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은 의견일 뿐이다 - 불확실한 지식으로 가득한 이 세상에서 진짜를 판별하는 과학의 여정
옌스 포엘 지음, 이덕임 옮김 / 흐름출판 / 2025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가짜 뉴스가 흔해지고 있다. 아님 말고 식의 개소리들도 일상이다. 저널리즘을 잃어버린 미디어마저 윤리의식을 잊어버린 듯하다. '사실은 의견일 뿐이다'. 세상의 모든 것은 의견일 뿐일까. '실은 의견일 뿐이야'와 '사실은 의견으로 이뤄져 있다'는 다른 의미로 이해될 수 있을까.

  책은 예상과 달랐다. '가짜'라는 것에 집중하지 않았다. '사실'에 접근하는 수많은 의견들에도 맹점은 존재할 수 있는 것이다. 모두가 자신이 정의다라며 싸우는 전쟁터 같은 느낌일까. 그 속에서는 명확하지 않은 근거로 주장하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미디어를 보면 똑같은 내용으로 다른 얘기를 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누구는 몸에 좋다고 하고 누구는 몸에 나쁘다고 한다. 그것도 전문가들이라는 사람들이다. 다른 연구 결과가 계속해서 나오는 것일까? 아니면 연구 자체가 잘못된 것일까.

  과학은 최대한 신뢰할 만한 하도록 가정을 하고 실험한다. 반복해서 테스트하고 왜란을 최소화하려고 노력한다. 하지만 그 속에서도 실수는 존재한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마시멜로 테스트가 그렇다. 더 오래 참는 아이가 더 성공할 수 있었다는 이야기는 진실일까? 그 오래 참는 아이는 부유했고 그 아이는 마시멜로를 다시 먹을 기회가 얼마든지 있었기 때문에 더 오래 참을 수 있었다. 그 아이의 성공은 인내가 아니라 부모의 재력이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우리가 이 사실 보다 원래의 주장을 믿고 싶어 하는 것은 '공정'이라는 아름다움을 믿고 싶어서가 아닐까.

  많은 과학자들이 신뢰적인 데이터를 측정하고 싶어도 쉬운 일은 아니다. 측정한다는 행위 자체가 이미 변화를 만들어 낸다는 양자역학과 호손효과는 그 결과의 신뢰성을 떨어트릴 수 있다. 게다가 인간이기 때문에 주관적일 수밖에 없다. 어디에 자신의 의견이 가해지는지 인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뿐만 아니라 일부러 틀린 과학을 연구하는 사람들도 있다. 다른 시각으로 세상을 바라보기 위함이라고 한다.

  세상에는 많은 연구 결과가 나오고 또 폐기된다. AI의 등장은 더욱 큰 문제를 가져올 수 있다. 얼마 전 AI가 폐기된 논문을 인용해 글을 작성해서 과학계에서 논란이 되었다. AI는 확률을 기반으로 하고 있어 과학계에서는 인과 관계를 검증하는 데에는 AI를 사용하지 않지만 일반인들이 이런 정보를 받게 되면 잘못된 정보가 퍼져 나가게 된다.

  정보가 넘쳐나면서 사실을 확인하기 위한 개인의 노력이 필요하게 되었다. 정보를 더 편하게 얻게 되었지만 더 높은 자신만의 기준이 필요하게 된 것이다. 모든 것을 있는 그대로 믿지 않고 자신이 의문이 생긴 것에 대해서는 의심하고 검토해 봐야 한다. 

  더 편한 세상이 되었지만 더 어려운 세상이 되어 버렸다는 생각이 들게 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애플 인 차이나 - 중국에 포획된 애플과 기술패권의 미래
패트릭 맥기 지음, 이준걸 옮김 / 인플루엔셜(주) / 2025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것은 꼭 애플만의 문제인가? 아니다. 이것은 효율적인 재고관리를 위한 SCM, 즉 공급망 관리의 문제다. 기업의 경쟁은 치열해졌고 더 많은 이익을 위해서는 더 저렴하게 생산해야 한다. 그리고 그런 조건을 만족하기 위해서 기업들은 세계 곳곳으로 뻗어나가기 시작했다. 이것은 소위 글로벌 공급망이라고 할 수 있다.

  충분한 노동력, 생산 인프라 그리고 저렴함을 모두 갖춘 나라는 생각보다 많지 않다. 그리고 중국은 그 조건에 따 맞아떨어진다. 우리나라가 빠르게 발전했던 것은 중국이 글로벌 공급망의 중심이 되기 전이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지금은 개발도상국들이 우리와 같은 전략으로 성장할 수 없는 이유 또한 거기에 있다.

  기업은 더 나은 조건을 따라 이동한다. 중국을 떠나 베트남으로 이동했고 최근에는 베트남 마저 떠나 인도로 가고 있다. 다음 역은 에티오피아라는 말도 있다. 더 저렴한 노동력을 향해 이동하는 것이다. 하지만 반대로 움직이는 기업도 있다. 테슬라다. 테슬라의 기가팩토리는 자동화율이 아주 높아서 전문화된 엔지니어 위주로 고용이 되기 때문에 공장을 어디에 짓는지는 크게 중요하지 않다고 했다. 사람보다 더 저렴한 로봇의 등장이다.

  이런 세계적 추세 속에 유독 애플은 중국에 묶여 있다. 지난해(2024) 애플의 공급업체수는 중국이 84%를 차지하고 있다. 초기 중국과의 우호적인 관계 속에 유독 투자를 많이 했던 애플이기에 빠져나오기 쉽지 않다. 그리고 애플의 말이라면 뭐든 해주는 폭스콘 같은 회사는 드물다. 노동력 착취로 투신이 있었던 폭스콘이다.

  애플도 이제는 동남아시아와 인도로 생산 공장을 확장하고 있다. 공급망이 한 나라에 있는 리스크와 함께 인도시장을 노려야 하기 때문이다. 베트남과 태국, 인도의 공급업체 수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책에서는 애플이 중국에 사로잡혔고 또한 중국 기술을 발전시켜 줬다고 얘기한다. 하지만 그 시절 그런 역할을 하지 않았던 기업은 없다. OEM 방식의 생산은 협력업체에게 자연스럽게 기술을 이전시켜 준다. 그리고 더 발전된 기술은 본사나 연구소에서 끊임없이 만들어 낸다. 협력업체가 자신의 기술을 익힐 때까지 더 새로운 기술을 만들어내야 하는 것은 first move를 하는 기업에게는 숙명과 같은 것이다.

  지금도 가격 경쟁력 때문에 많은 중국 제품을 쓰게 된다. 그들이 공급하는 제품들은 예전에 일본이, 한국이 생산하던 제품들이다. 마치 품질 인증을 받지 않은 벌크(bulk) 제품이지만 OEM으로 꾸준히 납품했던 제품이라 기술적으로 문제가 되지 않는다. 하지만 정말 높은 품질이 필요할 때에는 일본이나 독일에서 구매하게 된다. 그것이 현실이다.

  지금은 베트남이 공급 기지로 각광받고 있다. 중국보다 저렴한 노동력에 기초적인 인프라가 있다. 그리고 중국으로부터 수급을 빠르게 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런 베트남마저 인건비 상승으로 포화 상태가 되어 간다. 

  중국과 미국의 패권 싸움이라고 하지만 그것은 엘리트의 싸움에서 결판나지 않을 거다. 어느 나라나 똑똑한 사람들은 있으니까. 하지만 그들의 이야기를 이해할 수 있는 노동력이 많은 나라가 결국 이기게 될 것이다. 그것이 본국이든 우방이든 말이다. 그런 면에서 미국이나 중국이나 적절치 않은 것 같다. 교육의 양극화가 너무 심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것이 힘들지만 전 국민에게 고등 교육을 시키는 우리나라의 힘일지도 모른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푸싱 더 바운더리 - 마이너 서브컬처 매거진 밑바닥 생존기
푸더바 지음 / 자크드앙 / 2025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사람들은 이상한 걸 좋아한다. 누구에게나 B급 감성과 마이너리티가 있다. 단지 드러내 보이기 어려울 뿐이다. 재밌거나 감동적이거나 유익하거나 라는 3대 콘텐츠 장르 중에 단연 재밌거나는 많은 사람의 시선을 끈다. 그리고 그중에는 이상한 것들이 많다.

  이상한 걸 사람들은 좋아할까? 아마도 자신은 차마 할 순 없지만 해보고 싶은 마음이 있기 때문이다. 대리만족이라는 키워드로 설명하면 되지 않을까? 먹방도 그런 의미에서 이해가 간다. 맛있는 걸 걱정 없이 배부름 없이 잔뜩 먹고 싶은 마음은 이상한 걸 한 번 막 질러보고 싶은 마음과 다르지 않지 않을까?

  사실 푸더바라는 채널을 모른다. 이런 B급 감성의 채널을 잘 들여다보지 않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늘 관심은 있다. 나에게는 마이너리티가 있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왜 이런 걸 좋아할까?라는 궁금증이 있어 협찬을 신청했다. 요즘은 어떤 걸 좋아하나라는 궁금증도 포함해서다. 콘텐츠를 만들 때 주체성이라는 것도 중요하지만 대중적인 것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헛소리만 하다가 반짝 인기 후 몰락하는 것들을 많이 봤기 때문이기도 할까.

  푸더바라는 사람은 생각보다 주체성이 있다는 것이 책을 읽고 나서 느낀 점이다. 시시콜콜한 이야기나 농담 따먹기 같은 문장이 난무하는 에세이와는 다소 다른 느낌이 있다. 별스러운 콘텐츠지만 진지할 땐 진지할 줄 아는 느낌이다. 구심점이 확실하기에 더 멀리 돌 수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콘텐츠가 마이너 하다고 본인마저 마이너 해지면 안 된다. B급을 제대로 표현하려면 실력은 A급이어야 한다는 말도 있다. 가수로 치자면 <오렌지캬라멜>이 그렇지 않을까. 본인은 끊임없이 공부하고 좋은 콘텐츠를 저장해서 참고하고 끊임없이 노력해야 한다. 푸더바라도 그렇게 훌륭한 채널에서 많은 영감을 얻는 것 같았다.

  때론 질보다 양이 중요할 때가 있다. 그 속에 발전도 있다. 지금 같은 세상이라면 100짜리 한 개보다 1짜리 100개가 나을지도 모르겠다. 콘텐츠도 결국 전략이니까. 

  에세이라고 하지만 생각보다 정보가 많아 좋았다. 평범한 걸 평범하지 않게 만드는 것 또한 실력인 것 같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사랑으로 읽는 세계사 - 하트♥의 기원부터 우주로 띄운 러브 레터까지 1만 년 역사에 새겨진 기묘한 사랑의 흔적들 테마로 읽는 역사 10
에드워드 브룩 히칭 지음, 신솔잎 옮김 / 현대지성 / 2025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인류의 역사를 사랑이라는 단어를 빼고 설명할 수 있을까? 번식이라는 원초적인 단어로부터 시작되었겠지만 대를 이어간다는 것은 남성과 여성 사이의 감정을 만들어 내지 않았을까? 다산과 풍요의 상징으로 최초의 신들은 대부분 여성이었고 모계 중심 사회이기도 했다.

  성욕은 때론 식욕보다 앞설 때가 있고 예술의 가장 깊은 곳에는 늘 사랑이 존재하지 않았을까? 미술과 음악 그리고 문학에서 사랑을 빼기란 쉽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이 책은 1만 년 인류의 역사를 아름답기도 하고 기묘하기도 한 유물을 통해서 설명한다. 과거를 거슬러 갈수록 적나라한 묘사가 드러나지만 그 속에는 그 시대만의 의미가 있다. 아름다운 러브 스토리도 있다. 연애와 결혼에 대한 얘기도 있다.

  사랑이라는 이야기가 가득하기도 하지만 예술 작품도 가득하다. 컬러로 담긴 삽화는 눈을 즐겁게 한다 (가끔은 쑥스럽게 하기도 한다). 물론 모든 삽화에는 설명도 달려 있다. 마치 미술관을 다녀온 듯 느낌을 받기도 한다.

  인간의 희로애락에는 사랑이라는 이유가 있다. 인류가 표현해 왔던 사랑이라는 키워드의 유물을 즐기는 시간이 될 수 있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기획회의 639호 : 2025.09.05 - #출판/공간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 지음 /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 / 2025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세상은 이제 거의 대부분의 공간과 연결되어 있다. 공간이 주는 의미에서 단순한 "위치"는 덜 중요하게 되었다(부동산 얘기가 아니다). 사무실이 없는 회사라는 말이 유행했다. 팬데믹을 겪으며 재택근무가 자연스러워졌다. 공간을 할애하는 비용도 출퇴근의 혼잡함도 벗어날 수 있었다. 그렇다면 출판사의 공간들은 어떨까?

  대형 출판사의 경우에는 번듯한 건물이나 사무실이 있을 거다. 많은 부서를 거느리고 있을 것이고 유기적으로 소통해야 하기 때문에 직접 만나는 것이 좋을 것이다. 하지만 많은 영세한 출판사나 일인 출판사의 경우는 사정이 다르다. 집이 곧 사무실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공유 오피스도 있다. 다른 상품을 팔거나 개발을 해야 하는 회사들과는 다르지만 정보를 교환할 수도 있고 같은 업종의 희비를 털어놓을 수도 있기 때문에 좋을 수 있다. 작가들의 경우에도 문학관처럼 작가들만 모인 공간이 있다. 그들만이 나눌 수 있는 무언가가 분명 있을 것이다.

  각자에 집에서 일을 하는 출판사가 가장 신선했다. 미팅이 필요할 때는 팀원들이 가보고 싶었던 핫플레이스에서 진행하는 것도 좋은 것 같았다. 번듯한 건물이나 사무실도 매일 가면 무덤덤해지는 데 매번 여러 장소에서 만날 수 있다니 이런 스타일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천국이겠구나 싶었다.

  공간이 없는 기업이 존재하고 직장 없이 일하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다. 각자가 능력 위주로 각자도생 하는 것이 가장 최적일지도 모르겠다. 그럼에도 공간이 주는 의미는 분명 있고 그 각각의 공간을 선택하고 활용하는 방법은 그들만의 철학이 있다. 책을 만드는 이들의 생각을 읽어 본다는 것은 또 다른 재미를 준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