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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 인 차이나 - 중국에 포획된 애플과 기술패권의 미래
패트릭 맥기 지음, 이준걸 옮김 / 인플루엔셜(주) / 2025년 9월
평점 :
이것은 꼭 애플만의 문제인가? 아니다. 이것은 효율적인 재고관리를 위한 SCM, 즉 공급망 관리의 문제다. 기업의 경쟁은 치열해졌고 더 많은 이익을 위해서는 더 저렴하게 생산해야 한다. 그리고 그런 조건을 만족하기 위해서 기업들은 세계 곳곳으로 뻗어나가기 시작했다. 이것은 소위 글로벌 공급망이라고 할 수 있다.
충분한 노동력, 생산 인프라 그리고 저렴함을 모두 갖춘 나라는 생각보다 많지 않다. 그리고 중국은 그 조건에 따 맞아떨어진다. 우리나라가 빠르게 발전했던 것은 중국이 글로벌 공급망의 중심이 되기 전이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지금은 개발도상국들이 우리와 같은 전략으로 성장할 수 없는 이유 또한 거기에 있다.
기업은 더 나은 조건을 따라 이동한다. 중국을 떠나 베트남으로 이동했고 최근에는 베트남 마저 떠나 인도로 가고 있다. 다음 역은 에티오피아라는 말도 있다. 더 저렴한 노동력을 향해 이동하는 것이다. 하지만 반대로 움직이는 기업도 있다. 테슬라다. 테슬라의 기가팩토리는 자동화율이 아주 높아서 전문화된 엔지니어 위주로 고용이 되기 때문에 공장을 어디에 짓는지는 크게 중요하지 않다고 했다. 사람보다 더 저렴한 로봇의 등장이다.
이런 세계적 추세 속에 유독 애플은 중국에 묶여 있다. 지난해(2024) 애플의 공급업체수는 중국이 84%를 차지하고 있다. 초기 중국과의 우호적인 관계 속에 유독 투자를 많이 했던 애플이기에 빠져나오기 쉽지 않다. 그리고 애플의 말이라면 뭐든 해주는 폭스콘 같은 회사는 드물다. 노동력 착취로 투신이 있었던 폭스콘이다.
애플도 이제는 동남아시아와 인도로 생산 공장을 확장하고 있다. 공급망이 한 나라에 있는 리스크와 함께 인도시장을 노려야 하기 때문이다. 베트남과 태국, 인도의 공급업체 수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책에서는 애플이 중국에 사로잡혔고 또한 중국 기술을 발전시켜 줬다고 얘기한다. 하지만 그 시절 그런 역할을 하지 않았던 기업은 없다. OEM 방식의 생산은 협력업체에게 자연스럽게 기술을 이전시켜 준다. 그리고 더 발전된 기술은 본사나 연구소에서 끊임없이 만들어 낸다. 협력업체가 자신의 기술을 익힐 때까지 더 새로운 기술을 만들어내야 하는 것은 first move를 하는 기업에게는 숙명과 같은 것이다.
지금도 가격 경쟁력 때문에 많은 중국 제품을 쓰게 된다. 그들이 공급하는 제품들은 예전에 일본이, 한국이 생산하던 제품들이다. 마치 품질 인증을 받지 않은 벌크(bulk) 제품이지만 OEM으로 꾸준히 납품했던 제품이라 기술적으로 문제가 되지 않는다. 하지만 정말 높은 품질이 필요할 때에는 일본이나 독일에서 구매하게 된다. 그것이 현실이다.
지금은 베트남이 공급 기지로 각광받고 있다. 중국보다 저렴한 노동력에 기초적인 인프라가 있다. 그리고 중국으로부터 수급을 빠르게 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런 베트남마저 인건비 상승으로 포화 상태가 되어 간다.
중국과 미국의 패권 싸움이라고 하지만 그것은 엘리트의 싸움에서 결판나지 않을 거다. 어느 나라나 똑똑한 사람들은 있으니까. 하지만 그들의 이야기를 이해할 수 있는 노동력이 많은 나라가 결국 이기게 될 것이다. 그것이 본국이든 우방이든 말이다. 그런 면에서 미국이나 중국이나 적절치 않은 것 같다. 교육의 양극화가 너무 심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것이 힘들지만 전 국민에게 고등 교육을 시키는 우리나라의 힘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