮김 / 김영사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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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토록 풍부하고 단순한 세계>


-우리는 '저 밖'에 풍부함이 있고 '여기 안'에도 풍부함이 있다는 것을 안다. 두 사실이 모순되지 않으며, 우리는 둘 중에 하나를 선택할 필요가 없다. 서로 다른 관점에서 우리는 작기도 하고 크기도 하다. 두 관점이 모두 물리적 세계의 체계에서 우리 인간의 위치에 대한 중요한 진리를 담고 있다. 실재를 온전하게 현실적으로 이해하기 위해서 우리는 둘 다를 품어야 한다. 


-태양계의 초기 역사가 아주 조금만 달라졌어도 공룡을 멸종시킨 소행성은 지구를 비켜 갔을 것이다. 

따라서 몇 가지 성분, 몇 가지 법칙, 그리고 이상할 만큼 단순한 기원이 넓은 범위의 체계와 우주 역사를 아우르는 흐름을 지배하지만, 이것만으로는 좁은 범위의 풍부하고 세밀한 것들을 예측할 힘이 없다.

말하자면, 스웨덴의 역사가 우주의 역사보다 더 복잡한 것은 모순이 아니다. 참으로, 우리의 근본이 이 사실을 예측한다.


-우주는 이상한 곳이며, 우리는 모두 함께 우주 속에 있다.



어려웠다. 

최대한 정독해보려다 잘 안 되어서 물리학 이론 부분은 술술 읽으며 넘겼다. 

이런 거 몰라도 전체 맥락은 이해할 수 있다면서 합리화하면서...

나중에 한 번 더 읽어 보는 것으로 하자.


거대하고 단순하며 논리적인 세계의 근본 법칙을 따르는, 복잡하고 민감하고 이상하며 혼란스러운 모든 것들, 우주 속에 있는 모든 것들. 

때문에 모든 것은 나와 같은 존중을 받을 수 있으며 그래야 한다. 


천문학은 경제를 풍요롭게 하지는 못하지만 우리의 정신을 풍요롭게 한다는 문장이 인상적이었다. 




(이 서평은 김영사 대학생 서포터즈 활동의 일환으로 김영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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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원을 가꾸고 있습니다 - 동물들이 찾아오고 이야기가 샘솟는 생태다양성 가득한 정원 탄생기
시몽 위로 지음, 한지우 옮김 / 김영사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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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원을 가꾸고 있습니다>


-그렇다... 고양이와 새를 동시에 사랑하는 건 조금 복잡한 문제다. 아무리 고민해봐도 답할 수 없는 영원한 딜레마.


-생명은 관상용 도자기가 아니다. 생명은 더럽다. 우리가 허락하기만 한다면 생명은 온갖 곳에 오물을 남길 것이다. 그렇기에 인간은 생명과 거리를 유지하려 하는 것이다...


-뭐라도 귀뚜라미가 한 조각쯤 갉아먹으면 어떤가!

딸기와 대파에 입맛을 다시는 존재가 우리 하나여야 할 이유가 어디 있는가?



굉장히 아름다운 책이었다.

그림책인줄 몰랐어서 처음 딱 받았을 때는 조금 실망했는데 읽다 보니 삽화가 있어야만 하는 책이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양한 벌레의 모습을 꽉 채운 페이지를 마주할 때면 감탄이 절로 튀어나왔다. 


삽화보다 아름다운 건 내용이다. (사실 삽화는 따지고 보면 내 취향에 딱 맞지는 않음ㅎㅎ)

거대한 지구에 비하면 아주 아주 작은 정원에서, 당연하게 더럽고 혼잡한 생명들을 살게 하기. 

생명이 온갖 곳에 오물을 남기는 장면을 포착하기. 


태어났다는 이유만으로 인간의 생명이 존중받아야 한다면 저 잡초와 이 벌레의 생명 또한 존중받아야 할 것이다. 

지금 당장 내가 할 수 있는 건 무엇일까? 



(이 서평은 김영사 대학생 서포터즈 활동의 일환으로 김영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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