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동 인간 별숲 동화 마을 56
최은영 지음, 박현주 그림 / 별숲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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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빠 근데 언제 와?"

  아들은 자기를 위해 뭔가를 했다는 사실 만으로 이미 기대에 차 있다. 과학덕후가 될 소지가 충분한 아들에게 냉동인간에 대한 얘기 또한 흥미롭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우와" 라는 말과 함께 손에서 잽싸게 가로채 소파로 간다. 그리고 그 자리에서 완독해 버려곤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또 다른 책을 읽는다. 일단 나도 맡은 일은 해야 하니 책을 집어 든다. 그리고 넌지시 물어본다.

 "이거 재밌었어?"
 "응, 재밌어. 아주 재밌어"

  바닥에 엎드려 책을 읽는다. 아내는 지나가며 "아버님, 고생이 많으십니다"라며 웃는다. 아이를 위한 책이라도 숙제는 내가 해야 한다.

  이 책은 별숲 출판사의 지원을 받아서 읽어볼 수 있었다.

  책을 읽고 있는데 아들이 옆에 와 뒹군다. 고개를 쭉 빼고는 "이거 재밌지?"란다. 그리고 30년이나 지났데라며 스포를 해버린다. 아들아, 그건 예의가 아니란다라고 얘기하고 싶지만 스포에 그다지 대미지 받는 성격은 아니다.

  이 책은 불치의 병에 걸린 아이를 살리기 위해 30년 동안 냉동한 뒤 최초로 성공한 해동인간의 이야기다. 갑자기 쌍둥이 언니가 생긴 이서와 태어날 때부터 병원에 있었다고 전해 들은 이현. 하지만 순간순간 떠오르는 기억이 그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려 준다. 그리고 마침내 사실을 알게 된다.

  이 책은 개인적인 입장에서 여러 군데 허술한 점이 있었다. 미래에 약간 이해할 수 없는 세계관이랄까. 하지만 그런 걸 따질만한 책은 아니니까. 일단 해동인간의 정체성에 대한 생각을 해볼 수 있게 하며, 그것이 정말 행복인가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마찬가지로 미래의 기후 위기와 파괴된 환경을 묘사하며 당장의 문제에 대해 고민할 수 있게 한다.

  마지막으로 영원한 생명에 대한 문제 제기도 한다. 순리대로 사는 것이 맞을 것이지만 그 순리라는 것도 세상이 바뀌면 함께 바뀌는 것이니까.

  아이들 책답게 텐션을 유지하며 빠른 장면 전환을 하고 있어 끝까지 재밌게 읽을 수 있었다. 그 안에 담긴 메시지를 아이들이 정확하게 알아챌 필요도 사실 없다. 자주 노출되는 것이 더 중요하니까. 그런 면에서도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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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회의 610호 : 2024.06.20 - #콘텐츠 시장의 도둑들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 지음 /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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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획회의 610호는 콘텐츠 산업에서 가장 중요한 문제. 바로 무단 카피의 문제를 다룬다. 지식 산업에서 도용의 문제는 기술 발전과 함께 더 중요한 이슈가 되었다. 특히 전자책이나 웹툰, 웹소설의 경우에는 방어가 쉽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해적판을 찾아보던 시절을 지나 불법 복제물을 구매하던 시기가 있었다. 이제는 웹 상에서 숨바꼭질이 시작되었다. 문제는 가상공간에서의 도덕적 해이는 심각하다는 것이다.

  얼마 전 알라딘 전자책 책 서비스가 해킹을 당했다. 출판계에서는 난리가 났다. 지적 재산권이 통째로 풀려버리는 상황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알라딘 측과 어떻게 결론을 낸 듯 하지만 그것에 대한 믿음은 미지수다.

  반대로 IT 쪽 댓글창의 반응은 조금 달랐다. 누구나 마음만 먹으면 할 수 있는 일이었지만 잡히는 것도 수순이었다는 것이다. 못해서 안 한 것이 아니라 쇠고랑 차기 싫기 때문에 하지 않았던 것이다. 게다가 출판 콘텐츠는 위험 부담을 질만큼 잘(?) 팔리는 것이 아니다. 불법 사이트도 '범죄'라는 단어만 빼면 이익 추구가 당연하기 때문이다. 돈이 되지 않는 것에 위험을 지지 않는다. 어쩌면 알라딘 사태는 무식한 것이 용감했다로 정리되는 느낌이었다.

  매년 쫓고 쫓기는 일은 계속되고 있다. 수십수백억을 들인 콘텐츠를 날로 먹으려는 곳이 많다. 그리고 공짜로 볼 수 있으면 좋다고 생각하는 소비자가 있기 때문에 가능하다. 불법으로 유통되는 콘텐츠를 소비하는 것도 범죄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체감할 수 없기 때문에 눈앞에 이익을 좇을 수밖에 없다.

  그래도 많은 개선이 이뤄지고 있다. 스트리밍 서비스의 등장은 많은 사람들에게 기꺼이 지불하게 만들었다. 결국은 돈의 문제다. CD나 DVD 한 장을 오롯이 사서 몇 번이나 볼까. 저렴하게 소비하고 깔끔하게 정리하게 되면서 사람들은 그 정도라면 돈을 내겠다가 된 것이다. 

  학교의 교재도 마찬가지다. 교재, 특히 원서들은 가격이 어마무시하다. 그래서 학교 앞에는 제본집들이 성황을 이룬다. 내가 학교를 다닐 때에도 명저라는 책들을 한가득 제본하여 차에 싣고 오는 분이 계셨다. 마치 장날처럼 학생들은 모여 원하는 책을 샀었다.

  하지만 그래도 여전히 불법은 기승한다. 방패가 두꺼워질수록 창은 날카로워진다. 세계로 뻗어나갈수록 취약점이 생긴다. 중국이나 법적인 제재가 쉽지 않은 나라를 서버로 두고 서비스를 하는 업체도 있다. 결국 돈이 문제인 것이다. 우리에게는 징벌적 손해 배상이 필요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늘 그렇듯 법은 늘 느리다.

  네이버와 카카오는 자체적으로 콘텐츠 방어와 불법자에 대한 공격에 나서고 있다. 적극적으로 서비스를 종료하게 만들며 신작을 최대한 늦게 업로드되도록 지연시킨다. 신간, 신작을 일주일 이상만 지연시키면 사람들은 해당 사이트에서 발길을 돌린다. 

  돈이 되지 않는 곳에 불법은 없다. 참 안타까운 현실이다. 

  <주 테마>를 제외하고도 괜찮은 글들이 많았는데 개인적으로는 <메리와 메리> 책 소개가 좋았다. 눈여겨보던 책이었는데 만든 이의 애정이 느껴져서 좋았다. 그리고 새로운 관심사가 될듯한 헛소리에 대한 책들이 눈에 들었다. 헛소리를 하는 것보다 헛소리임을 증명하는 것에 훨씬 많은 에너지가 소비된다. 이것은 '개소리에 대하여'를 읽은 후부터 인정하는 말이다. 이것에 관한 여러 책 소개가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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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은 바다에서 왔다 - 제11회 네오픽션상 우수상 수상작 네오픽션 ON시리즈 27
국지호 지음 / 네오픽션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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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 가지 이야기가 한 곳의 방파제를 공유하며 묘한 동질감을 가지게 해 준다. 제목을 보고 흡사 인어에 관한 얘길까. 아름다운 얘길까, 판타지일까라는 고민을 해봤지만 미스터리 쪽일 거라고는 생각을 해보진 않았다. 바다는 모든 것을 품을 수 있을까? 아니면 방파제에 부딪혀 부서져도 다시 바다가 되어 괜찮을까? 작가는 어떤 마음으로 글을 썼을까?

  상실과 괴롭힘 등의 이야기를 담았다. 출판사는 그것을 '부서지는 그것'이라는 단어로 표현했다. 그것은 어떤 얘기를 들려줄까. 이 책은 자음과 모음 출판사의 지원으로 읽어볼 수 있었다.

  책은 소운의 이야기로 시작한다. 보호받지 못한 삶. 부모를 잃고 할머니와 근근이 살아가는 아이. 학교에서 따돌림의 대상이 되어버린 아이. 친구들도 선생도 동네 어른도 그렇게 달가워하지 않는 아이다. 소운에게 행복은 뭘까? 바다는 소운에게 엄마와 아빠를 데려다줬다. 세상과 단절된 행복 그런 이야기는 계속된다.

  진겸과 연호는 집착이 괴롭힘으로 발전하는 과정을 담았다고 할까. 고립된 진겸이 다다른 곳은 역시 그 방파제였다. 진겸이 바라는 행복은 무엇이었을까? 강한 자신이었을까? 바다는 진겸에게 새로운 자신을 보여준다. 바다와 바꾼 진겸은 연호를 괴롭히는 것이 행복이었을까. 아무렇지 않을 자신이고 싶었을까.

  영의와 천주는 꽤나 깊이 사랑하는 사이었다. 하지만 불행은 늘 그렇듯 찾아온다. 죽었을 것 같았던 천주는 사실 보험금을 위해 사건을 꾸몄지만 생각보다 심하게 다치는 바람에 오랜 시간 연락 두절이 되었다. 천주가 죽었을 거라 생각한 영의는 오랜 시간 천주를 마음에 담고 살다. 그 방파제에 닿는다. 그리고 바다는 가장 행복했을 때의 천주를 보여준다. 하지만 그 모습이 정말 천주였을까? 

  사람이 바라는 모습(망상을 포함해서)이 현실로 나타났을 때 그것은 정말 행복한 일일까? 놓아주지 못한 것들에 대한 절망과 좌절 혹은 복수가 정말 원하는 것이었을까? 바다는, 바다에서 온 그것들은 정말 모두가 원하던 것이었을까. 참으로 어려운 문제다.

  열린 결말인 듯하면서도 예측 가능할 것 같은 마무리를 하는 글들은 질문하고 있었을까? 아니면 약간 한 아쉬운 미스터리라고 치부하고 싶지 않은 나의 마음일까.

  예쁘고 따뜻하고 달달한 것을 원했던 나는 정반대의 분위기의 글을 읽으며 빛을 찾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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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발자를 위한 필수 수학 - 기초 수학으로 시작하는 데이터 과학 첫걸음 O'reilly 오라일리 (한빛미디어)
토마스 닐드 지음, 박해선 옮김 / 한빛미디어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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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코딩 + 수학을 제목으로 달고 나오는 책들은 사실 펴보기가 살짝 무서운 면이 있다. 살짝 난도가 있는 수학들이 쏟아져 나오기 때문이다. 그래서 늘 '아~ 이런 것도 있지'라며 눈으로 훑고 만다. 잡고 늘어지면 아마 올해 안에 읽을 수 없을지도. 그런 면에서 이 책은 정말 필수 수학을 담고 있다. 페이지를 넘길수록 점점 어려워지는 것은 맞지만 분명 첫 장부터 포기하진 않을 수 있다.

  데이터 확의 기본이 되는 수학 개념과 도구를 설명하는 이 책은 한빛미디어의 지원으로 읽어볼 수 있었다.

  머신러닝과 딥러닝 같은 단어가 일반화되면서 수학(특히 통계)은 그 관심이 높아졌다. 데이터는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했고 그 데이터를 사용하기 위한 노력은 계속되었다. 데이터를 처리하는 기술은 갈수록 그 중요도가 높아질 것이다. 그럴수록 관련 수학도 점점 더 필요하게 될 것이다.

  이 책은 파이썬의 툴을 이용하여 다양한 수학과 통계를 보여주는 게 목적이라 설명도 심플하고 예제 코드 또한 그렇다. 뭔가 그럴듯한 것을 만들기 위함이 아니라 그야말로 경험의 범주에 더 닿아 있다고 할 수 있다. 마치 데이터 과학의 관광을 다녀간다는 느낌이랄까.

  기초 수학부터 시작한 내용은 결국 회귀분석까지 가긴 하지만 많은 페이지를 할당하며 설명하기 때문에 다른 책들보다 이해하기는 조금 더 쉬운 것이 장점이다. 물론 수학이라는 것이 눈으로 보고 이해할 수 있는 학문은 아니지만 적어도 어떤 것들이 있다는 건 알 수 있다.

  이 책이 좋았던 점은 마지막 부근에 경력에 대한 얘기, 진로와 학습 방법에 대한 얘기를 해줘서 좋았다. 게다가 마지막에는 문제와 풀이도 들어 있어서 재밌게 풀어볼 수 있도록 되어 있었다. 개발자로서 데이터 과학을 하는 사람으로서 조금 방황스러운 상태에 있다면 이 책을 천천히 읽어보는 게 많은 도움이 될 듯하다.

  "한빛미디어 < 나는리뷰어다 > 활동을 위해서 책을 제공받아 작성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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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이 되다 - 인간의 코딩 오류, 경이로운 문명을 만들다
루이스 다트넬 지음, 이충호 옮김 / 흐름출판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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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류사에 대한 책은 참 많다. <총균쇠>, <사피엔스>처럼 여러 학문을 넘나들며 인류사를 연구하는 책이 있는 반면 <이기적 유전자>처럼 순수하게 생물학적으로 다루는 책들도 있다. 훌륭한 책들은 정말 많고 그들은 각자의 방식대로 인간을 해석하고 있다. 그리고 타당성을 가지고 있기도 하다. 

  인간 역사의 잘 정리한 듯한 이 책은 흐름출판의 지원으로 읽어볼 수 있었다.

  표제의 <물질의 세계> 저자의 극찬은 살짝 손가락이 오그라든다(나는 물질의 세계도 샀는데.. 갑자기 안 읽고 싶어 진다). 샘플북만 봐서 그런지 이 책은 이미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있는 많은 벽돌책들이 담고 있는 메시지 이상의 것을 얘기하고 있지는 않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여러 매체에서 추천을 하는 이유 또한 명확하다. 메시지와 통찰이 아무리 좋아도 읽지 않으면 아무 소용이 없는 게 아닌가. 그런 면에서 이 책은 꽤 괜찮은 포지션을 가지고 있다. 여러 책을 잘 버물여 놓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역시 샘플북이라 확신은 할 수 없다).

  이런 종류의 책을 많이 읽은 나에게는 사실 신선한 제목을 발견하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이다. 이 책은 인류사 어디에서부터 시작할까. 때론 생물학적인 얘기를 때론 문화적인 얘기를 하게 될 것이다.

  인류는 문명을 이룩한 이래 전혀 진화하지 못하고 있다. 유전이라는 긴 세월은 여전히 자연선택의 효과를 내어놓지 못하고 있는 걸지도 모른다. 문화라는 것은 약자마저 보살피며 적자생존을 무색하게 만들었는지도 모른다. 인간은 자연선택 안에서 인간 선택을 하고 있는 걸지도.

  이기적 유전자도, 협력의 유전자도 기생도 공생도 모두 그냥 하나의 현상일 뿐이다. 살다 보니 그렇게 되었다고 말하는 편이 오히려 나을지도 모르겠다. 숙명론적인 회의감에서 벗어나기 위함일까. 객체인 인간은 자신의 행동의 특별함을 부여하려고 하는 건지도 모른다. 모든 것은 결과에 지나지 않을지도.

  그럴 수 있다. 그런 경우도 있다고 읽으면서 여러 가지를 알아가면 된다. 우리는 이기적일 수도 이타적일 수도 있다. 이기적인 것이 이타적인 행동일 수도 있고 이타적인 것이 이기적인 행동일 수도 있다. 유전자가 모두 자신을 퍼트린다고 하지만 자살하는 쥐들의 행동을 이해하기란 쉽지 않다. 개미와 같은 초유기체는 객체 자체가 유전자 같을 수도 있다. 그래서 늘 어렵다. 인간의 행동이라는 것은.

  생물학적이면서도 인류사적인 이 책이 너무나도 철학적인 제목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 이상하지 않다. 어쩌면 아닐 세스의 <내가 된다는 것>과 묘하게 이어질지도 모르겠다(이 책도 흐름출판 책이다). 인간의 진화는 말과 의식을 가짐으로써 다른 길을 가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그것이 '밈'이라고 불리든 그렇지 않든 말이다.

  이 책은 인류 역사와 진화를 다룬 벽돌책에 도전하다 실패한 사람에게는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책 말미에 <총균쇠>, <사피엔스>를 읽기 전에 읽어야 할 책이라고 적혀 있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 이다. <이기적 유전자>를 읽기 전에도 괜찮을 것 같다. 어렵고 긴 글에 도전하기 전에 길에 대해 알 수 있는 좋은 안내서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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