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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시기 머시기 - 이어령의 말의 힘, 글의 힘, 책의 힘
이어령 지음 / 김영사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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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시기 머시기>

-이름으로 부를 수도 없고 숫자로 측량할 수도 없을 때, 하지만 그것을 꼭 겉으로 나타내야만 할 때 당신은 어떻게 하는가.

침묵.

그렇다. 침묵도 표현의 하나다. 하지만 그것들은 너무 빠른 걸음으로 왔다 신속히 사라진다. 더 이상 침묵 속에 가둬둘 수 없을 것이다.

말해야만 한다. 그 의미와 형상을 보여주기 위해서 그것에 이름과 형태를 부여해야 한다. 그런데 그것은 여전히 노을 안에 있고 안개 속에서 명멸한다. 처음부터 그것들은 이름도 형상도 없었는지 모른다.

-당대의 시가 단순한 미적 산물이 아닌 사회 현실과 긴밀한 유연 관계를 갖고 있다는 사실을 토로한 것으로 보이지요. 그런데 문제는 2000년대에 들어와서 한국 시가 예술적 완결성과 진정성이라는 척도에 의해서 평가되고 있는 현상을 가라타니의 주장대로 선도성을 잃은 문학의 소멸로 보아야 하는 것일까요?

-남의 언어가 자기 언어에 영향을 미치고, 자기 언어는 다시 남의 언어에 영향을 미칩니다. 그렇게 끝없이 진동하며 갱신하는 겁니다. 그래서 번역은 완성될 수가 없고, 완성돼도 그건 죽음이라는 거예요. (...) 번역 행위란 단순한 전달을 위한 것이 아니라는 것. 그래서 번역 행위란 언제나 번역 안 되는 것에 대한 욕망이라는 것, 그곳에서 발견되는 의미와 가치라는 것.

 

제목이 무슨 뜻인지 궁금해서 골랐다.

이것도 저것도 아닌, 이상하고 애매하지만 꼭 말해야만 하는 것을 표현해주는 말.

즉 거시기 머시기는 울타리의 경계를 부수는 언어이다.

우리가 사는 세상에는 절대적인 가치가 존재하지 않으며, 우리는 혼란과 질서의 경계 위에서 살아가야 하기 때문에 이런 언어가 필요하다.

라는 내용의 첫 글이 아주 좋았는데 책 전체적으로도 그런 얘기를 하고 있는 것 같았다.

참여, 순수의 흑백논리나 좌우 이데올로기를 벗어난 문학 연구, 문학의 아이러니와 역설의 복합적 구조.

종이와 디지털을 연결하는 디지로그.

다양성과 혼란을 구분하기 힘든 상황 속에서 외부의 이물질들을 내 안으로 수용할 수 있도록 새로운 언어를 창조하는 시.

실패가 그 목적이자 결과인 번역.

조금 어려운 듯 많이 재미있었다.

문학 공부 열심히 하고 싶어지는 책 (ㅋㅋㅋㅋㅋ)

공부한 다음에 읽으면 또 색다를 것 같다.

(이 서평은 김영사 대학생 서포터즈 활동의 일환으로 김영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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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을 돌보고 연구합니다 - 경이롭고 감동적인 동물과 과학 연구 노트
장구 지음 / 김영사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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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을 돌보고 연구합니다>


-동물에게서 나타나는 자웅동체 현상은 심각한 일로 여겨지지 않습니다. 산업 동물의 경우 경제적 손실 정도로 인식되고, 반려동물에서는 신체적 불편함이나 종양이 발생하기도 하지만 병원에 방문해 수술을 받는 것으로 마무리되죠.


-어떤 개는 ‘사람의 질병 치료를 위한 연구’라는 대의명분을 위해 희생시키고, 어떤 개는 꺼져가는 생명을 살리기 위해 이렇게 애를 쓰고... 그 가름의 기준이라는 것이 너무나 인간 중심적이고 이기적이지 않나 싶어 혼란스러울 때도 있습니다. 연구와 진료, 두 가지 일을 함께하다 보면 그런 모순된 순간들이 간혹 찾아옵니다. 


-생각보다 빠른 시간 내 돼지의 장기가 사람에게 이식되는 시대가 올 것으로 생각합니다. (...) 죽음을 눈앞에 두고 무기력하게 다른 누군가의 죽음을 기다려야만 하는 장기 이식의 지독한 숙명이 이제 다른 방법을 찾아 전환점을 맞을 수 있는 날이 과연 올까요?



동물에 관심이 엄청 많은 편은 아닌데도 무척 흥미로운 내용이 많았다. 

동물에게는 전혀 심각하지 않은 자웅동체 현상, 후각으로 암과 코로나19 감염 여부를 구별할 수 있는 개들, 상상임신을 하는 개와 고양이, 특정한 계절에만 번식할 수 있는 계절 번식 동물 등. 

그러니 동물에 관심이 많은 사람이라면 더 재미있게 읽을 것이다.

(실험에 유용하게 쓰이는 유전자 변형 단백질의 이름이 토마토, 자두, 체리 같은 과일 이름이라는 건 그렇게 중요하진 않지만 왠지 너무 귀여워서 계속 기억할 것 같다.)


한편 실험동물과 반려동물을 가르는 인위적인 기준에 대해서 생각해 보자. 

저자는 그 모순 한가운데서 혼란을 느끼기도 한다고 썼다. 읽는 나도 마찬가지로 생각을 정리하지 못했다. 무엇이 옳을까? 먹이사슬의 최상층에 있는 인간이 동물을 멋대로 이용하는 건 잔인하기보다는 당연한 일인 걸까? 아무래도 동물의 생명보다는 인간의 생명이 더 무거운 거겠지? 어떤 동물은 무참히 희생당하고 버려지는데 어떤 동물은 어떤 인간들보다도 귀하게 살아가는 건 역시 어쩔 수 없는 걸까? 


아무튼 여러모로 재미있는 책이었다. 




(이 서평은 김영사 대학생 서포터즈 활동의 일환으로 김영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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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국의 시대 - 로마제국부터 미중패권경쟁까지 흥망성쇠의 비밀
백승종 지음 / 김영사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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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국의 시대>

-몽골의 통치자들은 종교와 혈통, 신분도 뛰어넘어서 오직 능력 위주로 인재를 선발하였다. (...) 하지만 예외는 있었다. 몽골인은 송나라의 후예, 즉 양자강 남쪽의 한족만은 철저히 불신하였다. (...) 중국 땅을 다스리면서도 한족을 배제하려니, 색목인이 대거 유입된 것이었다.

-그들은 투르크메니스탄인들과 쿠르드족 유목민들을 시리아 국경으로 쫓아냈다. 환대를 받았던 유대인과 달리 가난하고 평범한 유목민들은 박대를 당하였다.

-식민지의 희생을 바탕으로, 19세기의 대영제국은 사상 유례없는 경제 발전을 이루었다. (...) 그러나 도시의 하층민은 최저 생활선도 보장받지 못한 채 불행을 숙명처럼 받아들였다.

-역사를 이끄는 진정한 힘은 민중 또는 시민에게서 나왔다. 비록 그들이 모든 역사적 사건마다 존재감을 드러내지는 못하였으나, 빙산의 대부분이 수면 아래 있는 것처럼 시민의 의지는 역사의 수면 아래에서 세상을 떠받치는 힘이었다.

세계사는 중학생 때 배운 게 다라서 거의 아무것도 모르는 채로 읽었다.

그래서 시간 흐름이 헷갈리는 몇몇 부분이 있었음에도 무리 없이 잘 읽혔다.

많은 제국을 다루는 만큼 아주 깊이 들어가지는 않은 듯하다.

역사 입문 교양서로 적당한 책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각 장마다 한 제국을 다루는데 제국 역사의 전체적 흐름, 황금기, 몰락기 순으로 이어진다. 읽으면서 머릿속으로 내용 정리하기에 좋은 구성이다.

몽골 제국 장이 가장 흥미로웠다. 야망가는 아니었던, 무덤도 건축물도 예술 작품도 초상화도 남기지 않은 칭기즈칸 얘기. 기회가 된다면 몽골 제국에 대해 깊이 다룬 책을 읽어보고 싶다. 그 외에도 여러 흥미로운 일화가 많았다.

어느 시대에나 소외당하는 사람들이 있는 건 왜일까?

역사를 이끄는 '시민'으로부터도 소외당하는 사람들이 있지 않을까?

시민의 의지는 옳은가?

잠깐 주춤해도 어쨌든 나아가고 있다고 믿고 싶지만.

(이 서평은 김영사 대학생 서포터즈 활동의 일환으로 김영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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뭉크 씨, 도파민 과잉입니다 - 안철우 교수의 미술관 옆 호르몬 진료실
안철우 지음 / 김영사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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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뭉크 씨, 도파민 과잉입니다>

-"만약 사랑에도 유통기한이 있다면 나의 사랑은 만년으로 하고 싶다." 분위기를 깨는 말일지 모르겠지만, 옥시토신이 왕성하게 분비된다면 가능한 이야기일지도 모릅니다. 옥시토신이 사랑의 유통기한을 결정하니까요.

-이 이야기에서 석류는 페르세포네가 저승에 발을 묶이게 되고, 지상에 겨울이 찾아오게 된 원인이지요.(...)

이 이야기를 떠올릴 때마다 저는 그리스로마신화가 호르몬과 신진대사의 관계를 우회적으로 보여주는 것만 같더군요.

-신경과 신경 사이의 틈을 '시냅스'라고 하죠. 시냅스를 통해 신경전달물질이 오가며 우리 몸을 움직이게 만듭니다. 저는 <천지창조>에서 아담의 손끝과 신의 손끝이 살짝 떨어져 있는 것이 이를 형상화한다고 생각합니다. 즉, 신이 손끝을 맞붙이려고 하는 게 아니라 딱 그만큼의 거리를 둔 채 아담에게 무언가를 전달하고 있다는 거죠. 그 무언가는 호르몬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제목이 좋아서 고른 책.

미술 작품들을 호르몬이라는 키워드로 읽어낸다는 게 참신했고 흐름을 따라가기 편했다.

너무 어렵지 않은 적당한 수준에서 호르몬을 다룬다.

가볍게 읽기 좋은 교양서.

기쁨, 분노, 슬픔, 즐거움의 감정으로 호르몬을 나누고, 관련 그림들을 읽어내면서, 각 장의 마지막에는 호르몬과 관련된 건강 팁을 알려주는 구성인데 좋은 구성인 듯하다! (사실 건강 팁은 대충 읽었지만)

발췌한 부분은 이 사람이 정말 호르몬에 미쳐있군... 생각하게 되었던 부분들인데 너무 웃겼다.

​​​​​​​하느님이 아담에게 호르몬을 전달하고 페르세포네의 석류를 보며 에스트로겐을 생각하고 영원한 사랑을 보며 옥시토신을 생각하고...

딱히 개그를 노린 게 아니라 호르몬 연구를 하는 사람이니까 자연스럽게 하게 되는 진지한 생각인 게 느껴져서 더 웃겼던 것 같다.

어쩌면 인간은 호르몬의 숙주일 거야!

(이 서평은 김영사 대학생 서포터즈 활동의 일환으로 김영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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