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컬쳐랜드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 의견에 따라 작성되었습니다.
1. 올해 읽은 수십 권의 책 가운데, 단연 가장 인상 깊었던 책을 꼽으라면 나는 주저 없이 『세계사를 바꾼 10가지 약』을 말할 것이다. 평소 경영, 경제, 역사, 과학 분야를 넘나들며 책을 읽어왔고, 꽤 많은 전문서적도 접했지만, 이 책만큼 학문 간 경계를 유연하게 넘나들며 깊이 있는 인사이트를 제공한 책은 드물다. 이 책은 약이라는 소재를 통해 인류의 역사, 문명, 그리고 권력의 흐름을 재구성해낸다.
2. 많은 역사 교양서가 일화 중심의 나열에 그치거나, 지나치게 가벼운 톤으로 본질을 희석하는 경우가 많다. 반면, 『세계사를 바꾼 10가지 약』은 탄탄한 구조 속에서 각 약이 어떤 맥락에서 등장했고, 그것이 어떤 사회적·정치적 파장을 일으켰는지를 단계적으로 보여준다. 그러면서도 독자에게 부담을 주지 않는 문장력과 구성력은 마치 한 편의 잘 짜인 다큐멘터리를 보는 듯한 느낌을 준다.
3. 개인적으로 가장 인상 깊었던 장은 ‘인슐린’과 ‘우울증 치료제’를 다룬 부분이었다. 이 두 약은 생명을 살리는 도구이면서도, 현대 사회의 윤리와 철학, 의료 시스템의 구조적 문제를 함께 품고 있다. 특히 인슐린의 경우, 치료가 필요한 환자들에게 오히려 가격 장벽이 생겨난다는 점에서, 시장경제의 한계와 공공복지의 딜레마가 그대로 드러났다. 약의 본질이 생명이라는 가치를 다룬다는 점에서, 기술과 자본이 만나는 지점에서 발생하는 갈등은 더할 나위 없이 심각하다.
4. 『세계사를 바꾼 10가지 약』은 단순히 ‘지식’을 전달하는 책이 아니다. 우리가 지금 이 세계에 살고 있는 이유, 그리고 앞으로 어떤 선택을 해야 할지를 되묻게 만드는 책이다. 약이라는 소재를 중심으로 이토록 깊이 있고, 다양한 시각을 제공하는 책은 드물다. 이 책을 읽는 동안 수차례 메모를 하고, 생각에 잠겼고, 동료에게 권하고 싶다는 충동을 느꼈다. 그것이 바로 좋은 책이 주는 힘일 것이다.
올해 내가 읽은 책들 중, 가장 많은 밑줄을 긋게 했고, 가장 오래 여운이 남은 책이 바로 이 책이었다. 단언컨대, 단순한 의학서도, 역사서도, 경제서도 아닌, 이 세 가지를 아우르는 복합적 지성의 결정체라고 부를 만하다. 변화의 본질을 이해하고자 하는 모든 이들에게, 나는 이 책을 강력히 추천한다.
